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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마왕

마왕 17부-오수의 삶과 터널

모놀로그 2011. 3. 31. 22:55

더이상 살 수 없다면 죽어야한다.

 

내가 대망이라는 소설을 통해서 얻은

좀 이상한 결론이다.

 

섬찟해서 외면하고 싶어지는 진실이다.

 

더이상 살 수 없어도 우리는 살아야하고, 살고 싶어하고, 살기 때문이다.

 

아주 드물게 더이상 살 수 없으면 죽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생명력이 아주 약해져 있고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기에

죽는 것보다 나을 게 없는 삶을 꾸역꾸역 영위하는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달리

갑자기 그야말로 갑자기

무너지듯 생을 마감한다.

난 그런 사람들도 보았다.

 

승하의 방을 나온 오수의 표정은 전율스럽다.

 

난 오수의 표정에서,

극한에 이른 인간의 소름끼치는 고독과 절망을 본다.

 

그동안 그가 눈감아왔던 것들,

그가 외면하고 잊으려고 애쓰고

자기 연민과 합리화를 통해 멋대로 규정지은 것들 위에

쌓아올린 삶이라는 것의 끝을 보는 것 같은 표정이다.

 

아니,

실제로 자기가 만든 괴물인 승하와 그런 식의 대면을 한 후라면

어떤 인간이던

자기 삶의 기반이 온통 거짓이라는 것을 통감하게 될 것이고,

그때 그는 섬뜩한 고독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를 것이다.

 

살 수 없다면 죽어야하지만

또한 인간은 그럼에도 살기 때문이다.

 

산다는 건

자기 자신을 수없이 기만하고,

수많은 거짓 속에 합류하는 것을 말한다.

 

적어도 그게 살기 위해선 필수적이다.

그래야만

우린 살 수가 있다.

 

우리에게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면

우리가 믿고 있는 이 땅은 그래도 꺼져버린다.

 

승하의 방을 나선 오수의 표정이 그러하다.

 

그는 마치 갑자기 자기가 밟고 있던 땅이 꺼져버린 사람의

미칠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난 오수의 그러한 표정이 너무나 아프다.

 

정태성도 아마 오래 전에 그런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정태성도 더이상 살 수 없었다.

그래서 죽었다.

 

살 수 없다면 죽어야하니까.

가족들이 사라진 그곳을 떠나면서 정태성도 죽은 것이다.

 

그리고 승하라는 존재를 빌어 되돌아와서

잠시 세상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죽었기에

그의 삶엔 기반이라는 게 없고,

기만도 자기 합리화나 거짓도 없다.

 

그런 것이 없어도 그는 살 수 있다.

이미 죽은 인간이니까 무서울 게 없다.

 

가진게 없으니 잃을 것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오수는 다르다.

 

그는 승하가 그런 세월을 보내는 동안,

 

나름 룰루랄라

그의 말대로 살고 싶었던 삶을 씩씩하게

잘 살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의 삶은 기초부터 잘못되어 있었다.

허공에 떠 있는 게 아닌가!

 

바닥이 없었던 것이다.

자기가 딛고 있다고 믿었던 땅은

실은 꺼져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그 위를 걷고 있었던 것이다.

 

오수는 어쩌면 좋을까?

 

이미 극단에 이르러 그것을 초월해버린 승하는

그렇다치고,

 

이제 자기의 삶이 모래성처럼 무너져가는 걸

깨달은 오수는 어쩌면 좋을까?

 

그는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실은 오래 전부터 그도 터널 속에 들어와 있었지만

그걸 미처 알지 못했다.

 

그가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이제야 그도 자신이 갇혀 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승하, 오수 모두 내겐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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