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마왕 9부 -지옥문 본문
승하는
오수에게 보냈던 사진에는
지옥문의 잔상을 심었고,
편지에는 단테의 신곡에서 인용한 문구가 씌어져 있다.
그간 우리에게도 잔상으로만 간간히 보여졌던
지옥문이
이제 드디어 그 실체를 완전하게 드러낸다.
단테와 베르길리우스가 지옥을 방문하여 처절하게 고통받는
사람들을 목격한다는 신곡.
그 지목문 앞에 있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엔 심판을 기다리는 사람이지만,
눈을 뜨는 순간에 심판하는 자가 된다.
지옥문...
오수와 해인이 어두운 도서실에서,
잔상을 보고 단테의 신곡의 귀절들을 읊고 있을 때,
승하는 이미 그 지옥문 앞에 서 있다.
그는 거기서 오수를 기다리고 있으며,
오수는 지옥문으로 승하를 찾아가리라 결심한다.
하지만,
지옥문 앞에서 영원한 고통으로 가려는 자는
나를 지나가라고 외치는 승하도 오수나 별반 다를 바 없이
심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그 앞에서 두 사람은 동등해지리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어서 해인이 잔상으로 보는 것은,
누군가 보관함에서 붉은 봉투를 꺼내는 장면과,
지옥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
그리고
333이라는 숫자이다.
그들은 이끌리듯
그 숫자를 찾아나서고,
거기서 발견하는 게 바로 단테의 신곡이다.
이제 정말 본격적으로 지옥문이 열리고
그 속에서 처절하게 고통받는 인간들의
아비규환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조각상들로 표현된 그 끔찍한 고통의 생생한 표정들..
구원받을 길 없는 지옥에 떨어진 인간들의
절망과 두려움에 가득차서 굳어진 눈은
크게 뜨어져 차마 보지 못할 것을 본 듯하다.
난 그 조각상에서 두려움에 가득찬 인간의 얼굴에
승하의 그것이 오버랩된다.
그래서 지옥문의 조각상 앞에서
처연하게 미소짓고 있는 거인처럼 보이고 심판자처럼 보이는
승하는,
눈을 뜨는 순간
심판을 시작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가 혼자서 자기 방에 있을 때
눈을 감고 있다가 천천히 뜨면서
미소를 짓지만,
그건 그저 그의 생각일 뿐,
그가 눈을 떴다고 믿는 순간에도
그는 눈을 여전히 감고 있으며,
그가 인간인 한 눈을 완전하게 뜬다는 건 불가능하고,
그래서 승하 역시 무작정 심판을 기다리고 있을 수 밖에 없으며,
그는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무수한 조각상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는 자신에게 도취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333이라는 숫자를 잔상으로 심어
그들을 단테의 신곡으로 유도하고,
그 안에 붉은 봉투를 찾아내게 하였으니
붉은 봉투 안의 타로카드는
다름 아닌,
성준표에게 보내진 것과 똑같은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어떤 연관 관계를 가지게 될지
자못 흥미로운 9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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