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낙서

감정과 관계의 머나먼 거리

모놀로그 2010. 9. 24. 00:09

포청천 2008의 백룡구에서

전조 아저씨는 꽃다운(?)낭자와 사랑에 빠진다.

 

대체 왜 갑자기 둘이 사랑에 빠지는 지

알 길은 없으나..

 

뭐 첫눈에 반했나보다.

 

전조가 연애질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포대인과 공손 선생은

발끝으로 걸어다닐 지경이다.

 

전조는 혼례까지 꿈꾸고 있다.

 

뭐 둘의 닭살 애정행각은 날로 짙어가고,

둘 사이의 크나큰 장벽이었던

낭자의 지병, 불치병, 그러나 실은 위궤양이었던 그 병을

당시만 해도 기적 내지는 굉장한 일이었을

수술을 통해

공선생이 치유해줘서

그야말로

둘 사이를 가로막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럴리가 있는가~!

 

포청천에서 전조는 연애는 허용되지만 결혼은 절대로 안된다.

 

젊고 이쁜 전조도 그게 안되었는데,

아저씨 전조에게 그게 되겠는가?ㅋㅋ

 

대략 전조는 여자복이 지지리 없어서

어쩌다 사랑에 빠지거나,

연애 감정 비스무리한 것에 사로잡힐 경우

참 용케

그 여인네는 범죄자 내지는

범죄자의 따님이나,

동생이나

가족이다.

 

백룡구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병이 큰 장애물인 척 하다가

실은

그 오래비란 작자가

범죄자였다.

 

전조는

사랑과 공무 사이에서 조금 방황하는 듯 하다가

갑자기

그때까지 목매던 사랑을 과감히 떨치고

전호위로 돌아가고

 

뭐 그 다음은 말 안해도 알겠지.

 

여자는 울고불고

살려달라고 애걸하고

 

전조는 뿌리치고

 

그 여자의 오래비는 멋있게 죽고

여자는 통곡하고

 

둘은 헤어지고..

 

자,

하지만 중요한 건

 

둘의 사랑과 이별이 아니다.

 

구태의연한 그들의 애정행각과 이별을 보면서

문득 생각한다.

 

둘은 사랑하는 사이였다.

여기까진 관계이다.

즉,

둘은 연인 관계였다.

정혼자라고 해도 좋다.

 

당시 중국은 정혼만해도

결혼한 걸로 쳤던 모양이다.

 

하긴 조선시대도 그랬지 아마?

 

그러나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끝장난다.

 

왜?

 

그 오래비란 작자가

범죄를 저질렀으니까.

 

그리고

그것을 처단하는데 앞장 선 게 전조니까.

 

그래서

여자의 눈앞에서

그 오래비란 작자가 죽었으니까.

 

잘잘못을 떠나

 

두 사람의 관계는

설사 여자쪽에서 모든 걸 감수하고

지속했다쳐도

그리 오래갈 순 없었을 것이다.

 

난 지금

전조와 그 낭자 얘길 하는 건 아니다.

 

대개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관계는 끝날 수 있다.

어떤 경우에?

 

데미지가 생길 경우에,

그리고

그 데미지는

감정과 무관하게

관계에 치명타를 입힌다.

 

관계가 끝난다고 감정도 끝날까?

 

아니다.

 

관계와 감정은 무관하다.

아니,

 

감정은 조금 뒤쳐진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다.

 

관계가 끝남과 동시에 감정도 끝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늘 감정은 뒤쳐진다.

 

관계가 끝났음에도,

 

서로 사랑하는 것과 무관하게

깊은 데미지가 생겨서

관계를 지속하는게 불가능해짐에도 불구하고

감정이란 놈은

아직 죽지 않는단 말이다.

 

이때,

그 감정에 져서

관계를 지속하는 건

절대로 안되는 짓이다.

 

예를 들어

남편이나 애인이 다른 짓을 했는데

감정이 남아 있거나,

결혼 생활을 끝내는 것이 두려워

그 관계를 청산하지 않을 경우,

 

그 관계와 감정은 어떻게될까?

 

백프로는 아닐지라도

이윽고,

그 감정이란 넘도

느린 속도로나마

언젠간 관계와 나란히 보조를 맞추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관계와 감정이

동시에 끝나버린다.

 

감정이 남아도

관계를 데미지에 걸맞게 청산하면

추억은 남는다.

 

하지만

 

감정과 데미지 입은 관계가

보조를 맞출 경우,

 

추악한 결말을 맞는다.

 

관계를 절대로 지속할 수 없거나,

지속해선 안된다는 판단이 설 때,

 

그 감정이란 넘을

버려야한다.

 

그넘이 아무리 쥘쥘 짜고

나를 붙잡고 매달려도

과감하게 버려야한다.

 

물론,

그 감정이란 넘과 난

서로 부여안고

피눈물을 흘릴 수 있다.

 

그러나

이겨야한다.

 

관계와 감정은

절대로

같지 않으니까.

 

물론,

 

둘이 사이좋게

아무런 데미지 없이

보조를 같이 하며

끝까지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