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작품과 인물

포청천과 사랑과전쟁

모놀로그 2010. 9. 2. 23:33

요즘 나의 낙이라면

 

기를 쓰고 인터넷을 뒤져서

모조리 찾아낸

 

가끔 쓰잘데기 없는 일에 발휘되는

나의 끈질긴 승부(?)욕이

승리를 쟁취하여

 

원하는 전리품을 얻는 기쁨 비슷한,

 

그렇게 힘겹게 찾아낸

포청천 시리즈 전편을

쌓아놓고

 

한편씩 틈틈이 보는 것이다.

 

옛날에 이미 보았을텐데

기억나는게 하나도 없는게 신기하다.

 

앞서 말한

 

혈운비사와,

 

살쾡이 태자,

 

그리고 또 한편의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

내가 기억하는 포청천 시리즈의 전부인데,

 

아무리 뒤져도 그것만은 찾을 수가 없었다.

 

제목을 모르니

더더욱..

 

그런데

아주 우연히

 

제목도 알아내고,

이어서

 

다운도 받았다.

 

이름하여

은원천리..

 

사람 마음은 다 같은가보다.

 

내가 기억하는 저 작품들은

나뿐 아니라

 

포청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기억하고 좋아하더만.

 

하여튼,

 

포청천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사랑과 전쟁이라는,

 

내가 한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열심히 보던

 

어떤 드라마와 참 비슷하다.

 

우선,

 

그 사랑과 전쟁은

꽤 인기가 있는

 

뭣 때문에 하는지 알 수 없는 드라마인지 실제인지 알 수 없는

 

그런 시리즈였는데,

 

하나같이

도무지가 말이 안될 정도로

 

한 사람이

무지무지한 핍박을 받는다.

 

그리고

 

마침내

 

법정..이 아니라

 

무슨 조정위원회인지 뭔지에

나란히 앉아서

서로 잘났다고 다투고

 

판사와 기타 등등의

두 남녀가

 

설교하는 걸로 싱겁게 끝나곤 한다.

 

보고 있노라면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왕짜증이 난다.

 

포청천은

그나마

 

마지막에 가서

그 악독한 인간이

덜컹 목이라도 달아나지

 

이건 뭐

사람이 어떻게 저런 꼴을 당하면서

살 수가 있나 싶을 정도의

 

황당무계한 스토리가

어색한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로

 

엉성하게 이어지다가

 

별다른 카타르시스도 없이

 

스트레스 왕창 주고

끝나버린다.

 

포청천도 그러하다.

 

예전엔 왜 그걸 몰랐을까.

 

아니

오히려 재미있다고 느꼈을까..

 

역시 그땐 어렸구나 싶다.

 

지금은 그만큼

성급해지고

 

참을성도 없어지고

 

신경질도 늘었나보다.

 

마음의 여유도 더욱 더 없어지고

피폐해졌나보다.

 

포청천이 재미있긴커녕

 

무지하게 스트레스 받는다.

 

그러면서도

 

굳이 보는 이유는,

 

전엔

전조에게 매력을 느꼈지만

지금은 오히려

포청천에게 끌린다.

 

그의 태연자약하고

태산처럼 꿋꿋하고

듬직한 자세.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연상케하는,

 

바위같은 모습이다.

 

어떤 경우에도

 

자기 자신의 본질을 잃지 않고

당당하고

떳떳하며

 

한결같은 그 모습이

 

난 부러운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그의 그런 카리스마에

일단 기가 꺾인다.

 

그런 내공은

어디서 오는걸까.

 

아마

난 그런 공력이 부러운가보다.

 

그만큼

지금의 난

나약하고 매사에

자신감을 잃고 있다는 반증이겠지?

 

나도

그에 못지 않게

단단한 인간이었는데

 

어느 틈엔가

 

이렇게 약해졌을까.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다고 하지만,

 

오랜 동안의 투병이

날 나약하게 만들었나보다.

 

하지만,

 

난 몸이 건강하거나 말거나

한결같이

마음도 건강하고 강해야한다고 믿는다.

 

아마

포청천이라면

 

사지가 잘려나가도

눈썹하나 까닥않고

여전히

그 기강은 시퍼렇게 살아 있었을테니까.

 

하여튼,

 

이전과 달라진 점은

 

포청천을 보고 있노라면,

 

악질들이 악질적인 짓을 하는 것을

지켜보는게

몹시 힘들다는 것,

 

기나긴 스트레스 끝에

 

그들의 목이 달아나는 건

너무 짧다는 것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