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2010. 8. 5. 20:58

허벌나게 덥다.

 

여름이 싫다.

 

언제나 여름이 싫었다.

그러나...

 

전엔 희망이 있었다.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온다.

 

가을..

 

일년에 한번 만나는 사랑하는 사람처럼

내가 너무나 사랑했던 가을..

 

그러나

언젠가부터

가을도 사라졌다.

 

적어도 내가 아는 가을은 없다.

 

칼날같은 바람과,

아득히 먼 하늘..

 

공기 속에 가득한

뭔지 모르게

가슴 설레는 그 서늘함.

 

그게 너무 좋아서

그게 너무 좋아서

 

여름이 가면 만날 수 있는

가을이 있어서

 

여름을 견딜 수 있었다.

 

난 지금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걸까.

 

난 왜 이런 시대를 살고 있을까.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이상하게 쫓기는 것 같고,

살벌하고, 황폐하며

 

획일화되버린

이상한 시대.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보면

과연 나와 같은 종족인가 의심스럽다.

 

그들과의 거리가

내가 세상에 대해 느끼는 거리와 같다.

 

이 세상을

내가 사랑했던 이유들이

하나씩 사라져간다.

 

우리 식물강아지는

차도가 없다.

좀 좋아지는 듯 하다가도

다시 그냥 그렇다.

 

그래도

물이며 먹이는 열심히 받아먹는다.

참 이상도 하지.

 

다른 강아지들은

저 정도면

안먹는다는데

 

쟤는 저 지경에도

어쩜 악착같이 받아먹을까.

 

아무러면 어떠랴.

 

그냥

세상에 있으면 되지.

 

인간처럼 골치아픈 존재도 아니고,

 

새털같이 가벼운 존재..

너무나 순결해서

저렇게 식물 강아지가 되서 누워 있어도

여전히 이쁘고

사랑스러운..

 

인간은 죄가 많아서 그렇게 추한걸까?

 

중환자실이나

중환자 병동에서 본 사람들을 얼핏 떠올리며

 

실은 녀석이

그들과 비슷한 상태일텐데도

 

너무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날 슬프게하면서도

경외심을 느끼게 한다.

 

 

아..

 

허벌나게 덥다.

 

그래서

난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