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 11부- 혜명공주와 채경 본문
11부에 들어서야 우린 사진으로만 보고,
말로만 듣던 혜명공주를 보게 된다.
아니,
조선 시대의 룰이 아직도 지배하는 궁에
웬 21세기의 요정이란 말인가?
찢어진 청바지에 펑크스탈의 머리,
그리고, 겉치레는 무시한 언동들,
21세기의 소녀라 불리는 채경이가 무색해진다.
난 황후께 따지고 싶다.
아니,
황후께선 어찌하여 그리도 남녀차별이 심하시옵니까?
황태자는 어떻게든 조선 시대로 끌어내리려고 기를 쓰시고,
황태자비에게도 논어나 효경을 어거지로 머리에 우겨넣으시면서
따님은 어찌하여 저렇게 멋대로 해도 꼼짝도 못하시옵니까?
황태자께는
'엄마'
라는 한 마디에 반쯤 죽여놓으시더니,
혜명공주는 의상뿐 아니라 언어까지 한없이 자유를 허락하고 계시니
이건 당췌@
내가 황태자비라면
시어머니께 단단히 따지겠더이다.
'황후마마, 따님도 효경은 배우셨나요?'
하긴, 공주도 두루두루 다 거친 후에
드넓은 세계로 나갔는지도 모르겠다.
대륙적 기질의 황녀라고
국민들 사이에서조차 이름을 떨치고 있는
혜명 공주는
그러나, 솔직히 내가 보기엔 별 매력 없다.
누구에게나 잘해주고, 항상 웃고 있으며
모르는 게 없다.
난 그런 타입의 인간은 별로이다.
그 까칠한 신군마저
누나!!!
라고 외치며 눈썹 휘날리게 달려와서 품에 안기고,
할마마마와는 셀프 카메라를 찍고,
상궁 나인이며 내관들에게도 두루두루 좋은 얼굴에
호감만땅의 대우를 받고,
이윽고는
황후께
'어머니!'
라고 거침없이 부르니
황후께선
그 머리 모양이며, 옷차림에 기절초풍하시려다
어머니라는 말까지 듣고 잠시 의식이 몽롱해지셨는지
공주가 포옹까지 하는데도 반항을 전혀 못하신다.
황태자께서 슬픈 얼굴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시니,
그 가면 속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계셨을라나?
그러고보면, 역시 신군은 19세 소년,
아직도 엄마에게 어리광부리고 싶는 마음이 죽지 않았나보다.
시누이를 만난 채경은,
평소완 너무나 다른 신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저런 면이 있었나 싶게
누나에게 어리광도 부리고, 명랑하게 수다도 떠는 신군이
신기한 모양이다.
게다가 두 남매는, 채경이가 동석하고 있음에도
너무 심하게 개의치 않고 있다.
뭐하러 동석시킨거람?
그럴 바엔 그냥 둘이서만 놀지.
그들만의 리그를 멍하니 구경하며,
어정쩡하게 앉아 있는 채경이가 안쓰럽다.
뭐 시집살이를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늘 냉정하고 거리감을 두고 대하는 무서운 남편이
자기 누나에게 달라붙어 응석부리는 걸 보면
무지하게 소외감느낄 것 같다.
자기에겐 어렵고, 낯설기만 한 궁을
자기 손바닥처럼 누비고 다니는
거침없고 당당해보이는 혜명공주가
가뜩이나 시누이라 어려울 것이고, 게다가 일말의 선망도 느낄 것인데,
남편과 세트로다가 자신을 왕따시키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할마마마에게 간다면서 둘이 손에 손을 잡고 나가면서,
자기 존재를 잊지 않고
다녀올께!
라고 한 마디해주는 것이라도 감사해야하는건가?
왜 같이 가자고 하지 않는걸까?
역시 궁 안도, 며느리와 딸의 차별대우는 사가와 다를 바가 없구나
싶은 장면의 연속이다.
그래서 알프레도를 쥐어박는 채경의 심정이 알알이 이해가 간다.
'주지훈 > 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궁 11부- 궁과 신군 (3) (0) | 2011.02.08 |
---|---|
궁 11부- 궁과 신군 (2) (0) | 2011.02.08 |
궁 11부- 궁과 신군 (1) (0) | 2011.02.07 |
궁 10부- 신군과 채경의 언어는 포옹 (0) | 2011.02.07 |
궁 10부- 그리움, 그 잔인한 이름 (0) | 2011.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