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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2010. 6. 19. 16:06

세상엔 참 여러가지 종류의 인간이 있지만,

그러나

모든 인간은 대개 참 비슷비슷하다.

 

모두 만지면 만져질 듯

실체감이 있고,

 

다들 질리도록 현실적이며,

땅에 발을 단단이 딛고 서서

행여 이 지구라는 별,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자기의 자리를 빼앗길까봐

전전긍긍...

 

학교, 직장, 결혼, 아이들, 남편

 

그 모든 것이

반드시 자기 뜻대로 되어야하고,

그렇지 않거나

남보다 뒤지거나.

혹은

남하고 똑같지 않으면

어떤 대열에서 이탈한 것처럼

소외감과 패배감을 느끼다 못해

초조해하기까지 한다.

 

그게 바로 집단본능이라는 걸까?

 

지금은 몰라두

 

예전엔

아파트에서 한 집이 가구를 바꾸면

그 동은 전부 같은 가구로 바꾼다는 우스개가 있었다.

 

소파며 커튼이며 장롱까지

 

혹은 가전제품까지

남보다 뒤지면 절대 안된다.

 

물론 자동차도 마찬가지이다.

 

남들이 밴을 타고 다니고

그것이 유행하면

 

무슨 짓을 해서든지

나도 벤을 타야한다.

 

그래서

한땐

골목골목마다

커다란 벤,

그것도 자동차 회사 이름만 다를 뿐인

커다란 벤이 어울리지 않게

죽 늘어서 있고

 

주차장마다

어떤게 어떤건지 알 길 없는

똑같은 디자인에

똑같은 색상을 한

벤들이 늘어서 있었던 것이다.

 

그러더니

다시

요즘엔

같은 디자인에

같은 색상을 한

중소형차들이 유행인가보다.

 

우리 집만 해도

주차장에 들어서면

대체 어떤게 우리 찬지 몰라서

 

난 한참 헤매야 한다.

 

어쩜 하나같이

똑같이 생겼을까?

 

한동안 벤이 잔뜩 늘어서 있던

우리 주차장엔

이젠 똑같이 생기고 같은 색상의

중소형차들이 죽 늘어서 있다.

 

난 할 수 없이

우리 차 번호를 외워야했다.

 

워낙

자동차엔 관심이 없고,

눈썰미가 약해서

모든 차가 똑같이 보이는지라

 

차를 바꾼 뒤론

도무지가 어떤 게 우리 차인지

알 길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듯,

모든게 획일화 되어 가고

개성이란 건 말살되어가서

 

길에 나가면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다.

 

비슷한 머리 모양에

비슷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렇다.

 

그런 광경은 싫증도 나지만

한편으론

나와는 무관하게

그들을 스쳐 지나갈 수가 있다.

 

그들은 나의 흥미를 자아내지 못하니까.

 

맘이 편한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으면

모든 게 잘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은 다르다.

 

난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다.

 

물론

그도 화장실을 가고,

밥을 먹고,

웃기도 하고

썰렁한 농담도 한다.

 

그러나..

 

난 그를 볼 때마다

너무나 단정한 모습과

너무나 반듯한 자세,

한결같은 표정에 놀란다.

 

그는 앉을 때

똑바로 앉아서

앞을 바라보지만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그는 모든 것에 무관심하다.

 

그는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인간 관계가 극히 빈약하다.

 

그는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 있다.

 

그는 남들과 같은 게 하나도 없다.

 

그래서

바로 내 눈앞에 잇어도

난 그가 내 앞에 실재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

 

그는 비현실적이고

만지면 그대로 내 손이 허공 속을 덧없이 헤맬뿐

실체가 만져질 것 같지 않다.

그래서 그의 팔을 잡았다.

 

반듯한 슈트를 입어서

전처럼 말라보이진 않았음에도

 

만져보니

역시나 옷을 뚫고 저 안엔 바싹 말라서

뼈만 남은

앙상한 팔이 잡힌다.

 

난 놀란다.

 

이게 사람인가?

아니

이게 남자인가?

그는 정말 남자라는 성을 지닌

평범한 이 시대의 남자인가?

 

대체

이 사람은 누구일까?

 

왜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를까?

 

아니

 

난 사실

그런 것에 짜증낼 이유가 없다.

 

왜냐면 나도 그런 부류의 인간이니까.

그래서

난 오히려 짜증이 나는 것이다.

 

난 살면서

나같은 인간은 본 적이 없다.

 

나처럼

세상과 단절된 인간을 본 적이 없다.

 

그런 단절감에 너무 익숙해서

그 누구와도 소통을 거부하고

 

애초에 누군가와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조차 믿지 않는 내가

 

그를 볼 때마다

나랑 너무 닮아서 화가 나는 것이다.

 

어쩜 그래서

내가 본능적으로 그를 이해하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는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그는 이른바 어떤 세계에선

유명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그 유명한 사람들 틈에

이름 한자락 올려두고 있다.

 

그 유명하다는 사람들이

한 명씩 나와서

자기 얘길 들려준다.

 

그들에겐 가족이 있고, 처자식이 있고, 가정이 있으며,

친구도 있다.

 

그들은 너무나 익숙한 표정과

너무나 많이 본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의 차례가 되었을 때,

난 다시 한 번

놀란다.

 

그는 다른 별에서 온 사람같다.

 

다른 사람들이 반드시 거치는

친한 동료와의 전화 통화조차

그는 하지 않는다.

 

아니

그에겐

그렇게 친한 동료가 없는 것이다.

 

그는

그들을 자기 쪽에서 무시하는건지

 

혹은

그들이 그를 왕따시키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해도

그는 그들과 다르다.

 

 

그는 지나치게 단정하고,

지나치게 반듯하면서도

지나치게 오만하고

지나칠 정도로

동떨어진 뭔가를 지니고 있어서

 

이 세상에 발을 디디고 사는 사람 같지가 않다.

 

그런데

난 그게 어떤건지 안다.

 

나도 그런 사람인 것이다.

 

그게

또한 나를 화나게 한다.

 

그래서

한편

감성적으로 서로를 직감적으로 알아봤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섬세한 윤곽과,

너무나 예민하게 보이는

그래서 병적으로 느껴지는 표정들..

 

뭔가 다른 것을 바라보는 듯

그 무엇도 보지 않는 것 같이

어딘가를 보는 시선..

 

그럼에도

그 입에서 나오는

너무나 직업적인 발언들..

 

그도 사람인가?

아니

그에게도 생활이란 것이 있나?

 

그도

티비를 켜고

벌렁 소파나 침대에 누워서

축구를 보며

열광하겠지?

 

피곤하면

잠자리에 쓰러져서

곤히 꿈나라로 가겠지?

 

나도 저렇게 이상한 분위기를 풍길까?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 특유의,

 

물론

그는 부자이고,

명품으로 휘감았고

고급 차를 타고 다니며,

 

그 바닥에서 성공한 젊은 사람이다.

 

잘생기고,

자신만만하고

자존심 강하고

콧대가 하늘을 찌른다.

 

동시에

내 눈엔

뚜렷이 보인다.

 

컴플렉스와 상처들이..

 

근데

 

대체 그건 어디서 오는 걸까?

 

섬세하고 아름다운 얼굴 한 귀퉁이에서 꿈틀대는

깊은 우수는

왜일까?

 

수수께끼에 둘러싸여

자신을 철저하게 방어하고 있는

두터운 장벽.

 

그 장벽으로

세상과 단절되서

홀로 웅크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으며

그또한

나와 너무나 닮아서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대체

당신은 누구지?

 

정말 그게 가능해?

 

그렇게 사는 게

 

가능하다고?

 

 

아니..

난 안다.

 

그런 사람은

정말 괴팍하고

정말 못되었고

정말 외롭고

 

그럼에도

그걸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절대로 악하진 않고

반듯하고

가진건 자부심과 자존심 뿐이라는 걸..

 

어떻든 다신 만날 수 없을 사람

그렇지만

항상 함께 있는 것 같은 사람

그러나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사람.

 

그러다가 잊혀질 이름..

 

그립고 그립고...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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