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낙서

강아지 쉐이와 자막 만들기

모놀로그 2010. 10. 21. 18:03

요즘 우리 집의 주요 이슈는

테리라는,

떠난 녀석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얼결에 들어왔다가

갑자기 프린스 테리가 되버린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이다.

 

요크셔테리어에 대해선

나름 편견이 있었다.

 

난 영국 추리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인데,

꼭 영국이 아닐지라도,

대개 탐정을 묘사할 땐

요크셔테리어에 비유하곤 한다.

 

그것도 비슷한 형용사를 쓴다.

 

'테리어처럼 영리하고 민첩한..'

 

이런 문장이 자주 보이는 것이다.

 

테리어는

원래 영국산 사냥개이다.

그렇게 조그만 놈이 사냥개라니?

 

내가 소설에서 주워 읽고 나름 지닌 지식과,

주변에서 보는 테리어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내가 본 테리어들은,

하나같이

우아한 털 속에 주먹만한, 이쁘긴한데,

어쩐지 얄밉게 생긴 얼굴로,

몸집도 어찌나 작은지

한줌밖에 안될 것만 같은 그런 견종이었다.

 

흔히 볼 수 있는 견종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면

대개가 참 비슷했다.

 

우선 털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웃기는 게 하나같이 머리털을 리본으로 묶어서

머리 꼭대기에 올리고,

흘러내린 머리털이 거의 몸을 감싸고 있다는 것이다.

 

요키와 리본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도 있다는 듯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강아지가 있다면,

꺵깽거리고, 짱알거리고, 극성맞고, 달려들어서 핥아대는

그런 강아지일 것이다.

 

떠난 녀석에겐 일체 없었던

그러나 대다수의 애완견들이 가진 특성이다.

물론,

재롱도 많지만 그만큼 앙탈도 심하고, 장난도 심하다.

 

하지만

우리가 키운 애완견이 오로지 떠난 녀석,

시츄 중에서도 유난스레 무뚝뚝한 녀석이다보니.

그 녀석에게 길들여져서

모든 강아지를 그 녀석과 비교하게 된다.

 

테리는

모든 면에서

그 녀석과는 정반대인데,

어찌 생각하면 다행일 수도 있다.

 

녀석과 닮은 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테리가 녀석이 주고간 아픔을

조금씩 지워나가니까.

 

물론

강아지 특유의 비슷한 점들은 어쩔 수가 없지만,

성격이 전혀 다른 건 확실하다.

 

우선

테리는 전형적인 애완견이다.

애교많고, 장난심하고, 사람을 무지 좋아하며

특히 달려들어 격정적으로 애정을 표시하며

온 얼굴을 핥아대고

 

뽀뽀

 

라는 한 마디에

낼름 달려들어

입을 맞추곤 하는 재롱도 주특기이다.

 

테리가 처음 왔을 때

녀석은 아직 이빨도 제대로 안난,

그래서 깨물면 간지럽기만 한

완전 새끼 강아지는 아닐지라도

어떻든 어린 강아지였다.

 

그러나

벌써 석달이 되어가는

지금

녀석의 이빨은

떠난 녀석의 둔중한 이빨과는 비교가 안되게

날카로와서

장난으로라도 깨물면

욕나오게 아프다.

 

또 녀석은 매우 순하게 생겼다.

동시에 둔하게 생겼다.

 

그러나

차츰

우린 녀석에게 속았음을 알게 된다.

 

테리어가 사냥개 출신이라는 걸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장식적인 애완견이 되버렸지만,

 

테리는

우선 생김새부터가

보통 테리어와는 다른 데다가

사냥개로서의 본성이 굉장히 강하다.

난 그 점이 참 신기하다.

 

테리어치곤 몸집도 크고

이쁘지도 않지만,

그러나

녀석은 작은 망아지처럼

늘씬한 다리와

아름다운 털을 가졌다.

 

그런 몸으로

집안을 마치

경주장을 달리는 경주마처럼

질주한다.

 

그때

녀석의 귀는 뒤로 제켜져서 바싹 붙어 있다.

 

뛰는 모습도

전의 녀석과는 아주 달라서

정말 경주마 같다.

 

무엇보다

녀석은 사냥개의 본성을 최근에 나타내기 시작해서

 

이를 갈 기 위해 사다준 뼈들을

여기 저기 감추고 다니는데,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지딴엔

열심히 땅을 파고

그 안에 묻은 후에

잘 다독여서

적(?)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녀석이 파는 땅은

기껏 이불이거나 소파지만,

그리고 녀석이 묻는 곳은

대개 쿠션의 레이스 아래나,

소파 구석,

커튼 뒤,

이불 속

 

가끔 가다

소파에 앉아 있는 내 엉덩이 밑일 때도 있다.

 

요즘 그 놈의 뼈다귀를 여기저기 감춰놓은 바람에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툭 떨어지곤 한다.

 

테리가 얼마나 영리한지

난 놀라곤 한다.

 

이제 몇 개월짜리가 저렇게 영리하면

십 년 후엔

혹시 우리와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닐까 두려을 정도이다.

 

사냥개 특유의 여러가지 본성들을 드러내며

뛰어오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또한 사냥개 특유의 주인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을 바라보며,

 

난 테리어 중에서도

유별난 놈이 왓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늘 생각한다.

 

'테리야...난 너에게 속았다..

난 니가 무지하게 순한 넘인줄 알았거등?'

 

 

 

-자막 만들기-

 

포청천을 보다보면,

화질은 좋은 대신

자막이 없는 영상들이 있다.

 

난 자막을 구하러 돌아다니는 것에 지쳐서

차라리 내가 자막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쓸데없는 일엔 최대한 발휘되는

나의 집념은 그 결실을 맺어서

드디어

난 자막을 만들어 영상을 보는 것에

성공한다.

 

물론,

내가 번역하는 건 아니다

내가 무슨 수로

그 쭝국말들을

번역하겠는가~!

 

단지

저화질은 대개

자막이 입혀져 있다.

 

그 저화질에서

자막을 배끼고,

 

그걸 다시 파일로 만드는 작업에

한참 빠져 지냈다.

 

우아~~

한번 빠지면

당췌 먹지도 자지도 않고

몰두하는 나의

대단한 집중력..

 

그게 왜 쓸데없는 일에만 발휘되는걸까?

젠장~!!

 

하여튼

날밤 새가며

즐거운 놀이를 하며

잠시 시름을 잊는 것도

나쁘진 않다.

 

조금씩 질려가긴 하지만

아직도 산더미처럼

내가 만들 자막이 쌓여 있는 것이

난 기쁘다.

 

요즘엔

컴이 하기 싫어져 가던 참이라

그런 재미가 생긴 게

좋은 것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