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야지...나가야지..
꼼짝 않고 앉아서
허공을 노려보며
한 시간 째
되뇌인다.
나가야지..
나가서 할 일이 있다.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
살 것이 있다.
지금 곧..
그런데
한 시간 째
가만히 앉아 있다.
무슨 생각하니?
다 잃었다는 생각...
모두 사라졌다는 생각..
모두 잃었다는 생각..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는 생각..
그리고
그건
바로 내가 한 일이라는 생각..
복수~!!
그래..
복수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
복수로 인해
가장 상처받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거
그거
이미 오승하가 알려준 거 아닌가?
후후..
그런데도
인간들은 복수를 한다.
그 복수로 인해
얻는 것도 없으면서..
오히려
스스로를 망치는 일이라는 거
뻔히 알면서..
오랫동안 쌓아온
많은 것들을 한 순간에
아무것도 아니게
없었던 시간으로
만들어버리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
그러나
그러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게
또한 인간이다.
그렇게
파괴적인 정열~!
스스로를 망치고
그러면서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열망~!
상대를 부정하고
그동안 있었던 모든 것을 無로 돌리고 싶은 열망..
인간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절감한다.
그러나..
또한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하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큰 슬픔이요,
상실감이라는 것을..
내 진심은
아무도 모른다.
내가 얼마나 힘든지
내가 얼마나 엉망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난 그렇게 한다.
다 부숴버린다.
내가 망가졌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내 고통에 비하면
너의 그 알량한 자존심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어?
난 이를 악문다.
주먹을 움켜쥔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
참 슬픈 말 아닌가?
남몰래 흘리는 눈물..
아무도 모르는
그 쓰라린 눈물..
얼마나 외로운가~!
인간이란..
얼마나
외로운가..
나가야지..
나가야해...
빨리..
더 시간이 흐르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너의 그 외로움과 상실감의
동반자를 찾으러
나가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