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다모- 장채옥의 거짓말 그리고 진실 본문
1. 다모 장채옥의 거짓말
옥이는 불쌍한 여자이다
관비여서도 아니요
관비로선 감히 꿈꿀 수도 없는 종사관을 연모해서도 아니요
아무런 희망도 없다며 죽음을 벗삼아 갖가지 재주를 부려서도 아니요
오래비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에 대한 무조건적인 끌림을 사랑이라고 오해해서도 아니요
그저 옥이는 평생 거짓말 밖엔 할 수가 없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옥이의 가장 큰 거짓말은 옥이가 노상 입에 달고 다니던
두 가지 문장이다.
'나으리는 제게 피붙이 같은 분이십니다'
'그 자(장성백)를 내 손으로 벨 것입니다'
이것이 윤에 대한 그리고 백에 대한 옥이의 거짓말이다.
난 난희가 옥이의 또다른 분신이라는 생각을 했다.
말하자면 관비가 아닌,
부제학 따님으로 윤을 만났다면 바로 난희처럼 윤에게 행동했을 거라는 뜻이다.
난희는 대뜸 윤에게 청혼을 하는데,
그때
"전 아가씨완 어울리지 않는 서자입니다"
라는 윤의 거부에
난희는 이렇게 당차게 그리고 대뜸 핵심을 찌르는 대꾸를 한다.
"제겐 그저 사랑하는 정인이실 뿐입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옥이의 메마른 눈동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그러나 죽어도 할 수 없는 말을
다른 여인의 입을 통해서 듣는 심정은 어떤 것일까?
더더우기 이제 그의 여자가 될 일말의 가능성마저 차단된 상태에서...
그것은 옥이가 포청으로 돌아오자마자 직면한 현실이다.
다 죽었던 옥이가 윤의 필살기인 천령개의 내리침 이후
깨어났다.
몸은 회복되었고, 그 입에서 흘러나온
'산을 내려가자..장성백'
이라는 한 마디에 윤은 산을 떠났지만
물론 그건 옥이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또한 옥이는 윤이 알 수 없는 일들을 이후에 겪어야했는데,
수월대사에게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란 소릴 들었고
백을 죽이기 위해 속세로 내려가야한다고 했으며
어머니의 죽음 소식을 들었고 그 위패를 부여안고 통곡을 했다.
그리고 산을 내려간 옥이가 나타난 곳은 다름아닌 포청이었다.
옥이는 왜 포청으로 갔을까...
난 늘 그게 궁금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문제지만,
정녕 작가는 아무 생각 없이 옥이로 하여금 포청으로 돌아가게 했을까?
사실 옥이 입장에선
굳이 포청으로 돌아갈 필요는 별로 없었다고 본다.
그대로 어디론가 사라졌어도 방했고 오히려 안전했다.
그럼에도 굳이 산에서 내려가자마자 포청으로 돌아간 이유는
윤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 윤에게 작별 인사라도 하고 싶어서, 그러면서 한번은 더
윤을 만나야할 것 같아서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돌아가자마자 바로 자기는
이젠 영영 입밖에 낼 수 없어진 그 말을
다른 여인이..
자기 자신처럼 윤을 사모하는 여인이 꿋꿋하게 그를 향해서
그 말을 하는 광경을 보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다...그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2. 다모 장채옥의 진실
다모를 보는 내내
난 옥이가 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너는 내 수하이기 전에 내 누이나 다름 없다'
고 했던 윤이 그 거짓말을 깨고
"난 널 아끼는 사내일 뿐이다"
라고 선언했듯
옥이에게도 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윤에게 화답하여
'도련님은 제 사랑하는 정인이십니다'
라고 말하기를 기대한 건 아니다.
옥이 입장에서는
그보다 더 근원적이고 보다 더 절절한 한 마디,
가슴에 맺혀 있는 한 마디가 있다고 믿었다.
그건 내가 그냥 믿은 게 아니라
화면이, 드라마가, 캐릭터가, 모든 흐름이
나에게 그런 암시를 주었을 뿐이다.
난 그걸 캐취한 것 뿐이다.
그러나..다모가 막회에 이르기까지 그 말은 옥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차츰 포기할까 싶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난 내 귀를 의심하는
한 마디를 기어이 들었다.
'도련님~!!산으로 돌아가요~
다신 내려오지 마요~~ '
그 말을 들었을 때
난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죽어가는 윤을 향한 그 절규가 비로소 날 일깨웠다.
그 대사는 옥이 대사 중에서 가장 전율적이다.
바로 저것이구나!
내가 줄곧 기다려온 옥이의 절절한 진실이
바로 저것이구나.
그리고 정말로 기막힌 한 마디구나!
안타깝게 잡힐 듯 말 듯 보일 듯 말 듯 눈 앞에 아른거리면서
막상 손을 뻗으면 잡히지 않던 어떤 실체가 한 순간에 만져지듯
해결나지 않고 날 괴롭히던 실마리가 한꺼번에 풀리는 순간이었다.
'도련님은 제게 피붙이같은 분이십니다'
라는 거짓말은
'도련님,우리 산으로 돌아가요
다신..다신 내려오지 마요'
라는 본심을 숨기기 위한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두번째 거짓말인
'그 자를 벨 것이다!'
에 대한 옥이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나도 너 사랑한다구.
아마도 그 말이
이면에 숨겨진 진실이었을 것이다.
(참으로 옥이란 뇬의 심리는 복잡하기도 하구나)
사랑하기 위해 만난 사람들이 옥백이었으니까~!!
가족처럼 사랑해야 마땅한 사람들은 없지 않은가~!!
결국 옥이의 집요한 거짓말 이면의 진심은 바로
'산으로 돌아가요 도련님'
(산에 있을 때 우린 행복했다구..
산에 있을 땐 도련님은 오로지 내것이었다구..
다모와 종사관이 아니라
장재희와 황보윤이었다구..
아무도 필요없었다구..)
'나도 널 사랑한다구~!'
(본능적이고 본질적인 그리움의 대상, 영원한 나의 진정한 가족,
아무런 희망이 없는 나의 유일한 희망,
내 존재의 근원이여..)
이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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