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마왕 12부- 승하와 성준표 본문
마왕 12부는 승하에게 세번째 변곡점이 되는 회이며,
무엇보다 성준표와 승하의 신경전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명장면의 연속이다.
게다가 이제 완전히 물이 오른 주지훈의 야누스적 연기가
극을 차분하게 이끌면서 그가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조차
극의 중심에 있다는 걸 느끼게 하고 있다.
승하가 성준표를 응징하는 수법은,
소라를 이용해 영철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하던 때의
치밀함과 절묘함에 이번엔 긴박함까지 가세하여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진행되는 사건의 연속이
혀를 내두르게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그가 오수에게 던지는 떡밥은 참으로 교묘해서
성준표를 응징하면서 동시에
그의 친구인 석진과, 아버지까지 끌어들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
무엇보다,
그의 설계도의 첫 시공이 권변이라는 법에 대한 심판으로
시작되었다면,
언론에 대한 심판은 더더욱 준열하다.
그럴것이,
승하의 그물망에 걸린 고기들 중에서도
성준표는 이례적인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는 수사진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며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과연 기자답게 그는 자신의 말대로 진실을 알아내는 것에
대단한 열정을 보여주고,
수사진의 전형적인 관료적이고 구태의연한 수사법을 앞서는
기민함으로 본질을 파악해서 급소를 대뜸 알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진실을 가지고 다름아닌
그의 무책임한 펜으로 인해
승하 말대로 정태훈 일가를 두번 죽이는 데 앞장 섰던 인간으로써
다른 피해자들과는 달리
그 사건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고 승하와 맞서는 당돌함까지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자기가 상대하는 인물이 정태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그 앞에서 떳떳한 얼굴을 하고 있다.
정치 권력이나 법 권력의 타락보다 더 무서운
언론의 횡포를 대표하는 성준표는
제일 무서운 언론의 타락답게 자신의 희생자 앞에서도
너무나 당당하다.
뿐이랴, 거래까지 하려고 한다.
어쩌면 그게 언론이 타락할 경우에 나타나는 전형인지도 모르겠다.
진실을 알면서도 그것을 이용해서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려는 것이다.
정치나 법은 어떤 의미에선 우둔한 데가 있다.
그들은 자신의 앞가림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늘 긴장하고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은 그들보다 가볍고 영리하다.
그래서 그가 부르는 횡포는 정치나 법의 횡포보다 무서운 것이다.
깐죽거리는 태도로 능글거리며 자기가 쥔 사건의 전말을 가지고
거래를 요구하는 성준표는
그가 입에 달고 다니는
'진실'과
승하가 원하는
'진실'
의 머나먼 거리를 절감케한다.
그리고 그런 괴리감이 승하의 가면을 벗기는데,
그 안에선 메마른 살인자의 눈과, 살풍경한 영혼이
고스란히 웅크리고 있다.
그 눈과 영혼이 물끄러미 언론의 뻔뻔스러움을 응시한다.
성준표는 자신에게 도취되어 그것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것이 또한 언론의 맹점이다.
스스로의 힘에 도취되서 눈앞의 함정을 보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꾀에 자신이 넘어가는 아둔함의 절정이다.
12부 도입부의, 강가에서의 대결은 그래서
참으로 멋지다.
특히 긴박하게 이어지는 성준표와, 그를 쫓는 두패거리,
즉 강의원 측에서 보낸 패거리와, 그 패거리를 역이용한
승하가 조종하는 패거리 앞에서
보기 좋게 제3자를 이용하여
일초도 어긋남이 없는 계획으로
성준표의 죽음을 유도하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을 연상케한다.
그래서 12부만으로도 한편의 극이 될 있을 정도의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특히나,
오수와 승하가 엷은 막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엔딩은
치열한 전투 끝에 잠시 찾아든 정적과,
그 전투로 인한 포염이 자욱한 가운데.
승리자인 승하가 전리품을 들고 서 있건만
그러나 그의 눈에 고이는 엷은 눈물은
전쟁의 끝은 허무함 뿐이라는 듯,
갑자기 우리를 허탈감 속으로 몰고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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