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낙서

이별, 그리고 새로운 만남...그러나

모놀로그 2010. 8. 19. 23:50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

 

그가 날 버리고 떠날수도 있고,

그의 마음이 변할수도 있고,

뜻하지 않은 이별이 닥쳐와서

본의 아니게 헤어질수도 있다.

 

그러나

이유가 뭐든 중요하지 않다.

 

어떻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다.

 

사랑의 상처로 괴로와한다.

 

주변에서

서둘러

그 상처를 잊게 해주려고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어거지로 이쁘게 차려입고,

낯선 자리에 나가서

낯선 사람과 마주 앉는다.

 

웃는다.

떠든다.

 

마신다. 먹기도 한다.

드라이브도 한다.

 

대화도 나눈다.

 

산책도 한다.

 

그 모든 것이,

 

그 사람과 했던 일이다.

 

그런데

어찌 그리 다르단 말인가.

 

그 다르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더더욱

수선스럽게

즐겁게

웃는다.

 

그러나

가슴엔 피가 흐른다.

 

견딜 수가 없다.

 

웃는 얼굴로 헤어져서

돌아서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집으로 돌아와

이쁜 옷을 벗어던지고

 

침대에 몸을 던진다.

 

그리고

눈물을 흘린다.

 

아주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오늘 바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어디 가도 없다.

 

넌 어디 가도 없다.

 

너와 비슷한 강아지를 찾아서

헤맨다.

 

그러나

없다.

 

이 세상에

넌 단 하나뿐인 존재니까.

 

그리고

사라졌으니까.

 

그래서

할 수 없이

 

맘에도 없이

서둘러

다른 강아지를 구해서

떠안기는 걸

받는다.

 

웃고 떠들고

이쁘다고 호들갑떨고

 

귀엽다고

전의 그 녀석에 비하면

애교가 넘치고 사랑스럽다고

 

다들 웃으며

박수를 친다.

 

그러나

 

아마

다들 속으론 아프겠지.

 

그 녀석이 더욱 생생하게 생각나겠지.

마치 나처럼..

 

우리가 와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다가와서

잠시 꼬리를 흔들다가

귀찮다는 듯

돌아가서

지 방석에 드러눕던 녀석..

 

새로운 강아지는

아직 어리다.

 

그래서

텅빈 집처럼

아직은 맑다.

 

상처도 없다.

 

아무런 두려움도 없다.

 

그래서

처음보는 우리에게

다른 강아지들처럼

장난도 걸고

제대로 나지도 않은 이빨로

자근자근 깨물고

매달린다.

 

그래..

 

다른 강아지들은 저러는데

왜 우리 녀석은 저리도 무뚝뚝하냐고

 

엄마는 투덜대셨다.

 

그런데

난 그 녀석의 그런 점이 좋았다.

 

조용하고,

무뚝뚝하고,

 

매사에 무관심하고

게으르고,

 

그러나

편집적이고

 

자기가 원하는 건

반드시 쟁취하는..

 

자기가 관심 있는 것에만 몰두하고

 

나머진 무시해버리던

 

녀석이

오늘따라 생생하다.

 

십년이 넘도록

녀석은

명색이 주인인 우리에게

 

애교를 떨거나

다가와서

먼저 안기거나,

 

핥거나

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토록 무심하고 고양이처럼 이기적인 넘이었다.

 

그런 녀석을

난 사랑했다.

 

꼭 나같아서.

 

오늘 새로온 녀석은

 

역시 럭셔리한 털을 가진 요크셔테리어이다.

 

우린 모처럼 모여서

웃으며

 

녀석을 추켜세우고

이름을 지어주는 등

 

그러나

그 이면엔

다들 눈물이 느껴진다.

 

녀석의 빈자리가

이다지도 크다.

 

일개 강아지가 떠난 자리가 이렇게 크고

 

그 강아지의 슬픈 최후가 이토록

아플 줄 몰랐다.

 

그래도

우린 살아야하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한다.

 

실연당한 여자처럼

서둘러

선을 봐서

시집이라도 가야한다.

 

맘에 있건 없건...

 

시간이 지나면

다 그게 그거니까..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