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궁

궁 7부- 꽃보다 남자와 궁의 서민들

모놀로그 2011. 2. 4. 20:11

꽂보다 남자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도 물론 본방 때는 보지 않았다.

 

그때쯤엔 싸가지 왕자들에게 좀 지쳐갈 때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날잡아 보리라고 기대는 했다.

 

싸가지 왕자님과 씩씩한 아가씨들의 사랑 얘기는 어떻든

대개 재미 있으니까.

 

하지만 바로 그 꽃보다남자로 인해서

싸가지 왕자들의 행렬이 그만 끝장을 보게 될 줄이야...

 

꽃보다남자를 보면서 제일 거슬리던 말이

 

'서민'

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짜증나는 건

바로 그

 

'서민'이라는 말에

별로 화를 내지도 않고,

반감을 느끼지도 않는 서민들이다.

 

그 말이 난무하는 곳은

다름 아닌 학교였다.

 

 

꽂남의 네 남자는

물론 부잣집 아들이다.

 

그러나

단지 그뿐이다.

 

물론,

그들은 단지 부잣집 도련님일뿐 아니라

다들 나름 한 가닥 한다.

 

지후인지 시후인지는

대통령 집안이었고,

예술가이다.

 

김범역은 이름은 모르지만

역시 이름난 도예가이다.

 

뭐 이런저런 재주가 많더만.

여자 후리는 재주까지 포함해서.

 

나머지 한 명은

그나마 젤 내 맘에 드는데,

 

사실 뭐하는 인물인지 정체가 정확치 않다.

 

주인공 구준표로 말하자면,

 

그는 우리나라로 치면

삼성쯤 되는 집안의 아들인가보다.

 

그는

다른 친구들에 비하자면

거의 유딩 수준의 정신연령에

무지하기 그지 없다.

할줄 아는 것도 없고,

단순하기가 웬만한 싸가지 왕자들이 부끄러워서

자기들의 반열에 올리기 거절할 정도이고,

 

(싸가지 왕자들의 특징이 지식면에선 남부럽지 않다는 것이니..)

 

자기 지위를 스스로 즐기며

어린 나이에 벌써

돈이면 뭐든지 해결된다고 믿고 있는데다가,

 

스스로를 님이라고 칭하는 것이 그저 왕자병이라고 하긴 부족해서

다른 단어를 개발해야할 참이다.

 

그는

자기 집안에서 세운 학교라는 이유만으로

교장까지 짜르라는 말을 서슴치 않는다.

엽기적인 정신 세계가 아닐 수 없다.

그건 싸가지가 없는 게 아니라

제정신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난 그가 매력 없다.

남성적인 매력이 없는 것이다.

 

겉모습은 그럴듯하지만

정신 세계의 연령이

유딩인 것까진 몰라도, 하는 짓까지 유딩이니

남자같은 느낌이 전혀 없다.

 

싸가지 왕자들은 대개 정신 연령이 낮긴 하다.

하지만 그게 그들의 매력이었는데,

어째서인지

구준표의 경우엔 이상하게 그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는 어린애가 어른의 옷을 입고 다니는 것 같아서

그냥 어디에 가둬놓고 죽지 않을만큼 패주고 싶어진다.

 

보다가 중간에 때려치우는 바람에

막판의 그가 어떻게 변모했는지 모르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가 서민이라고 외치는 여자 하나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 외엔 전혀 달라지지 않으니

인내심 부족으로 포기했다.

 

하지만 싸가지 왕자 중에 그렇게 매력없는 캐릭터도

드물 것 같다.

 

궁과 꽃남의 차이라면,

 

궁에선

그 대단한 상류 사회 자제들의 자부심이

몇몇 특수 계층의 자제들만의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서민이라고 괄시를 당하여

학교가 무슨 공포 단체처럼 한 인간의 변덕에 좌우당하는

엽기적인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꽃남은 기껏 돈이 많다는 것만이 전부인

4명이 잘생긴 아이들에게

서민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남은 아이들은

권력을 부여한다.

 

원래 권력이란, 스스로 가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그것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 4명의 부잣집 아이들이 아무리 잘난 체 해봐야

아무도 상대를 안해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학교에선 아이들이 알아서 기어준다.

 

사실, 그 학교는 진짜 서민들은 근처도 가지 못하는 학교란다.

그러면 그 학교의 아이들은 사회적 통념으로 볼 때 서민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자기들보다 조금 더 가진 자의,

그것도 스스로 가진 게 아니라 그냥 그런 집안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부모를 갖지 못한 아이들은 납작 엎드리는 것이다.

그리고 진짜 서민이 자신들의 세계에 들어오자

다같이 분개한다.

 

하긴, 돈과 권력을 가진 아이들에게 알아서 기어주는 무리들일수록

피라밋 형식으로 좀더 아래에 있는 계층엔 또 그만큼 잔인하게 구는게

사회의 정석인데,

바로 그게 학교에서 벌어진다.

 

물론, 학교야말로 작은 사회의 축소판이긴 하지만 말이다.

 

 

돈과 권력을 즐기는 것이 다름아닌 학생이고,

그 돈과 권력에 굴복하여 그들의 처분만 바라는 것도 학생이다.

 

그게 무척 전율스럽다.

 

어린 아이들이기에 그들의 행태가 어쩐지 두려운 것이다.

어린 아이들은 원래 잔인하다.

어린 아이들이 잔인한 짓을 하면

어른들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아마 그 이유는,

 

어른들에겐 체념을 하지만

어린 아이들에겐 그래도 뭔가 기대하는 바가 있기에

그들이 돈과 권력을 가지고 누군가를 핍박하면

더 잔인하게 보이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교는 어디까지나 학교이다.

그래서 꽃보다 남자의 학교는 더더욱 엽기적이고 전율적이다.

 

서민들을 내려다보는 4명의 남자애들도 엽기적이지만,

그들에게 그런 권력을 인정해주는 남은 아이들이 더 엽기적인 것이다.

 

궁의 특권 계층은

일단 신군의 친구들인 3명의 재벌 아들들로 국한되어 표현되는데,

꽃남과 다를 바 없이 자신들을 우월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아무도 그걸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그들에겐 자뻑은 있을 지언정 자신들의 처지를 가지고

남을 핍박할 권력은 없다.

아무도 그들에게 그런 힘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그건 황태자에게도 없다.

 

신군 4인방은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긴 하지만,

그들의 리그를 부러워하여

거기에 끼고 싶어서 그들에게 빌빌거리는 아이들은 없다.

 

강현같은 아이는 오히려 그들을 경멸하고,

싱숭생숭이라고 불리는 채경의 진짜 푼수 친구들은

그저 황태자를 무조건 흠모하는 평범한 아이들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며 그들을 우러러보진 않는 것이다.

 

 

물론, 그들도 서민들을 경멸한다.

우습게도 황족인 신군보다, 그저 돈이 많은 것밖엔

내세울 게 없는 진골들이 더더욱 서민을 경멸한다.

 

 

꽃보다남자의 경우,

그 대단한 상류사회의 자제들이 모인 학교에서

어린 나이에 물질 문명에 찌들은 어린 고딩들이

 

서민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까진 봐주겠는데

권력을 휘두르며

노골적인 이지메를 일삼는 건

 

일본 문화일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우리나라의

어느 부유층 학교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일까?

 

그래봤자 그들도 신군의 말을 빌리자면 진골이다.

즉 가진건 돈뿐이라는 것이다.

 

황태자조차도 입에 잘 담지 않는

 

'서민'이라는 말이

기껏 상류층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버젓하게

난무한다.

 

꽃보다남자의 대표 서민도 여주이다.

채경과 마찬가지로 그 서민은

그렇게 불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채경은 황태자비가 된 후에도

그들에게 오리라고 불리워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이미 자신은 자신을 오리 취급하는 진골들보다

한 수위의 성골이 되었음에도

그걸 인지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남편인 진짜 성골 신군이 그들의 횡포를 막아주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하는데

누구 말대로 뼛속까지 서민인지라

가진 자들의 경멸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다.

 

꽃보다 남자의 여주는,

애초에 진골들이 구성원인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사건이 벌어지는데,

 

그녀는 궁에 들어온 채경보다 더 무신경한게

강점이다.

 

그래서 온갖 이지메를 당해도 끄덕하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도 대한민국 서민의 힘을 보여주겠노라고

외칠 정도이다.

 

어떻든 자기는 서민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 서민의 부모들은 구준표가 집으로 납시면

 

황태자를 맞은 처가집보다

더 황공해하며 그 앞에 무릎을 조아린다.

 

구준표는 황태자보다 더 하다.

아예 어른들이 자기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앞에

의자 위에 앉아서 그들을 내려다본다.

 

구준표는

멸치를 벌레라 칭한다.

 

어떻게 그런 드라마가 방영될 수 있지?

또 사람들은 왜 그런 드라마를 좋아하는거지?

 

일찌기 싸가지 왕자가 나오는 드라마가 갈 데까지 가서

더이상 갈 데가 없다는 걸 느끼게 하고,

 

싸가지 왕자들이 나오는 드라마에서

그 싸가지 왕자님들이 나름 귀엽고 매력적이어서

그들이 싸가지를 부려도 애교스럽게 봐주던

여유를 꽃보다 남자에선 가질 수가 없다.

 

왜냐면, 그건 막다른 골목이고, 더이상 가면 낭떠러지라는

느낌을 주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