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낙서

추억마저 없다면..우리가 너무 불쌍하자나요

모놀로그 2010. 7. 16. 21:02

 

 

 

 

모래 시계에서 혜린이 태수에게 한 말이다.

 

두 남녀가 있다.

그들은

서로 미워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하니까..

사랑하니까 미워하는거야..

 

 

단순히 사랑하니까..가 아니다.

 

그 사랑이라는 이름 속엔

참 많은 것이 들어 있다.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시간,

같이 나눈 대화,

같이 웃던 웃음

그때 스쳐간 바람..

같이 바라본 하늘..

 

같이 걸었던 길..

 

그리고

공유했던 마음..

 

두 사람만이 살고 있는

동떨어진 세상..

 

등등

 

사랑이란 감정일 뿐이 아니라

바로 저렇게 많은 것들이

이면에 담겨 있다.

 

그런데

행복했던 저런 기억이

오히려

없느니만 못한 것이 되버린다.

 

저런 것이 없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면

 

서로 웃고 지나치면서

 

가볍게

 

인사라도 나눌 수 있을 것을.

 

저런 것을 나눴다는 이유로

웬수보다 더한 사이가 된다.

 

참 이상한 일 아닌가?

 

사랑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에 깔고 있다.

 

그 신뢰는

괜히 혼자 지닌 것일수도 있다.

 

아무런 근거 없이

혼자 만들어낸 그 신뢰라는 거.

 

그러나,

 

그 신뢰가 없이는

사실 인간 관계란 불가능하다.

 

하다못해

부부 사이도

가장 중요한 건

신뢰라고 한다.

 

그것이 없는 사랑은

그야말로 지옥이라고 한다.

 

신뢰..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웬수가 되는 이유는

단 하나,

 

그 신뢰가 무너졌을 때이다.

 

무너짐과 동시에

사랑도 깨끗이 사라지면

아무 탈도 없는데

 

그냥 웃으면서

 

바이바이하면 되는데,

 

그게 맘대로 되는가?

 

그 순간부터 지옥으로 떨어진다.

 

바로 그걸 애증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말

신뢰가 깨진 경우도 있지만,

오해가 그 태반을 차지한 경우도 있다.

 

혹은

소통의 불가함으로 인해

혼자 상상하고

 

그 상상 속에서

자기가 만들어낸

 

상대의 또다른 모습에

스스로 넘어가서

울그락불그락하는수도 있다.

 

그렇게 밉고 실망스럽고 화나고,

 

그런데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바닥에서 죽지 않고

아우성칠 때이다.

 

 

그럼 애증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는 웬수가 된다.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다.

 

모르는 사람보다 더 심하게

찬바람을 일으키며

쌩하고 스쳐 지나가고,

 

말 한마디라도 못박는 소리만 해대고,

그러면

그에 못지 않은 말을 돌려주고...

 

그러나..

 

혜린이

떠나는 태수를

 

기둥 뒤에서

남몰래 슬프게 배웅하듯,

 

그게 실은

진심이다.

 

실은

미워하지 않는다.

 

실은

전혀 원망하지도 않는다.

 

실은

그리워한다.

 

실은

사랑한다..

 

그런데

 

그 사랑은 죄인처럼

저 구석에서 웅크리고

눈치를 봐야하는가~!!

 

그러다가

 

마지막이나 되야

비로소 우리는 벌거벗은 자신의

참된 마음을

상대에게 낱낱이 보여준다.

 

아니다.

 

실은

보여주지 않아도

다 안다.

 

서로 미워하고 오해하고 죽일 듯 화내지만,

그러나

실은 안다.

 

그건 그리움의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추억마저 없다면

우리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날 미워하지 마세요,

그럼 내가 너무 비참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