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궁

궁 16부- 궁 미장센의 극치

모놀로그 2011. 2. 16. 02:30

 

 

 

 

그 장면부터 이어지는

모든 장면은..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이요,

 

아트필름 뺨치는 미장센이며

그 색감이며

카메라의 움직임은

 

완전히

예술의 극치를 이루며

 

그동안 궁이 추구해온 영상미의

절정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궁 16부를 보면서

진정 놀랐던 이유이다.

 

궁에서,

다름 아닌 궁에서  

동양적 아트필름같은

장면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아트필름처럼

그저 아름답기만 하면 또 다르다.

 

대개의 아름다움은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래서 내면이란 것이 없다.

아름다움 스스로가 자신의 아름다움에 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장면은 다르다.

 

 

 

 

그토록 이 아름다운 장면들은

단지 아름다울 뿐 아니라

그 안에 교묘한 코드들을 품고

나를 떨리게 한다.

 

우리를 숨막히게 하고

온몸을 스멀거리게 하는

미칠듯한 희열과 갈증의 카타르시스를 준다는 점이다.

 

카타르시스라는 말을

거기에 갖다 붙이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수도 있다.

 

하지만,

극도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정신적으론 애틋하고 설레면서

뭔가 채워지지 않는 듯한

1%의 갈증이 주는

카타르시스도 있는 법이다.

 

그렇듯,

 

궁 16부는

경이로움으로 시작해서

경이로움으로 끝나니

 

그 경이로움은

궁의 절정이다.

 

 

 

 

 

채경과 신군이 명분으로 삼은

일출보기는 실패로 돌아간다.

 

비가 오고 있다.

비를 맞는 바다를 보는 건

 

일출을 보는 것보다

훨씬 더 가슴을 적신다.

 

하지만,

신군의 마음을 적시는 건

 

그 바닷가가 아니라,

 

채경이 들려주는

고백이다.

 

'넌 외롭고 불행하고 쓸쓸해..

그래서 널 좋아해..'

 

그 원초적인 이해의 힘은

참으로 크다.

 

일찌기

효린에게서 그가 느꼈던

피상적인 동질감보다,

 

채경이같이 천진한 인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저 말들은

신군같은 인물에겐

천근의 무게로 다가온다.

 

 

 

 

그는

온 세상을 가슴에 품은 듯

깊숙하게

그녀를 응시한다.

 

천 마디 말보다

더 많은 말을 들려주는 깊은 시선이다.

 

그건 채경의 입에서 흘러나온

 

고백보다 더 무겁다.

 

그리고

그 아름답던

궁의 절정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그리고

궁 16회의 도입부에 이어지는 장면들과,

저 장엄한 엔딩만으로도

 

하나의 완전한 작품이며,

아트필름을 표방한

한편의 영화라도 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