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앤티크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스쳐가는 진실

모놀로그 2010. 6. 15. 14:46

 

 

 

내가 꼽는 앤티크의 가장 명장면은 바로 이 부분이다.

 

문제의 두 사람이 만난 것이다.

앤티크를 만들게 한 장본인..

 

진혁에겐 치명적인 상처를 주었고,

진혁도 상대를 절름발이로 만들었다.

 

그 악몽의 2달은

두 사람에게 그렇듯

깊은 상흔을 남겼다.

 

진혁이 찾고 싶었던 바로 그 사람을 그는 찾지 못했다.

대신에

다른 유괴범을 잡았고,

그때 그 방에서 뛰쳐나온 어린 소년을

마치 자신의 분신인양,

누구보다 그 공포를 잘 이해하는 진혁은 꼭 안아주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것으로

그는 어느 정도는

자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자기 사건은 해결하지 못했지만,

대신 다른 생명 하나를 구한 것이다.

그 아이에게도 끔찍한 기억이 자리잡았을 것이고,

기억을 잃지 않았다니

어쩜 두고두고 몸서리를 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가 이제 어느 정도는 평정을 찾은 후에야

바로 당사자를 만나는 것이다.

 

'손재주가 좋구나..'

 

노인은 어린 시절에

이미 진혁에게 한번 했던 말을 되풀이한다.

 

그러나,

그 말은 진혁의 기억을 일깨우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잌을 건네줄 때

그는 본능적으로 손이 닿은 것에 혐오감을 느낀다.

물론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그는 노인의 발을 흘끔 바라본다.

그럼에도 역시 아무런 느낌이 없다.

 

잠재 의식 속에선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알아보았을까?

본능적으로 알아보지 않았을까?

 

 

진혁은 다른 손님에게도 이렇듯 오랫동안

눈길을 떼지 못한 적이 있을까?

그는 왜

긴 시간 노인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일까?

떠나가는 과거의 기억..

점점 희미해져갈

상흔..

어쩌면 이젠 별 의미가 없어졌을지도 모를..

이렇게 만나는 것으로

더욱 더 깊숙히 가라앉을 잠재 의식 속의 분노와 원망, 그리고 증오..

 

그 모든 것을 배웅하듯

그는 노인을 오랜 시간 지켜보는 것이다.

 

 

 

노인 또한 자기도 모르게

돌아본다.

이런 걸 인연이라고,

혹은 악연이라고 하는걸까.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뭔가 끌어당기는 힘..

 

두 사람의 인연은 아마도 이게 끝일 것이다.

 

무책임하게 소년의 어린 시절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노인의 집착과,

그로 인해 억울하게 댓가를 홀로 치루어야 했던

두 인간의 악연이

점점 거리를 두고 멀어져간다.

 

 

 

 

 이 장면은 왜 아름다울까..

왜 서글프기까지 할까.

우리 곁을 스쳐가는 진실을

허무하게 놓쳐버리는

인간의 불완전함 때문일까?

 

그토록 찾아헤매던 당사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배웅하는 진혁이 어쩐지 애처로와서일까.

 

지난 시간 속의 아픔은

어차피 힘이 없기 때문일까.

 

앤티크에선 가장 공들여 길게 보여주는

이 장면...

 

그냥 그 이면에 뭐가 있던

그 장면 자체로 아름답다.

 

쓸쓸하기까지 하다.

 

떠나는 노인을 지켜보며

마치

앵무새처럼

 

잊어버려.,.

잊어버려..

 

오래 전부터

그가 궁금하게 여겼던 그 한 마디.

 

그 노인이 최면을 걸었던 그 한 마디에

그는 기억을 잃었다.

 

그리고

그 노인을 배웅하며

비로소

그는 그 말을 되뇌이고 있지만

왜 자신이 그런 말을 중얼대는지조차 모른다.

 

인간에겐

진실을 알아볼 능력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건 신의 영역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