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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23부- 궁 키쓰신이 주는 슬픔의 카타르시스 본문
오래 전, 그러니까 내가 궁을 보기 전에
난 어느 게시물의 댓글에서
이런 글을 보았었다.
'키쓰신 하면 궁의 키쓰신이 최고지..'
지금 생각하면,
그 댓글을 쓴 사람이 궁팬일수도 있다.
대개의 네티즌들은 까다롭고 심술맞고 가혹하며 냉정하다.
즉, 자기가 좋아하는 드라마나 배우 외엔
모든 것에 대하여 공격적이고 인색하다.
그 댓글을 누가 썼던 간에
내겐 인상적이었다. 왜 인상적이었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나도 모르니까.
그저...내가 궁이라는 드라마에 품고 있던 막연한 느낌과
주지훈이라는 배우,
그리고 그 댓글은 묘한 삼각형을 이루며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이다.
물론 그 느낌은 기억 저 너머로 사라져서
깊숙히 가라앉았지만 말이다.
궁의 키쓰신에 대해선
드라마적으로 보자면,
마무리를 앞두고 강력한 키쓰신 한방으로
궁팬들의 불만을 잠재우려한다는 비난과 불만의 소리도 있었던 것 같다.
냉소적인 글들도 꽤 많이 봤다.
하지만 나는 그보단
다른 의미로 그 장면을 보았다.
앞서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그 미묘한 삼각형이
바로 눈 앞에서 형체화되는 느낌이랄까?
내게 궁은 늘 그렇게 미묘한 느낌을 준다.
캐릭터들도 그러하고
연출도 그러하며
영상도 그렇다.
무엇보다 주지훈의 신군이 그러하다.
궁보다 뛰어나고 균형잡힌 걸작 드라마는 많을 것이지만,
궁처럼 다소는 기형적이면서도
그래서 매혹적인 드라마는 없다.
그리고 내가 궁에서 늘상 받고 있는 그 매혹적인
불균형의 정점을 이루는 것이
바로 신군과 채경의 키쓰신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내겐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드라마 외적인 그 어떤 의도나 정치적 의미를 배제하고
그 장면에 바치는 배우들의 순수한 열정과
그들이 화면과 이루는 하모니는 참 아름답다.
게다가
그 키쓰는
단순한 키쓰라고 하기엔 너무 슬프기까지 하다.
그래서 그 어떤 성인 배우들이 나누는 키쓰신에는 없는
신선하고 아픈 진정성이 넘친다.
그리고 그런 진정성을 그 장면에 부여한 것은
연출보단 차라리 배우들이 아닐까 싶다.
신군이나 채경에게
그 순간은 너무나 긴 시간 억눌러온 자아가
마치 폭발하는 화산을 뚫고 끓어넘치는 용암처럼 솟구쳐오르는 것과 같으며,
두 배우는
그것을 너무나 순진하고, 너무나 순수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 키쓰신을 잘 보면,
신군보단 채경이가 주도하고 있다.
마치 신군이 채경의 친정을 방문했을 때,
채경의 손에 이끌려 낯선 환경 속으로 걸어들어가면서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던 것처럼,
또한 그런 신세계에 호기심과 신선함을 느끼는 소년이 되어서
순순히 채경을 따랐던 것처럼
신군은 채경에게 자신을 맡기고 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자신을 맡기는 것에 기쁨마저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해방감은,
그를 짓누르던 갖가지 압박의 해소에 따르는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는데,
그가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지극히 단순한 본능을
박제당한 듯 스스로 외면하면서
또한 그로 인해 상처받았던 신군으로선
어린애처럼 유순한 정열로
그 카타르시스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채경에게 마구 매달리는 느낌이다.
그건 채경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기나긴 시간 연모하는 마음을 억눌러왔다.
사랑하고 사랑받고자하는 여자의 본능이다.
그 본능이 맘껏 채워지지 않을 떄
원색적이고 단순한 채경에겐 굉장한 부대낌이었을 것이다.
그녀도 어느 틈엔가 신군처럼 자신의 본능에
재갈을 물리고 달아날 궁리만 하고 있었다.
그럼으로써 상처받는 것, 거부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면서 오히려 더욱 상처받고 거부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든 부대낌을 한꺼번에 벗겨내는
카타르시스가 채경에게도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 이르는 동안
두 사람이 겪은 고통과 외로움은 어지러울 정도의 현깃증을 동반한 열정과
그 열정이 빚어내는 황홀한 흐느낌으로 나타난다.
그들의 키쓰는,
19세, 어린 나이의 연인들이
순수한 알몸으로 사랑을 나누면서
스스로가 느끼는 카타르시스와 열정을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그저 서로를 정신없이 어루만지고
마음 속에 끓어오르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연민과 감동을 가능한 최대한 많이 상대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주고 싶어
몸부림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이 느끼는 그 분출하는 카타르시스가
그대로 우리 것이 되는
묘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궁의 키쓰신은, 타드라마엔 없는 진정성이 있으며,
그 어떤 멜로드라마에 없는 뭉클함이 있으며
성인 남녀의 그것이 아니라
서툰 열정에 이끌려다니는 순수함이 있다.
그래서 난 이 장면을 좋아한다.
캐릭터와 영상과 배우가
완벽하게 일체를 이루어
그 어떤 가식도, 느껴지지 않는
그야말로
드라마 궁다운 키쓰신이었다고
난 생각한다.
그리고,
일찌기 내가 어느 댓글에서 봤던
'최고의 키쓰신'이라는 평가에
나도 동감하는 바이다.
물론 그 의미는 다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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