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마왕 19부- 오승하여! 행복해라 본문
해인은
승하에게
'당신이 행복하지 않아서 가슴 아프다'
고 말한다.
승희는,
승하에게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승하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다.
그런데...
난 그들이 오승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왜 그렇게 무의미하게 보이는걸까??
내가 승하라면,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숨이 막히고,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정말 자신의 불행이 더더욱 절실하게 느껴질 것 같다.
아니,
절대로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될 것 같다.
마왕은 걸작이지만,
완벽한 작품은 아니다.
가끔 매우 거슬리는 점이 있다.
공허하고, 무의미하다고 생각되는
대사나 장면이 있다.
물론,
오승하에게 그렇게 계속 불행하게 살라고 할 수 없다는 건 알겠다.
적어도 해인이나 승희 입장에서
저런 말밖에 할 게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가장 안이한 대사라는 생각도 든다.
오승하라는 인물의 비극성에 어울리지 않는
안이하고 너무나 무의미한 대사이기 때문이다.
좀더 다른 대사나 장면이었다면
좋았을걸..하는 생각이 든다.
해인이라는 인물 자체가,
솔직히 젊은 여자치곤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어찌나 설교조에 바른 말만 해대는지
가끔은 싫증이 날 판이다.
오죽하면
마왕 본방 당시에
'계몽 해인'이라고 했을까...
캐릭터가 너무 반듯하고 입만 열면
윤리책에 나오는 것 같은 대사만 읊어대고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현학적인 말을 늘어놓으면,
그것이 나이 지긋한 사람도 아닌
젊고 아름다운 여자일 경우
캐릭터의 매력이 심하게 반감된다.
오승하나 강오수에 비해서
서해인이라는 캐릭터가 깊이나 입체성이 매우 부족했던 건
사실이니
바로 저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절절하고 가슴 미어지는 장면에서
눈물 철철 흘리면서
입에선 줄줄 설교가 쏟어져나오니
이거야
듣고 있기가 좀 민망할 때가 있다.
것도 모자라서
이제 승희까지 나선다.
하기야, 승희의 말은
좀더 밀도가 있긴 하다.
'어떻게 살았어?'
그런 일을 당하고 어린 나이에
어떻게 견뎠어?
그것도 혼자서??
승희는, 동생과 더불어 고아로 자랐고, 힘겹게 살아왔으며
자신은 병자이고 어린 동생은 사고로 잃었다.
오승하만큼은 아닐지나
나름 아픈 삶을 살아온데다가,
아무런 희망도 없기론 승하 못지 않으니
누구보다 승하를 이해할 수 있는 위치이다.
그래서
해인의 말보다 오히려 절실하다.
물론,
해인의
'당신이 내 앞에서 사라질까봐 무서워요'
라는 대사는 좋았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라느니
어둠 속에선 어두운 꿈밖엔 꿀 수 없다느니
하는 설교는 그 장면의 절절함에 찬물을 끼얹는 감이 있다.
승희도 그렇다.
어떻게 견뎠냐는 말은 가슴에 꽂히지만,
이어지는 대사들..
행복했으면 좋겠어
지난 일들 모두 잊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운운
하는 말들은 역시 무의미하게 들린다.
이상하게 승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그에 대해서 알게 되고,
그를 걱정하기 시작하고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아파하기 시작하면서
내겐 왜 갑자기
오승하가 그때까지보다
훨씬 더 고독하게 보이는걸까??
해인이 그런 말을 할수록
승하는 해인에게서 멀어져야하고,
그나마 해인과 함께 있을 때는
평범한 사람처럼 웃을 수 있었던 시간을 잃었다.
이제,
승희 앞에도 나타날 수 없으리라.
그는
오히려 점점 고립되어 가고 있다.
점점 더 혼자 남고 있다.
그가 누군지 몰랐을 때
맺고 있던 인간 관계들이
점점 정리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고별사는,
'오승하여, 행복해라!!'
이다.
그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는가!
그가 어떻게 지난 일을 잊을 수 있겠는가!
만일
그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다 잊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자기 가족 일을 잊을래야 잊을 수 없게
스스로 가족들 옆에 자기의 무덤을 팠다.
그 주변엔 그들을 죽인 자들의
시체가 즐비하고,
오승하의 손엔 피가 묻어 있다.
그런데,
행복해라 오승하여!
이제 그만해라 오승하여!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저,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더더욱 절감하게 만드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자신을 염려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이젠 혼자가 아니라는 의미라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를 염려해주는 건 시기가 늦었고,
그나마 옆에 있던 사람들마저
그로 하여금 떠날 수밖에 없게끔 하는 말일 뿐이다.
눈꼽만치고 위로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더더욱 그를 힘들게 하고
외롭게 하고
비참하게 하는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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