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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궁

궁 5부 -신군, 그날 밤의 서늘함

모놀로그 2011. 2. 2. 10:43

요즘 난 궁금하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그 수많은 싸가지 왕자들을 물리치고

 

신군을 좋아하게 만들었는가~!

 

아니

지금도 신군을 기억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혹시 이 세상에 나 혼자 남은 건 아니겠지?

 

 

신군이 다른 싸가지 왕자 시리즈와 다른 점이 무엇일까.

 

그 수많은 멋진 싸가지 왕자들이

털끝도 건드리지 못한 내 마음을

사로잡은 신군에겐

뭐가 있을까..

 

생각하며

유심히 본다.

 

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주지훈의

첫작품이라서,

 

비창 소나타처럼

청초하고 새롭고 젊고 씩씩해서..

 

상처받거나 손상되지 않은

순결함에 빛나는

영롱함이 사랑스러워서..

 

기타 등등

많은 이유가 있지만,

또한 그것만도 아닌 것 같다.

 

대개 난 드라마에서 멋진 장면을 좋아한다.

 

물론 내가 멋진 장면이라고 생각하는 그 장면은

대개 다른 사람들도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장면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를 수 있다.

 

난 어느 순간, 어떤 표정이 내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것이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면

그것이 멋진 장면이다.

혹은, 그 장면을 정지해서

한 장의 그림으로 본다고 칠 때

그것이 완벽하게 그 외면의 아름다움을 충족시키는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지닐 때

난 그 장면을 멋지다고 생각한다.

 

대개 어떤 장면이 멋질 때,

그것에 수많은 내용이 함축되어 있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

 

영상미가 뛰어나다고 만인이 떠들어도

전혀 내게 어필하지 않는 드라마의 장면들도 많으니까.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는 장면이

내게 많은 말을 해줄 때도 있다.

 

궁에서의 이 장면은,

나에게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뭔가 말해주지 않았을까?

 

만일 그랬다면

그들은 어떤 속삭임을 들었을까? 

 

 

이 장면에서 내가 느끼는 건 서늘함이다.

  

자기 생파임에도

무슨 국가적인 행사 치루듯

으례적이고 지루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신군은

물장구 치며 놀고 있는

채경과 율, 그리고 그의 일행을 발견한다.

 

 

 

 

 

처음

이 장면에서 이 표정을 보았을 때,

 

난 감탄했었다.

 

무표정하고 권태롭고 생기라곤 없어 보이는

그의 굳은 얼굴에

 

갑자기 스쳐가는 저 서늘한 표정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그날 내내

그에게 뭔가 떠오른 표정이 있다면

저것이 유일한 것이었다.

 

생파가 끝나갈 무렵,

어둠이 내려앉은 팬션..

 

그가 속한 세계와 채경이 속한 세계가

선명하게 대비되며,

 

가슴 설레는 음악

 

'사랑인가요~~'가

배경으로 깔렸었다.

 

그래..

그 노래는 참 희한하다.

 

그렇게 마음에 와 닿는 노래도 아님에도

들으면

웬지 마음이 설레고 들뜬다.

 

청춘의 향기가 느껴진다고 할까?

젊은의 힘이 넘친다고 할까..

 

그 음악과

저 장면은 참 어울린다.

 

동경에 가득찬

낯설고 그러나

뭔지 모르게

가슴을 울리는

 

아니,

 

궁이 시작된 이래

줄곧

냉소적이고 매정하기만하고

사무적이던 신이란 인물에게

 

처음으로 떠오른 어떤 표정이 있다면,

 아마 바로 저 순간일 것이다.

 

저건

어린 소년의 얼굴이다.

 

새로운 것, 신기한 것에 접한

 

그러나

자기가 갈 수 없는

미지에 세계를 멀찌기서 바라보기만 하며

 

어쩐지 그로 인해

더욱 외로와지는 듯..

 

서늘한 표정이다.

 

추억처럼

 

저 표정을 처음 보았을 떄,

역시 설레던 내 마음,

 

나 역시 저 나이에 느꼈을

청춘의 향기를

새삼 그리워하며

 

향수를 느끼면서도

가슴 아팠던

 

그래서

신군의

저 서늘함이 더욱 마음에 닿았던

 

그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