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 22부- 잔인한 사람들 본문
'법도는 황실을 지키는 힘이고, 그 법도를 지키는 것은
황족으로 태어난 우리의 숙명이다'
이것은, 신군이 율군에게 한 말이다.
황실이란
긍극적으론 매우 보수적인 집단이고,
법도라는 것이
황실을 다른 집단과 차별화시키는 근원인 것은
비록 우리나라뿐만은 아닐 것이다.
황실이 아닌, 그저 재벌급의 상류층,
지들끼리 로얄 패밀리라고 스스로 일컫는 집단조차
그들만의 리그에서 지켜야할 룰이 있을 것인데,
하물며
황족이라는 매우 특별한 종족들이 모여사는
세계에 그들만의 룰이 없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다.
따라서,
난 만일 황실이라는 것이
그것도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존재한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법도가 그 종족의 유일무이한 이데올로기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낭랑18세' 라는 드라마만 봐도,
황족이 아닌,
그러나 이른바 한국 양반 계급의 명맥을 이어가는 안동의 무슨무슨씨의 종갓집까지
조선 시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그들만의 법칙을 고집하고 있지 않은가!
드라마 '궁'에선
그 법도가 도마 위에 자주 오르내리지만,
난 그것에 별 저항감이 들지 않는다.
왜냐면
신군의 말은 매우 서글픈 이성의 외침이기 때문이다.
신군인들 법도의 희생자가 아닌가?
아니다.
그도, 황후도 실은 법도의 희생자였다.
하지만
그들은 황족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들의 황족으로서의 기반은 매우 취약하고,
황태자나 황후로서의 입지도 매우 좁음에도
어떻든
그 자리에 있는 한
책임감을 지니고 그것을 지켜주려고 한다.
난 보수적인 인간은 아니지만,
책임감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 바,
자기가 속한 사회에 대해선
나름대로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하기에
법도를 부르짖는
신군이나 황후에게 돌을 던질 마음은 없다.
그들이 법도를 무지하게 사랑해서 그러는 건 아니니 말이다.
율군의 입장에서보면,
자신은 법도의 희생자로
바로 그 법도의 이름 하에 자기 것을 모두 빼앗겼으니
그것을 보상받기 위해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그것이 법도라해도 부수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그러나
애당초 그의 논리는 허점투성이이다.
그는 결코 법도의 희생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대의 악연의 희생자일 뿐이다.
법도가 아니라
오히려 법도를 지키지 않은 자들로 인해서
자기 것을 상실했을 뿐이다.
그래서 난 그에게 공감할 수가 없다.
물론, 그는 그것을 모르고 있다.
그래서 비극적이냐면
그렇지가 않아서 미안하다.
오히려 희극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잘못된 판단 하에 비장한 얼굴로
나름 비장한 행동을 하고 있는데
그게 앞뒤가 안맞으니 희극적인 것이다.
다시 말하기도 입이 아프지만,
그가 채경을 얻기 위한 방법은 법도를 부수는 게 아니라
채경이가 그를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혼을 시켜서 자기 곁에 두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어찌 희극적으로,
그러나 다소는 눈물겨운 희극으로 보이지 않겠냔 말이다.
채경에겐 눈꼽만치도 그럴 생각이 없으니
율군은 그런 의지를 불태우기 전에 채경에게
일단 의사를 물어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자꾸만 솟아오른단 말이다.
그런데,
바로 율군이 그런 결연한 의지를 불태우게끔 한 빌미를 준
채경이가
황실과 신군을 향해
'잔인한 사람들'
이라고 외칠 때
율군 못지 않게 희극적으로 보인다.
내가 보기에 정말 잔인한 건
신군이나 율군이 아니라
채경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신군과 율군 모두에게 잔인하다.
법도란 황실만의 것은 아니다.
황실을 벗어날 때 우리 일반인들의 삶의 기반이 되는
기본적인 도덕이기도 하다.
단지
황실이라는 동떨어진 집단은 매우 비좁기에
그 법도가 숨통을 조일지 모르지만,
그 법도가 황실을 나온다면
우리에겐 보편적 도덕이 된다.
채경이가 법도를 비난할 때,
난 그리하여 혼란스럽다.
황실의 법도란 것이 어떠한 것이든간에,
사촌일망정 자신은 형수를 사랑하니
이혼을 시켜서 내곁에 두겠다고 외치는 건
그 비좁은 테두리를 벗어나
보다 넓은 세상으로 나온다한들
역시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궁이 아니라도
황실이 아니라도
그리고 황족이 아니라도
그것은 법도가 아니라,
인간의 도리 자체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채경이는 율군이 궁에서 쫓겨나게 되었다고해서
다시금 황실과 법도를 비난하며,
율군을 동정하고
신군과 황족들을 비인간적인 집단으로 몰아세운다.
그러면서 동시에 율군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것을 제어하지 않았고,
동시에 율군에게 갈 마음도 없으며
단지 친구일 뿐이다.
그러니 두 남자 모두에게 잔인하지 않은가??
난 신군에게
율군이 불쌍하다는 둥,
외치는 채경을 보면서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율군이 원하는 건 오로지 채경의 사랑일진대
그럴 마음이 없으면서도
자기를 사랑하는 율군은 불쌍하다고 하는 건 너무나 의미가 없고,
그러나 그런 말을 다름 아닌 신군 앞에서 하고 있으니
자기 와이프를 사랑하니 빼앗겠다는 소리를 듣고 있어야하는
신군에게까지 잔인한 짓을 태연히 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걸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신군과 채경이 사이에 일말의 감정 교류가 없는,
오로지 황태자와 그의 비라는 관계만이 존재한다면
그럴 수 있다.
채경이가 신군 아닌 율군을 사랑한다면
그럴 수 있다.
내가 보기에
궁에서 강자는 율군이다.
결코 신군이 아니다.
왜냐면
신군에겐 아군이 없다.
황후를 빼면
모두가 그에겐 적군이다.
하물며 채경이까지 그러하다.
그 이유가 대체 뭘까?
다른 사람은 관두고라도
채경이까지 신군을 비인간적인 집단의 선두주자로
몰아세우는 이유가 뭘까?
율군이 궁에서 쫓겨나게 된 이유는,
신군 말대로
율군이 자초한 일이다.
이상한 일이지만
신군이 하는 말은
내가 듣기에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채경이같은 종류의 인간들은
사실을 이성이 아니라 감성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늘 사실을 말하는 신군에게
잔인하다고 몰아세운다.
난 신군을 편애하여 편파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상식적인 얘기를 하고 있다.
궁에서 신군과 채경이는 서로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렇게 작가는 설정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좋아하는 사이가 아니라
부부이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잔인한 건
부부 사이에 끼어들어
채경이를 사랑하니 놓아주라고 신군에게 강요하는 율군이고,
그 율군이 시키는대로
이혼하겠다고 발언한걸로 모자라,
자기에 대한 사랑을 공표한 댓가로 쫓겨나게 된 율군을
남편 앞에서 불쌍하다고 외치는 채경이로 보인다.
그런데도
잔인한 인간은 늘 신군이 된다.
어째서
채경에겐 신군이 잔인하게 보이는걸까?
채경이는 궁에서 나가고 싶다고 한다.
그 이유가,
신군같이 잔인한 인간들이 들끓는 궁이 싫다는 것이다.
참 신기한 일이다.
누구보다 잔인한 행동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채경이가
아무것도 한 일 없이 그저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신군에게 잔인하다고 외치니
어찌 신기하지 않으랴??
곰곰 생각해서 굳이 그 이유를 찾아보면
채경에겐
신군이 강자로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궁이라는 배경을 뒤에 거느린
신군이 채경에겐 강자로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채경이는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는,
통찰력이나 깊이가 없는 경박한 캐릭터라는 걸
다시 한번
작가가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분명,
채경은 신군과 어떤 종류던
많은 감정 교류를 가졌고,
신군을 좋아한다고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신군이 배경으로 거느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궁과 황태자라는 지위는
그저 허상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것을 누구보다 제일 잘 알고 있는 것이
얼마 전까지만해도 채경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채경이 캐릭터가 자기가 한 말을
자기 스스로 부정하며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지만
이쯤되면 정말 심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솔직히 채경에 대해선 더이상 쓰기도 싫지만
그녀의
그 지겹기 짝이 없는
'잔인한 황족들'
에 대한 앵무새같은 말들과,
자유니 꿈에 대한
무의미하고 피상적이며 무책임한 대사들도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음에도
심각한 얼굴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고 스스로는
생각하고 있으니
점입가경이다.
신채경의 앞뒤 안맞는 언행은
이제 22부가 막바지이다.
다시 말해서
궁의 갈등을 위한 희생양이 되는 것도
클라이막스를 이루고 있다.
그녀가 잔인하다고 돌을 던지는
신군을 향한 잔인한 말과 행동들도
클라이막스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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