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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7부 -황태자를 맞이하는 처가집의 자세 본문
서민 출신 황태자비의 친정에
드디어 황태자께서 납시었다.
7부는 6부에 이어
날 무척이나 즐겁게 했던 회이다.
6부도 그렇지만 완성도도 뛰어나고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이 뛰어난 구성으로
잘 짜여져 있으며,
궁이 가장 장점인 뛰어난 영상미도 가세한다.
대개
재미 있는 드라마는
영상미가 심히 부족하다.
또 영상미에 치중한 드라마는 내용이 없다.
영상미도 내용도 없는 드라마도 있다.
물론 영상미도 내용도 있는 드라마도 드물지만 있다.
초반의 궁은 자잘한 에피소드와 영상미가 적절하게 배합되어,
가끔은 부족한 신인들의 연기를
영상미가 메꿔주기도 하면서,
절로 웃음이 배어나오는 므훗한 장면도 버릴 게 없다.
반면에 오로지 달콤한 로코스럽지만도 않아서
더더욱 무게감이 있다.
궁은 7부까지만 보면,
로맨틱 코미디라도 해도
무방할 정도로 분위기도 유쾌하다.
궁에 들어와서 나름 잘 대처하는 씩씩하고 단순하면서도
심지 깊은 채경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 있고,
다른 싸가지 왕자들과는 차별화되는
신군을 지켜보는 재미도 각별하다.
그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7부에서 그는 드물게 매우 단순한 상황에 놓여져서
단순하게 그들과 어울리며
스스로를 단순화시키는 바람에 이채롭다.
6부에서
신데렐라로 등극한 채경은 스스로도 그걸 아는지 들떠 있지만,
신군은 냉담하게 찬물을 끼얹는다.
그러나,
그 냉담함은 매우 수상쩍다. 아무래도
그는 상당히 흔들린 마음을 냉담함으로
감추는 것 같다는 의심을 버릴 수가 없는데,
역시나 무심하게 흘린 채경의 한 마디를
겉으론 무시하는 척 하면서
쉽게 이뤄질 사안이 아님을 배려하여 자신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준다.
그렇게 해결해주고도 여전히 튕기는 게 신군의 재미 있는 점이기도 한데,
그럴 때의 그는, 그가 가진 여러가지 얼굴 중에서
가장 단순하고 어린애같이 짓궃은 면을 보이기 때문이다.
어떻든 황태자 전하의
평민 집안의 나들이이라는 명분으로 신군은
친정 나들이를 하고 싶어하는 채경의 꿈을 이뤄준다.
물론 신군 입장에선
처가짓 나들이지만,
상대가 지극히 평민적인 집이다보니
그게 오히려 좋은 핑겟거리가 되어준다.
신군은 그걸 잘 알고 있다.
장차 황제가 될 몸으로
서민들의 삶을 체험하고 싶다는 말처럼
황제와 황후를 설득시킬 그럴싸한 이유도 없으니..
원래 황족이란 명분을 좋아하는데
그걸 잘 아는 신군이 역이용해서 채경을 배려해주는 것에 써먹는다.
이리하여
7부는
그 처가에서 갑자기 평범한 며칠을 보내는 신군을 보여준다.
난 채경이보단, 그녀의 가족들에게 가끔 감탄한다.
황실을 두고 사는 국민들의,
황실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 것인지 난 알길이 없으나
채경 부모의 황실에 대한 인식은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체 왜 애초에 딸이 황실로 시집가길 바랬을까?
채경의 처분만 바라고 있던 그들의 마인드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그리고 막상 황실로 딸이 시집가자
그들은 무척 즐거워한다.
그런데 그게 전부이다.
그 딸이 사위인 황태자를 대동하고 드디어 납시었다.
그런데,
보통 집에서도 사위가 오면,
딸보단 사위를 더 반겨주는 법이다.
딸은 가족이지만 사위는 손님이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보편적인 한국 가정의 정서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이 황태자 사위가 납시었는데,
장인 장모는 딸만 껴안고 사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로
지들끼리 집안으로 들어가버린다.
물론 뒤늦게 장인은 그나마 제장신을 좀 차리고
사위에게 다가가서 들어가자고 대접을 좀 하려들지만,
채경부터가 난감하다.
같이 왔는데 신군은 세워두고 지 엄마랑 껴안고 난리를 부리다가
신군에겐 손짓으로 들어오라고 대충 하곤
자기는 엄마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가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황태자 사위를 맞는 장모를 좀 보자.
장모가 황태자 사위에게 지극히 무심하고 여염집 사위보다
대우를 안해주는 것도 그러한데,
이건 도무지가 황실의 사돈이
황태자 거동을 생중계까지 하는데 옷차림이 그게 뭔가?
웬만한 가정이라면,
딸이 시집간 후에 첫 신행을 오면
잔치집 분위기에 장인 장모는 한복까지 갖추어 입기도 한다.
그것까진 바라지 않는다지만,
어찌 장모란 위인이 보풀이 일지 않았을까 의심되는
무릎이 튀어나온 바지 차림이란 말인가?
난 채경이보단 그녀의 가족이 참 너절하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구김살없고 명랑한 가족이라는 걸 극단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그 구성원들은 정말 엽기적이라는 생각을 버릴수가 없는 것이다.
황태자 혼자 덜렁 길바닥에 버려두고 지들끼리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할때
나의 놀라움은 절정에 다다른다.
설사 황태자가 아니라해도,
사위가 처음으로 처갓집을 찾아왔는데,
길바닥에 버려두고 집안으로 들어가는 처갓집 식구들이 세상에 있다니..
우리나라 정서로 보자면
참으로 포스트모던하기 그지없는 정신 세계를
채경과 그녀의 부모는 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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