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앤티크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 음미하자, 오프닝

모놀로그 2010. 12. 16. 15:42

 

 

 

 

 

 

앤티크의 오프닝은 정말 아름답다.

수많은 케잌을 빠른 템포로 아름다운 색채감과 더불어

눈부시게 보여주는 영상의 아름다움도 그렇지만,

음악도 절묘하다.

 

그러나, 영상미에 홀려서

그 안에 담긴 중요한 것들을  잠시라도 놓친다면

이 영화의 절반은 놓치는 것이다.

게다가 이해하기도 힘들어진다.

적어도 원작을 안 본 사람들에겐 그렇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만큼

오페라 케잌에 관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 오프닝은,

결국 앤티크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오페라에 관한 설명이

곧 앤티크에 관한 해답을 찾는 열쇠인지도 모른다.

 

 

 

 

오페라 케잌을 인생에 비유하고 있는

오프닝의 멘트와 더불어

주요 등장인물들을 설명하고 있다.

 

앤티크라는 케잌점이 탄생하게 되는

비밀의 열쇠와,

그 케잌점에 모여들 인물들이

그때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가가

오프닝에 함축되어 있다.

 

 

 

 

 

 

 

조금 전에 본 옥상씬에서 그토록 거만하고 당당했던 진혁은
더없이 처참하고 고독한 모습으로
자살을 기도하다가 실패하고
마치 옥상에서 사랑을 고백했다가
모욕을 당하고 비참한 모습으로 도망치던 선우를 연상시키는
몰골로 방바닥에 쓰러져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에
선우는 화사한 모습으로
케익을 만들고 있다.





사랑의 고백의 댓가로 자신의 얼굴에 처발라진
케익..

케잌이라면 소름이 끼칠지도 모르는데

오히려 그는 즐거운 모습으로 그 케잌을 만들고 있는 그는

소심하고 쭈삣거리던 모습은 간데 없고
자신만만하고 행복해보인다.

게다가 복장으로 봐서, 그는 취미 삼아 만드는 게 아니라

직업인 듯 하며,

그가 만드는 솜씨로

'천재 파티쉐'로 곧 우리에게 소개될 선우를 미리 선보인다.

그러나
뭔가 심상치 않은 짓을 저지른 듯
이내 그의 주방은 난장판이 되고...

칼부림이 벌어진다.

이건 선우의 다른 얼굴

'마성의 게이' 로서의

그의 삶의 단편일까?

그의 주변에서 항상 벌어지는 치정 다툼의 일환이다.

마누라가 주방까지 찾아와 벌이는 난장판은,

 

게이클럽의 마스터가 한 말,

 

'게이건, 노말이건'

그저 그가 찍으면 한방에 넘어온다는 말을 연상시킨다.

 

 

 



 

 

 

의미심장한 늙은이와 택시 안에 앉아 있는 날카로운 눈매의 남자
그들의 뒷배경은 오페라 케잌과 각종 케잌들이다.

이유가 뭘까?

아무리 봐도 동떨어진 듯한

두 인물 이면으로 끝없이 펼쳐치는 케잌들,

그리고 그들은 케잌을 먹고 있다.

 

 

 

 

 


 

그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케잌들..

행복할 때 먹는 것이 케잌이라는데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허연 가시 수염에 뒤덮인 늙은 입과

날카롭게 뭔가를 노리는 듯한 중년 남자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케잌은 예사롭지가 않다.

 

 

 

 

 

 

앤티크의 화려안 데코레이션으로 치장된 갖가지 케잌들은

어떤 사건의 주요 모티브이지

단순한 케잌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준다.


 

 

 

앤티크의 주요 멤버인
기범도 소개된다.

그는 권투선수였으며,

수많은 트로피와 팬들로 봐선 꽤 이름 있는 선수였음과,

그러나 침통한 코치의 표정과, 기자회견을 하며

괴로와하는 기범의 모습으로 봐서

그가 더이상 권투를 할 수 없고,

본의 아니게 은퇴하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그는 항상 케잌을 달고 있다.

하다못해 기자들을 향해 고함칠 때조차 입엔 케잌이 묻어 있다.

 

장차 앤티크의 천재 파티쉐의 수제자가 될 것이며,

이어서 어쩌면 케잌광인 그야말로

돈이 아닌, 케잌을 사랑해서 정말 대단한 파티쉐가 될지도 모르겠다.

 

비록 선우는 돈을 벌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말이다.

 

 

이렇듯 

많은 등장인물들이 케잌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서서 날카롭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역시 앤티크의 케잌은 결코 행복한 순간에 먹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영화가 진행되면서 끼어맞추기를 해야할 퍼즐들이
그 오프닝엔 담겨 있다.

그 오프닝을 놓치거나 이해못하는 건
이 영화의 절반을 놓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