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 16부- 궁 미장센의 극치
그 장면부터 이어지는
모든 장면은..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이요,
아트필름 뺨치는 미장센이며
그 색감이며
카메라의 움직임은
완전히
예술의 극치를 이루며
그동안 궁이 추구해온 영상미의
절정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궁 16부를 보면서
진정 놀랐던 이유이다.
난 궁에서,
다름 아닌 궁에서
동양적 아트필름같은
장면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아트필름처럼
그저 아름답기만 하면 또 다르다.
대개의 아름다움은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래서 내면이란 것이 없다.
아름다움 스스로가 자신의 아름다움에 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장면은 다르다.
그토록 이 아름다운 장면들은
단지 아름다울 뿐 아니라
그 안에 교묘한 코드들을 품고
나를 떨리게 한다.
우리를 숨막히게 하고
온몸을 스멀거리게 하는
미칠듯한 희열과 갈증의 카타르시스를 준다는 점이다.
카타르시스라는 말을
거기에 갖다 붙이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수도 있다.
하지만,
극도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정신적으론 애틋하고 설레면서
뭔가 채워지지 않는 듯한
1%의 갈증이 주는
카타르시스도 있는 법이다.
그렇듯,
궁 16부는
경이로움으로 시작해서
경이로움으로 끝나니
그 경이로움은
궁의 절정이다.
채경과 신군이 명분으로 삼은
일출보기는 실패로 돌아간다.
비가 오고 있다.
비를 맞는 바다를 보는 건
일출을 보는 것보다
훨씬 더 가슴을 적신다.
하지만,
신군의 마음을 적시는 건
그 바닷가가 아니라,
채경이 들려주는
고백이다.
'넌 외롭고 불행하고 쓸쓸해..
그래서 널 좋아해..'
그 원초적인 이해의 힘은
참으로 크다.
일찌기
효린에게서 그가 느꼈던
피상적인 동질감보다,
채경이같이 천진한 인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저 말들은
신군같은 인물에겐
천근의 무게로 다가온다.
그는
온 세상을 가슴에 품은 듯
깊숙하게
그녀를 응시한다.
천 마디 말보다
더 많은 말을 들려주는 깊은 시선이다.
그건 채경의 입에서 흘러나온
고백보다 더 무겁다.
그리고
그 아름답던
궁의 절정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그리고
궁 16회의 도입부에 이어지는 장면들과,
저 장엄한 엔딩만으로도
하나의 완전한 작품이며,
아트필름을 표방한
한편의 영화라도 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