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녀유혼-장국영(4)
천녀유혼의 메인타이틀은
가수인 장국영이 직접 불렀다.
이 노래..
참 오랜 만에 듣는다.
대개의 홍콩 영화는
두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지는데,
하나가 홍콩 관객을 위한 광동어, 직접 녹음된 거라면,
하나는 수출을 위한 북경어 더빙판이다.
대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건
당연히 더빙판이라
마치 우리나라 옛날 영화처럼
매끄러운 목소리의 남자 성우와,
떄려주고 싶을만큼 이쁘고 청승맞은 목소리의
여자 성우가 더빙을 한 것을
참고 들어줘야한다.
당연히
메인타이틀도
북경어판과
광동어판이 있는데
참 요상한 것이
똑같은 사람이 불렀음에도
북경어로 부른 것과.
광동어 버전은
목소리까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레슬리는 아다시피
홍콩 사람이니만큼
북경어는 잘 못한다고 한다.
차라리 영어를 잘한다.ㅋ
그의 진짜 음색은
의외로 허스키하고 낮아서
특이하고 매혹적이다.
이 노래도 그렇다.
이것뿐 아니라
영웅본색의 타이틀도 그렇지만
북경어판이
비교적 준수하고 무난하다면,
광동어판은 무지하게 방정맞다.
아마 그건
발음 탓인가보다.
광동어는 시끄럽고
발음이 쎄고
어딘지 모르게
사투리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그래서
점잖고 유려한
북경어와는 판이하다.
광동어로 찍은 영화를 보면,
원음을 들을 수 있어 좋긴 하지만
그 요상한 발음과 억양이
무지하게 깬다.
일찌기 장국영의 팬으로써
그의 작품은 하나도 남김 없이
섭렵한 나로선
(후기 작품은 제외)
천녀유혼의
영채신역은
그의 연기 인생에선
이채롭다.
그는
배우로서는
영 아니올시다라고
적어도 내겐...
생각했지만
이상할 정도로
천녀유혼에서의
영채신역은
그에게 잘 어울리고
도무지가
캐릭터와 배우 사이의 간극이 느껴지질 않는다.
그의 외모는
사실 내 맘에 안든다.
다들 미남이라고 하고,
한땐 홍콩 최고의 미남이라고
칭송받았으며
스스로도 거울을 들여다보며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아니
홍콩에서 누가 젤 이쁘니?
라고 물어보는 걸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나르시즘에 빠져 있는 그가
난 이해가 좀 안되었다.
그럼 왜 장국영을 좋아했냐고?
흠..
우선
천녀유혼이 그 이유의 60퍼센트 쯤 된다.
즉
천녀유혼이 아니었다면
내가 그를 좋아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다른 작품에서의 그는
전부 내 맘에 안드니까.
나머지 40프로는
배우가 아닌
가수로서의 그를 좋아한 것이다.
그는 배우보단
가수로서 재능이 더 뛰어난 사람이다.
그는 내가 좋아하게 되자마자
곧바로 은퇴해버리는 바람에
날 애타게 했는데
징크스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은 대개
내가 좋아하면
곧바로 은퇴니 뭐니 하면서
갑자기 후속작을 눈빠지게 기다리는 날
배신때리고 사라져버린다.
주배우도 예외는 아니었을 정도니..흑흑
그러다
내가 흥미를 잃어버리면
갑자기 나타나서
미친 듯 영화를 찍어대는데
그땐 이미 내 마음은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뒤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쩜 주배우가 돌아와서
마구 작품을 찍어대기 시작할 때쯤엔
기다리다 지친 내가
역시나 고무신 거꾸로 신고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치진 않을까?
흑흑
배우로선
영 아니올시다지만,
그래도 가수로서의 매력으로
버티던 나의 애정전선은,
은퇴한다며 찍은
종횡사해와,
은퇴를 철회한다며 찍은
가유희사로 인해
그만 개박살이 나고만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그를 직접 눈으로 보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애정이 완존 식고 말았다.
천녀유혼에서
그는 색다른 연기를 하는데
난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왜냐면
그는 모든 작품에서
특유의 자의식을 떨치지 못한,
게다가
뭔지 모르게 어설프고 신파스런 연기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비정전은 예외지만
그거야 감독이 왕가위 아닌가~!!
왕가위~!!
그러니 그건 제외하고,
거의 모든 작품에서
그는 겉도는 것이다.
그런데
천녀유혼만은 그렇지가 않다.
그는 완전히
캐릭터와 일체를 이루며
마치 그가 입은 너덜너덜하지만,
영채신이란 인물을 상징하는.
욕심도 없고
순수하고
선량한 인물을
말해주는
그 의상처럼
그 역이
꼭 맞는 것이다.
우선
용모부터 그러하다.
난 홍콩 열풍이 일던 그 즈음
주윤발은 봤지만,
그 너부대대한 얼굴이
활짝 웃는 것도 봤고
도무지가
왜 저 사람이 좋다는거얌?
이러면서 지나쳤지만
장국영은 본 적이 없다.
가끔 사진을 보면
새까맣고 조금만 남자가
얼핏 보이긴 했다.
하지만
그는
어떻든 영화상으론
처음 접하는
홍콩 배우였다.
난 한국 배우를 제외하고
아시아권 배우를
그때 처음 봤다.
것도
쭝국 배우는 말이다.
그런데
어찌나 귀엽게 생겼던지..ㅋㅋ
후에
난 그가 전혀 귀엽지 않다는 걸 알았고,
대체
천녀유혼에선 왜 그렇게
그의 용모가
특별하게 귀엽고
그가 가진 모든 장점이 극대화되었던 걸까
의아하게 여겼다.
난 그가 잘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번도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천녀유혼에선
미남까진 아니라도
아주 귀엽고 맑고
순수하며
이쁘장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게 첨이자 마지막이다.
그래서
난 천녀유혼을 볼 때마다
저거
레슬리 마자?
이러면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