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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22부- 궁과 신군의 딜렘마,그러나 그 매력 본문
궁을 돌이켜보면,
강릉밀월씬까지는
정말 명품 드라마로써
손색이 없었다.
본방 당시에도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영상미는 웬만한 아트 필름 뺨을 친다.
영상미로 유명한 드라마는
'다모'가 있지만,
다모와는 또 다른 것이
궁의 미장센은 꽤 독특하다.
드라마에선 보기 드문 카메라웤이다.
난 그 미장센과 색채감만으로도
궁의 연출가에게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다.
비록 후반들어
캐릭터들이 저마다 자기의 안들호를 찾아
뿔뿔히 떠났다지만,
그래도
그 뛰어난 색채감이나
고적한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미장센은
여전하다.
하긴,
그래서 내가 여러가지 결점에도 불구하고
궁을 좋아하는 거지만.
난 아름다운 장면을 좋아하는데,
궁에는 그런 장면이 너무나 많단 말이다.
달력처럼 아름다운 게 아니라
깊이 있는 이름다움이 넘치는 장면들이다.
그래서
이상한 캐릭터들이 날 열받게 함에도
역시 난 궁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궁의 미장센은
정적이고, 어떤 경우에도 오버하지 않는다.
(혜정전이 나올 때만 빼고...)
매 장면마다
드라마 사상 보기 드물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쓰잘데기 없이
명품에 흠집을 내는 몇몇 캐릭터만 쳐내면
그야말로 완벽할 정도이다.
후반의 궁에서
웬만한 사람이면
다들 신군 때문에 참 안타까왔을 것이다.
그것은 신군이
그야말로
'이럴 땐 어떻게해야하는건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도
어쩌지 못하고
속을 태우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고
딱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또한 궁과 신군의 특별한 개성이자,
매력이기도 하다.
만일 신군이 황태자라는 특별한 신분이 아니었다면
그야말로 짜증나게 답답하고 우유부단하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신군은 황태자이다.
즉, 궁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아주 세뇌받다시피 받아온 인물인 것이다.
제아무리 영특하고 총명하다하나,
아직은 어리고
그의 행동반경이나 사고의 영역은
비좁다.
무엇보다
자기 감정을 적나라하게 발산하는 방법을
황족으로 태어나고,
황태자로 길러진 그는 알지 못한다.
그가 배운 건
절제뿐이다.
황후가 말했듯,
'황제의 가장 큰 덕목은 감정의 절제'
라고 어릴 때부터 배워왔을테니 말이다.
그는 울고 싶어도 울지 못했고
웃고 싶어도
참아야했을 것이다.
외로워도
심심하고 지루해도
무조건 견뎌야했다.
대개의 싸가지 왕자는
트라우마가 있다지만,
이쯤 되면
신군은 정말 자아 자체를 철근으로 칭칭 동여맨
수인이다.
이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신군이라는 캐릭터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고,
또한 이걸 이해하면
궁과 신군의 매력, 혹은 그 딜렘마를 이해할 수가 있다.
왜냐면 그리하여
신군은 자신의 사랑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사랑하는 아내를 잃어버릴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참 어처구니 없는 일 아닌가?
하지만 황태자로만 길러진 그는 정말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죽어도 힘든 것을 어쩌랴??
아무리 채경이가
폐비를 받아들이겠다고 해도
그 순간에
그 앞에 쓰러지며
'제발 나 혼자 이 끔찍한 곳에 남겨두고 가지마~~~'
라고 매달렸다면
어땠을까??
난 채경이가 원하는 것이
바로 저런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채경이는 신군이 그렇게 자라나지 못했음을 이해못한다.
그리고
그가 그러지 못하는 것이
사실 황족, 혹은 황태자이기 때문인 것이라는 이유로
그를 비난한다.
그녀가 걸핏하면
'너희 황족들'
이라며 그 비정함을 탓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바로 황족들이라면
비난할 게 아니라
그런갑다 해야지.
자신의 서민적이고 소시민적인
감정 발산이 꼭 인생의 정답은 아니니 말이다.
그러니
그런 신군의 한계를 이해해주는 것이 바로 사랑 아닐까?
자기 식으로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그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 말이다.
그리고
맘에 안드는 건
이후에 길들이면 된다.
실제로 채경이는,
얼음 왕자 신군을 아주 잘 길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궁의 매력이었다.
다름 아닌
황태자 신군을
길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황태자이기에
길들이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한계를 인정해야했다고 생각한다.
마치 신군이
채경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했듯이 말이다.
그래서
궁에서의 사랑의 깊이와 가치를
보여주는 건
다름 아닌 신군이 되고만다.
그건 에러이다.
왜냐면
실은 신채경의 사랑이야말로
그 가치를 높였어야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궁은 채경이라는 소녀의
궁 입성기, 그리고 신군 정복기
이어서 궁 길들이기가 되어야 했음에도
엉뚱하게도
외로운 황태자 신군의 사랑 이야기가 되버리는 것이다.
하기야
그 바람에
내겐 신군이라는 기막힌 선물을 주었으니
뭐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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