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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배반의 장미'를 보고

모놀로그 2024. 11. 20. 19:49

다시 보고 싶어했던 배반의 장미를 드디어 완주했다.

그 결과 처절하게 배반당했다.

 

내 기억 속의 그 드라마가 아니었다.

대체 난 옛날에 뭘 본 걸까?

그리고 왜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걸까?

다시 본 '배반의 장미'는

등장인물들 캐릭터부터 하는 짓이나 대사, 그리고 진행이나 결말까지

요즘 말하는 막장 드라마에 못지 않다.

 

하나에서 열까지 내가 기억하고 있던, 그리고 다시 보고 싶었던 

그 이유들이 전혀 없었고,

그야말로 또라이들의 향연이랄까?

지독한 인간은 더욱 더 지독했고,

악독한 인간은 치열하게 악독했고,

보기 싫은 인간은 김수현답지 않게 구태의연하게 보기 싫었고,

무엇보다 주인공 여자는 몇 대 갈겨주고 싶은 타입이었으며,

주인공 남자는 파렴치했다.

 

 

주인공 여자가 어쩔 수 없이

식물인간인 남편을 버리고 결혼하는 과정은 나름 타당성 있게 그려졌다지만,

내가 보기엔 억지이다.

그녀는 자기 의사라는 것이 없는 맥아리없고 주관없는 울보이다.

실은 가고 싶었던 것이면서 마치 누군가 등을 떠밀어 억지로 간 척하는 위선자이다.

남자는 어떻든 남편이 살아 있는 여자를 꼬시는 역겨운 짓을 해치우는 막장에다가

(그 작자의 자신감이라는 건 결국은 돈에서 나오는 힘)

 

형이나 형수 모두 뻔뻔한 생또라이들이다.

형이란 인간은 그나마 냉소적인 인간미에 본질을 꿰뚫어 보는 힘은 있지만

나약한 날라리이고,

그 주제에 괄시받는다고 입이 대빨 나와서 투덜대며 방탕하게 살면서도

동생을 질투한다.

시아버지는 스쿠루지이고, 김수현 드라마에 반드시 나오는

구두쇠이면서 자기가 필요할 때, 주인공 여자에게만 인간적인 괴퍅한 인간이고

시어머니는 좀 모자라 보이더니

나중엔 지독히 가학적인 괴물로 변한다.

 

식물인간 남편은 편집적인 인간으로 주인공 여자에게 집착하다가

갑자기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여자와 결혼해버린다.

결혼할 이유가 그다지 없는데도 울고불고 매달리던 여자를 포기하고

그 여자를 잊겠다는 이유만으로

절대로 그 여자를 잊게 만들 힘이 없는 사랑없는 결혼을 하는 어거지를 보인다.

 

그 여자는 그야말로 정신 세계가 정상적이지 않아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는 괴물이다.

 

한 마디로 기괴한  드라마였다.

당시엔 왜 저 드라마가 인기가 없을까 의아했지만,

그땐 내가 어려서 그랬었나보다.

인기없는 게 당연한 김수현 작가의 괴작이다.

지루하고 재미없고 등장인물 모두가 가학적이고 괴상한 괴작.

 

실망, 대 실망,

 

제일 역겨운 건

막장 드라마의 악역들이 대개 그러하듯,

악독한 짓을 저지른 악역은 여러 인간들의 인생을 망쳐놓고는

맥없는 용서를 받고 아무런 댓가도 치루지 않고 떠난다는 사실이다.

 

 

이상타.

분명 내 기억 속에서는 처절한 응징을 당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사람의 기억이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