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하는 것, 내가 못하는 것
난 게임을 못한다.
난 게임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
내가 말하는 게임은
이른바
리니지니 스타크래프트니
말로만 들은 그런 게임이다.
그런걸 구경도 못해봤지만,
하다못해
벽돌깨기도 난 못한다.
내가 좋아하는 건
보석 게임이니, 과일게임이니
그런 플래쉬 게임이다.
그런데
그것도 실은 지지리 못한다.
가끔은 왜 못하는지 이해를 못할 정도로
정말 바보처럼 못한다.
특히 벽돌깨기는
정말이지
화가날 정도이다.
하지만
난 벽돌깨기나 보석게임이 너무 재밌다.
특히 보석 게임은 내 유일한(?)
컴퓨터 생활의 휴식처이다.
가끔,
마음이 산란하거나
우울하거나
심심할 때,
보석 게임을 즐긴다.
그것도 처음엔 지지리 못했다.
하지만
몇 년을 하다보니
그래도 조금은 늘었다.
점수를 백만점 이상 넘긴 적도 꽤 된다.
이백만점 넘는게 목표인데
한번도 달성해본 적이 없다.
난 운전을 못한다.
흔히 말하듯
난 길치이다.
난 방향감각이 없다.
난 오른쪽 왼쪽도 거의 구별 못한다.
중앙선 침범도 특기이다.
초보 시절
시내에 나갔다가
교통을 마비시킨 적도 있다.
혼자선 한번도 운전대를 잡아본 적이 없다.
내가 운전하면
온 가족이 전부 차에 오른다.
죽어도 혼자선 운전대를 못잡게 한 것이다.
초보 시절 그렇게 버릇을 들여서
난 한번도 혼자 운전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운전을 못하는 이유는
내가 길치이기 때문이다.
내겐 모든 길이 똑같이 보인다.
아마 음치가 나같은 경지에 있는 게 아닐까?
만일 길치만 아니었다면
난 운전을 아주 잘했을 것이다
왜냐면
난 여자가 잘하는 건
전부 못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난 바느질을 못한다.
뜨게질도 못한다.
하물며
단추도 못한다.
내가 옷핀을 달면
반드시 비뚤어진다.
내가
바느질을 하면
아무리 기를 써도
삐둘빼둘이다.
내가 단추를 달면
바보같다.
난 머리도 못만진다.
멋지게
헤어스탈을 스스로 연출하는 재주가 난 없다.
눈썹을 다듬는다던가,
화장을 한다던가,
머리를 멋지게 틀어올려
핀으로 잘 연출한다던가
하여튼 그런 모든 여자들이 잘하는 걸
난 못한다.
다림질도 못한다.
대체 잘하는 거라곤 없다.
그건 나의 오랜 딜렘마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난 각종 전자 제품은 내가 다 설치한다.
청소기가 고장나면 내가 고친다.
웬만한 티비나 오디오, 비디오, 기타 음향 기기및
영상 기기는 내가 다 설치한다.
컴퓨터를 처음 대할 때가 생각난다.
난 켜는 법도 모른 체로
대뜸 컴터를 샀다.
별로 흥미도 없었음에도
그냥 샀다.
아무것도 할 줄도 모르고,
할 것도 없고,
통신이나 채팅에도 흥미가 없었음에도
난 그냥 샀다.
그리고
벌벌 떨면서
멀거니 며칠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날부터인가
밤새워 컴터랑 씨름을 하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씨름하다보면
새벽 동이 터오기가 일쑤였다.
포토샵이며,
캡쳐며,
동영상이며
기타 컴터가 일으키는 문제들이며
전부 나 혼자 익힌 것이다.
물론
여기저기 다니며
얻어들은 풍월은 있지만
학원을 다닌 적도 없고,
서적을 들여다보며
연구를 한 것도 아니다.
지금도
동생넘이 컴터가 고장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날 찾는다.
엄마도 종일 날 불러서
컴터 문제를 해결한다.
참 이상하다.
왜 난 이런 쓸데없는 걸 잘하고
실생활에 필요한 건 못하는걸까.
나도 여자들이 잘하는 걸
잘하고 싶다.
이쁘게 화장하고
머리 모양도 세련되게 꾸미고
바느질도 잘하고
눈썹도 이쁘게 다듬는 등
여자스러운 걸 잘했으면 좋겠다.
난 왜 그런 걸 못할까.
운전도 잘했으면 좋겠다.
아니
운전은 잘한다.
단지
길을 못찾을 뿐이고
방향 감각을 몰라서
헤매는 게 두려울 뿐이지.
ㅋㅋ
운전이야
그냥 밟으면 나가는 거니까.
나도 가끔 미친 듯이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싶다.
운전을 하면
정말 신날 것 같다.
게임도 잘했으면 좋겠다.
컴터를 남못지 않게 다루지만
이상하게도
게임은 못하는 게 화가 난다.
벽돌깨기도 못하고
보석 게임도 못하는 게
화가 난다.
나도
각종 어려운 게임들을 잘했으면 좋겠다.
하긴
난 게임이 별 재미가 없긴 하지만..
난..
내가 생각해도 참 이상하다.
왜 필요한 건 못할까.
왜 쓸데없는 것만 잘할까...
왜 인연을 잘 만들지만
이어가진 못할까.
왜 난 인간에게 쉽게 싫증내고
돌아서버릴까.
왜 난 남들이 잘하는 건
다 못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