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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궁

궁 23부-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신군과 내 마음의 괴리

모놀로그 2011. 8. 25. 10:34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얼핏 들으면 굉장히 절절한 고백이지만,

내게 이 말은 그렇게 행복한 의미로 와닿지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정말 충족스럽게 행복하다면

저런 말이 나올 심정은 되지 않을 것 같다.

 

 

'과거는 단순하지 않고,

현재는 직설적이며

미래는 조건적이다'

 

지금 신군 앞에 앉아 있는 그녀는

바로 그 단순하지 않은 과거의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거기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이 함께 힘겹게 걸어온 시간의 무게가 느껴진다.

 

신군은 채경을

만나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시간,

그녀를 체혐하고 그녀를 자각하고 그녀를 느끼고

그녀로 인해 마음이 움직였고

그녀로 인해 웃고 울었다.

 

그 수많은 그녀에 대한 경험적인 감성의 변화가

이제 눈앞에 있는 그녀에게 반영된다.

 

 

바로 눈 앞에 있는 채경이는 우연히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지 않았던 과거의 강렬한 경험적 산물이 된 것이다.

그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은 단순하지 않은 그리움으로

눈앞에 있는 그녀에게 투영되고 있다.

그들에겐 그 시간이 추억이라는 무게를 지닌 무거운 추가 되었다.

 

채경이는 그 시간 속을 걷고 또 걸어서 지금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직설적인 존재로 그의 앞에 있으며

그래서 그녀는 소중하다.

너무 귀하고 아까운데,

그 귀하고 아까운 존재 앞에서

자기 자신의 무력함이 느껴진다.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것 외에

뭘 해줄 수가 있을까...

 

그녀는 알프레도가 아니다.

그녀는 다시 미래를 향해서 걸어갈 것이며,

그러면서 다시 변화할 것이다.

 

신군은 지금 그 순간이 멈추지 않기에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그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그리움이다.

 

그녀는 그의 시선 밖으로 언제든 나갈 수 있으니까.

이별을 앞두고 있는 그들의 미래는 조건적이기 때문이다.

 

 

그 단순하지 않은 과거,

나름 절절하게 그 시간들에 자기 자신을 바쳤지만

그 순간들에 대한 회한이 있다.

한 마디로 후회이다.

 

현재 눈 앞에 있지만,

그는 그녀를 그냥 있는 그대로 볼 수가 없다.

그보단

거기까지 힘겹게 걸어온 그들의 관계와,

그 관계 속에서 희노애락을 함께 한 신채경이라는 존재가 그립다.

 

그래서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눈앞에 있는데도 만족할 수가 없다.

 

채경은 그 말에 행복해하지만,

그리고 어쩌면 신군도 그 말을 보다 단순한 의미로 말했을지 모르지만,

 

절대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시간과,

그 시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덩달아 변해갈 관계와 사랑이라는

이름의 얇은 유리병이

그 비정함으로 인해 쉽게 깨져버릴 것만 같은 아스라한 불안과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가?

 

 

물론, 너무 귀하고 소중해서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마음이 될수도 있지만,

그러나 내가 누군가에게 저런 말을 한다면

절박하고 절망적인 그리움이 저런 말을 하는 심리 저변에 깔려 있을 것이다.

 

지금 채경은 그의 앞에 있다.

손을 뻗으면 만질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안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뭔가 안타깝고 불안하고 아쉽다.

그래서 보고 있어도 보고 있는 것 같지가 않고

그립다.

그가 그리워하는 건,

조건적이지 않았던 시간이고, 그 시절의 자신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채경과 신군은 이별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보고 있어도 보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아니 아무리 보고 있어도 만족스럽지가 않을 것 같다.

그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그 짧은 시간에 아무리 쏟아부어도

부족할 것만 같다.

 

극 안에서 신군의 말이 그렇게 내게 전달된다면,

 

나의 신군에 대한 마음은

역시나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고 말하는데,

신군의 채경에 대한 그리움과는 정반대되는 의미가 된다.

 

그의 존재는

궁이라는 드라마에 갇혀져 규정되었고

더이상 진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지 만족할수가 없다.

 

신군은 주지훈이라는 배우가

완성시킨 인물이다.

 

주지훈은 신군이 아니다.

그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의 한 시절에 불과하다.

 

그래서

직설적이지도 않고, 조건적이지도 않다.

 

그리하여

내겐 그립지만 허망한 존재이다.

 

신군의 채경에 대한 마음과는

상반되는 마음으로 난 저 말을 주지훈의 신군에게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