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마왕 3부 - 해인의 꿈, 오수의 의식 속의 승하 본문
12년 전 사건을 자꾸만 악몽으로 꾸는 해인,
그녀의 초능력이 의식 깊숙한 곳에 가라앉은 그 사건의
기억을 자꾸만 자극한다.
물론
그것은
승하와의 거듭된 만남으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반사작용일 것이다.
그리고 승하가 자꾸만 그녀 앞에
나타나는 목적이
바로 그런 효과를 바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한 최초로
over the rainbow를 듣는 승하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노래가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우리는 이제 횟수가 거듭될수록
알게 될 것이다.
오수는 처음부터 오승하를 강하게 의식한다.
그가 어쩐지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다.
단순무식에 솔직한 컨셉으로 변모해서
살아온 오수는
깐죽거리는 말투에
묘한 미소,
한수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기분 나쁜 정중함,
지나칠 정도의 반듯한 예의 속에 감춰진 야릇한 칼날
등등을
민감하게 캐취하고
승하에게 반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단순무식한 컨셉이니만큼
자신이 승하에게 느끼는
그 본능적인 반감과 뭔지 모를 경계심, 불쾌감
등등의 정체를 알진 못한다.
그저 그가 무지하게 거슬릴 뿐이다.
어느 순간에 자기 앞에 나타난 승하라는 인물은,
좀 코믹하게 말하면
문만 열면
그 앞에 서 있는 사람 같다.
미친 듯이 도망치다가
가까스로 벗어났다고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는 순간,
눈을 들어보면
바로 앞에서
예의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무시무시한 존재.
언제부터인가
승하는 자신의 인생에
조금씩 깊숙히 개입한다는 느낌을 주는데
오수는 그것이 싫고, 불쾌하고,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경종 소리를 듣긴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그는 무방비 상태로 그가 자신의 주변에서
계속 알짱거리는 것을 막을 재간이 없다.
모두 그럴싸한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해인의 친구 타로카페에서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랬지만,
그가 해인과도 안면이 있다는 사실로 시작해서
그의 사무장이
자신의 상관과 친구라는 것도,
자기가 쫓던 가해자의 변호인으로 등장하는 것도,
어쩐지 찝찝하지만
무엇보다
여전히 감정을 숨긴
깐죽거리는 말투로 신경을 거슬리는
그야말로 사실만을 말하는 오승하.
말재간으로도 도저히 그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
게다가 승하의 말 이면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도 알 수가 없다.
대체 어느날 갑자기 자신 앞에 나타나서
한걸음씩 조여오듯 다가오는 그는 누구인가?
어두운 취조실 창문을 통해서도
오로지 자신만을 겨냥해서
집요하게 응시하는 시선.
그 시선은 끝없이 오수를 쫓는다.
웬만큼 둔한 인간이 아니고서야
자신의 과거가 있는 만큼,
어느날 날아온 이상한 편지와 타로카드,
그리고 살인사건,
그것과 함께 자신의 인생에 나타난 이상한 인물
등을 잘 배합하면
그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님은
어렴풋하게라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오수 또한 잠재적으론 그것을 느낀다.
그래서 승하만 보면 반감을 느끼고
신경전을 벌이게 되는데,
이 인간은 그 신경전조차 즐기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오수라면,
가장 무서웠을 순간이
바로
친구 순기의 출소 기념 술자리에까지 나타난 오승하를 봤을 때였을 것이다.
순기의 출소를 축하하기 위한
그의 친구들의 모임에 나타난 승하,
둥근 천장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승하의 모습은 마치
지구를 머리에 이고 있는 신화 속의 거인 아틀라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아틀라스가 지구를 양 어깨로 짊어지게 된 것이
그에게 가해진 형벌이었듯이,
그 순간의 승하 역시 특유의 미소와 표정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업보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전지전능한 마왕 같기도 한 이중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런 승하를 바라보는 오수는 거의 공포마저 느끼는 것 같다.
승하가 일에서뿐만 아니라 이제 자신의 사생활 깊숙히까지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
무의식 속에서 경종소리를 올리는데,
그럼에도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오수가
승하에게 던지는 의혹과 두려움과 저항감에
가득찬 시선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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