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쥐야...미안해
새벽부터 난리부르스가 벌어졌다.
어제 밤부터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다.
엄마는 날밤을 샌 모양으로
듣자니 새벽 4시부터
녀석과 씨름을 한 모양이다.
화장실에 가려고
잠에서 억지로 깨어났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그 바람에 잠을 설치고,
더이상을 잘 수가 없어졌다.
심란해서 왔다갔다하다가
모처럼 쉬고 싶은 주말 아침부터
스트레스를 받아야하는 게 화도 나고,
짜증도 난다.
그러나..
거실에서
빈방으로 병석을 옮긴 녀석이
맥없이 늘어져 있는 걸
가만히 보고 잇노라니
갑자기 울분이 치솟는다.
우리 자신에게
수의사란 인간들에게
미칠듯한 분노가 치민다.
저 죄없는 생명이
어째서 저런 고통을 받아야하는가~!
바로 인간들 때문이다.
명색이 수의사며, 주치의라는 인간들이
어째서
결석이 있는 강아지는 신부전증에 걸리게 된다는 걸
알려주지 않은걸까.
더더우기
걸핏하면 데려고갔던 주치의란 인간을 제일 용서할 수 없다.
결석을 방치하면
신부전증이 된다고 우리에게 말해 준
인간은 왜 단 한명도 없단 말인가~!
그것도 주치의라는 작자가 말이다.
오히려 왜 수술을 시키냐며
반대한 인물 아닌가~!
우린 멋모르고 그 말을 따랐다.
그러니
우리도 단죄받아야한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그토록 무심하고 무지햇던
우리도
단죄받아야한다.
우리의 무지함으로 인해
아무 죄없는
무결하기 그지 없는
강아지 한 마리가,
그것도 생명인데
지금 고통받고 있다.
아직도 커다란 눈으로 날 가만히 바라본다.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온몸에서
소변 냄새가 진동한다.
물을 너무 먹여서
특유의 고약한 냄새는 아니지만,
목욕을 시키지 못하니
온몸이
소변 냄새로 쩔어 있다.
서 있을 기력도 없어서
누워 있다.
억지로 세워놓으면
쓰러진다.
그러나
눈빛은 살아 있다.
아직은 물도 받아먹고
사료도 받아먹는다.
닭고기 캔도 먹는다.
그러나
내겐 점점 쇠약해져가는 녀석의
모습이 보인다.
가슴에 꼭 끌어안고
대성통곡한다.
미안하다..
우리가 몰랐어.
몰라서 널 이렇게 만들었어,
니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데..
우리 귀하디 귀한
이쁜 강아지를
우리가 이렇게 만들었어.
우리가 아무것도 몰랐어.
너무 무지하고
무심했어.
결석이 있는 강아지는
신부전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을
그 많은 수의사며
널 십년 가까이 치료한 주치의라는 작자도
알려주지 않았어,
우리도
아무런 공부도 하지 않고
널 방치했어,
그래서
아무런 죄도 없는 니가
이렇게
고통 속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어.
미안하다
미안해...
쓰다듬으며
가슴에 꼭 끌어안으며
눈물을 쏟고
미안하다고 외치고..
그러나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우리는 너무나 무력한데..
아무런 희망도 없는데..
아직은 물이나 사료를 받아먹는게
그나마 유일한 희망이랄까.
하지만
그것조차
내 가슴을 찢는다.
우리 강아지가
왜 저런 고통을 당해야하지?
인간들이 저렇게 만들었다.
바로 우리가,
내가
엄마가..
귀하디 귀한
생명을
저렇듯
무방비상태로
고통받게 하며
손을 쓸 엄두도 못내고
그 고통을 덜어줄 용기도 못내고 있다.
그저
안고 울뿐이다.
우리에게 그토록 많은 기쁨을 주었던
사랑스런
우리 강아지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고
귀한 생명체이다.
그런데
우리의 잘못으로
저렇게
고통받게 한 이 벌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
주말 아침부터
난
미칠 듯한 분노와
자책에 사로잡혀
통곡한다.
미안하다..
우리 이쁜 강아지야..
정말 미안하다.
베키에게 했던 그 무의미한 말을
또다시 너에게 해야하는구나.
미안하다..
사랑하는 내 강쥐야
미안해...
미안해...
용서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