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마왕18부- 정태성도 오승하도 아니었던 그의 종말 본문
해인과 승하의 성당대면씬은
오승하가 남몰래, 혹은 자기 자신조차 속여가며
금단의 열매같던 훔쳐낸 시간 속에서
뻔히 알면서도 향유하던 감미로움의 끝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감미로운 시간의 절정에서 미소짓던 사람이
대체 누구였는지 우리도, 그리고 스스로도
알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그 인물은
그 감미로운 시간을 누리는 건 안된다는 것도 알고,
어떻게 끝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알면서도
한번만..
이번 한번만..
하면서 조금씩 걸어들어가다보니
너무 깊이 들어왔다.
해인의 입으로 듣는
'정태성'이라는 이름은
그 인물에게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너무나 아프게 되찾아준다.
그것은 스스로가 정태성이라는 걸 확인시켜주면서
그가 남몰래 훔쳐냈던 감미로움의 정체까지 씁쓸한 환멸 속에서
끝내게 만들었다.
유일하게 자기 자신을 드러냈던 해인의 기억 속에서
힘겹고 지친 뒷모습으로 남아있던
정태성이라는 소년...
소녀의 손을 잡아 우산을 쥐어주던
그 소년은 이번엔 자기에게 내밀어진 해인의 손길을 피해서 뒷걸음질친다.
그 소년은 해인을 잡을 수 있었지만
지금의 정태성의 손엔 피가 너무 많이 묻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정태성이 제일 먼저 입밖에 내는 말은
'난 아무도 필요 없습니다'
'해인씨는 그때처럼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습니다'
이 두 마디이다.
난 이 두 마디가 참 가슴 아프다.
그는 정태성으로 해인을 만났고,
오승하로 해인을 대해왔지만,
막상 해인이를 사랑한 인간은
오승하와 정태성, 이 두 가지 이름과 얼굴과 인격의 빈틈 사이에서
탄생한 제3의 어떤 알 수 없는 존재였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정태성은 아무도 사랑할 수 없고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으며
해인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오로지
'해인씨는 그때나 지금이나 싸이코메트리 같은 것으론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습니다'
라는 말이었다.
저 말은, 그동안 해인을 대해온 미지의 인물의 가면이 벗겨지면서
제일 먼저 튀어나오는 좀 쌩뚱맞을 정도로 비정하고 살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너무나 어린아이같고, 두서없는 말이기도하다.
그래서 가슴 아픈 말이다.
아니 해인을 사랑하게 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만들어진
제3의 인물이 죽어가면서 지르는
단말마의 비명같다.
그는 보기 흉하고 처절할 정도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해인에게서 등을 돌리는데,
그것은
오승하와 정태성
이 두 인물의 틈새에서
탄생한 제3의 인물이
또한 허공에 떠다니는
제3의 시간과 공간을 잡아채서 잠시 빌려다가
그곳에서 해인을 만나며 허용되지 않을 달콤한 꿈을 꾸고 있다가
처참하게 깨어나면서, 불가피하게
그 시간과 공간이 산산히 부서질 때,
그 안에 낑겨 버린 그 인물이
죽어가는 듯한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만 같다.
정태성은
자기가 오승하가 아니요,
그 알 수 없는 매력적인 그 어떤 인물도 아닌,
바로 정태성이 자신의 정체라는 사실에
미칠 것 같은 환멸을 느끼고,
그 환멸에 다시 분노를 느끼고
그 모든 것이
미칠 것 같은 자괴감으로 덮쳐오는 것에
화를 내면서
돌아서는 것이다.
해인 앞에서 자기 자신을 지워버리고
빨리 사라지게 만들고 싶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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