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낙서

우리 강쥐야...미안해

모놀로그 2010. 7. 31. 09:35

새벽부터 난리부르스가 벌어졌다.

어제 밤부터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다.

 

엄마는 날밤을 샌 모양으로

듣자니 새벽 4시부터

녀석과 씨름을 한 모양이다.

 

화장실에 가려고

잠에서 억지로 깨어났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그 바람에 잠을 설치고,

더이상을 잘 수가 없어졌다.

 

심란해서 왔다갔다하다가

모처럼 쉬고 싶은 주말 아침부터

스트레스를 받아야하는 게 화도 나고,

짜증도 난다.

 

그러나..

 

거실에서

빈방으로 병석을 옮긴 녀석이

맥없이 늘어져 있는 걸

가만히 보고 잇노라니

 

갑자기 울분이 치솟는다.

 

우리 자신에게

수의사란 인간들에게

미칠듯한 분노가 치민다.

 

저 죄없는 생명이

어째서 저런 고통을 받아야하는가~!

 

바로 인간들 때문이다.

 

명색이 수의사며, 주치의라는 인간들이

어째서

결석이 있는 강아지는 신부전증에 걸리게 된다는 걸

알려주지 않은걸까.

 

더더우기

걸핏하면 데려고갔던 주치의란 인간을 제일 용서할 수 없다.

 

결석을 방치하면

신부전증이 된다고 우리에게 말해 준

인간은 왜 단 한명도 없단 말인가~!

 

그것도 주치의라는 작자가 말이다.

 

오히려 왜 수술을 시키냐며

반대한 인물 아닌가~!

 

우린 멋모르고 그 말을 따랐다.

 

그러니

우리도 단죄받아야한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그토록 무심하고 무지햇던

우리도

단죄받아야한다.

 

우리의 무지함으로 인해

아무 죄없는

무결하기 그지 없는

강아지 한 마리가,

 

그것도 생명인데

지금 고통받고 있다.

 

아직도 커다란 눈으로 날 가만히 바라본다.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온몸에서

소변 냄새가 진동한다.

 

물을 너무 먹여서

특유의 고약한 냄새는 아니지만,

 

목욕을 시키지 못하니

온몸이

소변 냄새로 쩔어 있다.

 

서 있을 기력도 없어서

누워 있다.

 

억지로 세워놓으면

쓰러진다.

 

그러나

눈빛은 살아 있다.

 

아직은 물도 받아먹고

사료도 받아먹는다.

 

닭고기 캔도 먹는다.

 

그러나

 

내겐 점점 쇠약해져가는 녀석의

모습이 보인다.

 

가슴에 꼭 끌어안고

대성통곡한다.

 

미안하다..

 

우리가 몰랐어.

몰라서 널 이렇게 만들었어,

니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데..

 

우리 귀하디 귀한

이쁜 강아지를

우리가 이렇게 만들었어.

 

우리가 아무것도 몰랐어.

 

너무 무지하고

무심했어.

 

결석이 있는 강아지는

신부전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을

그 많은 수의사며

널 십년 가까이 치료한 주치의라는 작자도

알려주지 않았어,

 

우리도

아무런 공부도 하지 않고

널 방치했어,

 

그래서

아무런 죄도 없는 니가

이렇게

고통 속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어.

 

미안하다

미안해...

 

쓰다듬으며

가슴에 꼭 끌어안으며

 

눈물을 쏟고

미안하다고 외치고..

 

그러나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우리는 너무나 무력한데..

 

아무런 희망도 없는데..

 

아직은 물이나 사료를 받아먹는게

그나마 유일한 희망이랄까.

 

하지만

그것조차

내 가슴을 찢는다.

 

우리 강아지가

왜 저런 고통을 당해야하지?

 

인간들이 저렇게 만들었다.

 

바로 우리가,

 

내가

엄마가..

 

귀하디 귀한

생명을

저렇듯

무방비상태로

고통받게 하며

 

손을 쓸 엄두도 못내고

그 고통을 덜어줄 용기도 못내고 있다.

 

그저

안고 울뿐이다.

 

우리에게 그토록 많은 기쁨을 주었던

사랑스런

우리 강아지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고

 

귀한 생명체이다.

 

그런데

우리의 잘못으로

저렇게

고통받게 한 이 벌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

 

주말 아침부터

미칠 듯한 분노와

자책에 사로잡혀

 

통곡한다.

 

미안하다..

 

우리 이쁜 강아지야..

정말 미안하다.

 

베키에게 했던 그 무의미한 말을

또다시 너에게 해야하는구나.

 

미안하다..

 

사랑하는 내 강쥐야

 

미안해...

미안해...

 

용서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