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2010. 10. 25. 03:22

전조~!

 

참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포청천에 전조가 없었다면

아마 그 재미가 3분의 2는 줄었을 것이다.

 

그걸 잘 알아서인가?

제작진은 전조를 무지하게 미남배우만 쓴다.

 

내가 아는 전조는

판관 포청천 오리지날 버전의 전조와,

칠협오의의 전조,

 

즉,

흔히 말하는 가경 전조와, 은준 전조뿐이다.

 

은준 전조는

후에 칠협오희가 아닌

포청천에서도 전조역을 맡았다고 들었다.

 

얼핏 본 것 같기도하다.

 

그런데,

칠협오의에선 그토록 사람들을 열광시켰던 은준 전조가

막상 포청천에서 전조를 맡으니

사람들은 모두 등을 돌렸다.

 

물론

안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우선 나부터 돌렸다.

 

그리고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돌린 걸로 안다.

 

이유가 뭘까?

 

칠협오의에서 전조가 인기였다면,

그건

오로지 전조만의 힘이 아니라

백옥당이라는, 혹은 오서라는 인물들이

백그라운드로 있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들과의 관계로 전조가 존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난 받았다.

 

하지만

포청천의 전조는 다르다.

그는

포증이나 공손책과는 별개로

그 스스로의 캐릭터로 존재하는 것이다.

 

자,

그럼 포청천의 전조와

칠협오의의 전조,

 

두 전조를 비교해보자.

 

이유는 ..

없다

그냥 심심하니까.

 

두 전조는 비슷한 척 하지만

무지하게 다르다.

 

예전,

어린 시절에 봤을 땐

미처 몰랐다.

 

가경 전조도 날렵하고 샤프하게 잘 생겼고,

은준 전조도 달콤하고 감성적으로 준수하게 잘생겼다.

 

그저 잘생기면 장땡이었다.

개인적으론 가경 전조에게 더 끌렸지만

이유는 굳이 분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보고 나니

이유를 알 것 같다.

 

우선 전조라는 인물을 들여다보자.

 

그는,

강호출신이다.

 

사실

난 전조에 대해서 참 궁금한 것이 많다.

 

그는 어떻게해서

강호인에서 제도권으로 들어온걸까?

 

것도 어전 4품 호위라는

벼슬까지 받으면서?

 

포증이 2품이고

현령이 7품이라니

 

4품이면 장난아니다.

 

공손책은 몇품일까?

 

혹시 빵품 아닐까?

 

ㅋㅋ

 

하여튼

그는 강호의 초절정 고수로서

남협 전조라면

그 바닥에선 알아준다.

 

날고기는 강호의 고수들을 물론이요

조무라기들도

 

난 전조다~!!

 

한 마디만 날려주면

알아서 사라져준다.

 

그런 그가 제도권으로 들어왔다.

 

게다가 그 빨강과 검정의

요상한 옷차림을 한

왕조 마한 장룡 조호

라는 묶음으로 불리는 4명의 호위들도

강호 출신이라는 것이다.

 

뭐시기라는 소설을 보면

자세히 나온다는데,

 

솔직히

소설까지 읽고 싶진 않다

 

그냥 누가 요약해서

알려주면 고맙게 듣긴 하겠다.ㅋㅋ

 

포청천에서의 그는 어찌보면

참 단조롭다.

 

특별히 감정을 내보이는 법도 없고,

갈등을 하지도 않는다.

늘 포증 곁에서

사건에만 몰두하며

사생활은 전혀 없고

여자에게도 관심이 없다.

인간 관계도 개인적으론 갖지 않는다.

 

강호의 고수, 것도 무공의 고수치곤,

대단히 이지적이다.

 

머리도 기막히게 돌아가고

눈치도 엄청 빠르며

 

매사에 완벽하다고 해도 좋을 지경이라

어찌 보면

매력 없는 인물이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포증의 전조는 이상하게

강렬한 개성을 발휘한다.

 

개성이 없어야함에도 불구하고

개성적이란 말이다.

 

그럼 칠협의 전조를 보자.

 

그는 준수하고 귀공자같은 이미지에,

순수해보이기까지 한다.

감성적이고

여자에게도 쉽사리 마음이 끌리는 듯

감정적인 요동을

너무나 잘 표현해줘서 탈이다.

 

그래서,

 

바로 그런 이유로

그는 전조스럽지가 않다.

 

어떤 면에선

무공도 세고, 감정적으로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단조롭지 않고

훨씬 매력있어야 함에도

 

내겐

이상하게도

그는 전조라는 느낌이 오질 않는단 말이다.

 

그는 포청천의 전조보다

훨씬 인간적임에도..

 

그런데

바로 그게 문제다.

 

가경 전조의 매력은

그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만 같은

비인간적인 냉쳘함에 있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일에 미친 사람처럼

밤낮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는지..

 

게다가

절묘한 순간에

하늘에서든 땅밑에서든 반드시 등장해서

카타르시스를 주며,

빈틈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독은 또 왜 그리 한번도 안빠지고 당하는지...

 

그렇게 독을 당하고도

그런 젊음과 그런 무공과 그런 미모를

유지하다니

기적이다.

 

이건 농담이고,

 

그는 그렇듯

철인같고 로봇같고 매우 남성적이지만,

동시에 남자스럽지 못하다.

 

그런데

바로 그게 그의 매력이다.

 

그런 그이기에

그가 아주 눈꼽만치라도 감정이 흔들리거나

나약함을 보이면

천근의 무게로 다가온다.

 

혈운비사에서의 전조가 좋은 예이다.

난 채운을 사랑하는 전조보단,

 

채운에게 속아서 독을 당해 누워 있으면서

채운의 손을 잡아

얼굴에 대고

 

어머니..

 

를 중얼거리던 그에게 놀란다.

 

그토록 강인하고 무심하고 냉담하여

도무지가 인간미라곤 없던 전조가

 

어머니..

아파요..

훌쩍

 

외로와요

 

훌쩍

 

나 어떻게 하면 좋아요

훌쩍

 

이러다니..

 

게다가

채운에게 흔들리는 마음이라니..

 

그 무서운 전조가 말이다.

 

좀처럼 보기 힘든 그의 모습에

난 그만

풀썩 주저 앉았다.

 

반면에

 

칠협 전조는

그저 여자만 보면

전부 흔들린다.

 

아민부터 시작해서,

공주님까지

 

다른 편은 안봐서 모르겠지만

 

뭐 옛날 연인까지 찾아가서 난리를 피운다니

 

칠협의 전조는

여자 관계까 복잡하기도 하다.

 

또한 칠협의 전조는 물론

부지런히 여기저기 돌아다니긴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불쑥 나타나서

사건을 깨끗하게 해결해주는

그런 무협적인 카타르시스를 주지 못한다.

그는

오히려 조폭 영화에 나오는 경찰처럼

사건 종료되거나

사건이 종료되려할 즈음에 나타나서

하늘만 좀 날아다닐 뿐이다.

 

진명천자나 곤룡삭에서도

실제 그가 하는 일은 거의 없고

 

그저 아민에게 믿어달라고 애원하며

죽자고 따라다닐 뿐이다.

 

공주도혼에서도

실제로 뭔가 활동하는 건

공주님이나 검객이지

전조는 아니다.

그는 뒷북이나 치던가,

아름다운 표정으로 슬픈 듯이 먼산을 바라보던가

그렇게 마네킹처럼 자신의 잘생긴 얼굴을

보여주는 걸로 만족한다.

 

태세장에선 백옥당이 맹활약한다.

 

나머진 안봐서 잘 모르겠지만,

얼핏 본 노범천조에서도

전조는 별 활동이 없었던 것 같다.

 

둘째로

 

강호출신인 전조는

당연히 제도권에 들어와서,

것도 죽자고 국법의 존엄성만 외쳐대는

포증같이 답답한 사람 아래서 혹사당하노라니

여러가지로 애로사항이 많을 걸로 안다.

 

우습게도

 

그런 애로사항을

가경 전조쪽이 더 많이 표출한다.

 

실제론

감성적이고 감정 표현이 강한

칠협 전조가 그래야할 것 같은데

 

의외로

고지식한 건

칠협 전조이다.

 

우째 이런 일이~!

 

그건 바로 이런 이유이다.

즉,

 

포증 전조는 매우 과격하다.

강호인 출신답게 다혈질이고

따라서 욱하는 성격이 있다.

 

그건 다시 말해서

그가 매우 고지식한 인물임을 보여준다.

 

그는 군더더기가 없다.

그래서 깔끔하고 냉철해보이지만

실은 매우 과격하고 격렬한 성격을

내면에 숨기고 있다.

 

요게 또 문제다.

 

마치 감성적인 면을 내면에 숨기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살짝 터뜨려주면

알아서 쓰러져가듯,

 

냉철하고 담담하게 보이는 그가

한순간에 강호인 특유의

과격하고 격정적인 면을 표출,

그것도 아주 잠깐

표출해주면

완존 죽이는 것이다.

 

대개,

캐릭터가 성공하려면

상상력을 자극해줘야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그렇게해서 성공한 캐릭터 중에서

내가 지극히 사랑하는 캐릭터가

바로 다모의 황보윤과 궁의 신군이 되겠다.

 

그들은 둘 다 비슷하게

냉정하고 감정 표현에 서투르다.

그래서 한 순간에 폭발하는 감정의 에너지는

사람을 돌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포증 전조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그

상상력을 자극하게 한다는 점이다.

 

그게 없었다면

그는 그저 충실하게 포증의 말에 따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독이나 당하고

그 독을 해독하기 위해

가부좌하고 앉아 있는 인물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말고도 그가 하는 일이 있었으니

그런 과격함을

그런 나약함을

 

살짝 살짝 보여줄 때인것이다.

 

 

다시 칠협 전조로 가보자.

 

그는 그의 감정을 쉽게 드러낸다.

우린 아민에 대한 그의 감정을 쉽게 알아낼 수가 있다.

 

채운에 대해선

그저 상상으로

전조가 채운이를 좋아하나벼~~

이런 정도지만,

 

그러다 마지막에야

정말 좋아했나벼~~

하며 눈물짓지만

 

칠협의 전조는

아민을 좋아한다는 걸

한 장면만 봐도 알겠더라.

 

그러니

재미가 없다.

 

가뜩이나 전조치곤 너무 로맨틱하게 생겨서

난감한데

여자만 보면 그저 감정이 흔들거리는 게

눈에 보이니

즐겁긴 할지라도

상상력의 여백은 주지 않을 뿐 아니라

보이는게 전부인 지극히 평면적인 인물이다.

게다가

그는 고지식하고 온순하며

늘 정중하고

도무지가 강호인 출신이라기보단

공무원 출신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늘 공무가 어쩌고..

를 입에 달고 사는 건

둘 다 비슷한데

 

느낌은 어찌 그리 다른가~!

 

포증 전조가

난폭함을 내면에 숨기고 있어서

매우 위험한 인물이라는 느낌을 풍기며

동시에

어묘라는 호칭에 걸맞게 고양이처럼

냉정하고 사뿐사뿐하다면.

 

칠협 전조는

난폭은 커녕

너무 점잖아서 선비같고

강호와 제도권 사이에서 고뇌하는 것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으며,

맨날 공무타령이나 하는

4급 공무원 같단 말이지.

 

하늘을 날고 땅을 기는 무공이야

둘다 비슷하지만

 

포증 전조는 보다 디테일하게

그의 움직임과 순간의 표정을 잘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액션은 섬세하고

우린 긴박한 순간에도

그의 표정까지 볼 수가 있어 실감난다.

 

그런데

칠협 전조는

스케일 크고 다이나믹하긴 한데

그만큼 섬세하진 않다.

 

또한 그가 하늘을 나를 땐

왜 나르는지 이유를 잘 모를 때가 많다.

 

강호인 출신치곤

어찌나 샌님같은지

그냥 과거나 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 마디로

 

포증의 전조가 더 전조스러운 건

 

그는 오히려 공무원스러운데도

강호인 출신이라는 걸

잊지 않게 해주는

묘한 캐릭터의 힘을 유지한다는 것에 있다.

 

칠협의 전조는

오서라는 협객들과 어울려다니면서도

4급 공무원처럼,

 

그 협객들 덕분에 오히려

너무 얌전하고 고지식한  이미지에

유약하고 정도 지지리 많아 줄줄 흘리고 다닌다.

 

마지막으로,

 

포증 전조는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점인데

굉장히 초연하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고,

혹시라도 그럴 경우에도

그걸 내면에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역시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점이다.

 

또한 그런 초연함이 매우 존경스럽다.

 

무공의 고수들이 반드시 지녀야할 것이 있다면

바로 그러한 초연함일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 초연함을

단숨에 벗어던지고

언제라도 한껀 해보겠다는

위태로움을 풍기는 게

전조스러움이 아닐까 싶다.

 

공직의 옷을 입고 있지만

골수까지 강호인인 전조,

 

그 사이에서

초연하게 균형을 잡고 있지만,

여차할 때

그는 강호인의 피를 서슴치 않고

발산하는 것이다.

 

칠협의 전조에게선 볼 수 없는

파워풀함이다.

 

칠협의 전조는

전조라기엔

너무 준수하고 귀공자스럽다.

 

거칠다는 느낌이 없다.

 

냉철하고 떄론 교활하다는 느낌을 줘야하는데

그것도 없다.

 

그래서

난 포증의 전조가

더 전조스럽다고,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