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앤티크의 멜로
앤티크에는 여자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앤티크에 은은히 흐르는 감성은
결코 남성적이진 않다.
온전히 남성들만의 세계,
네 남자가 인간의 네 가지 유형의 아픔을 그려내고 있을 뿐,
아니..
세상엔 그보다 더 많은 유형의 아픔이 있을 것이지만
어떻든
그들은 남자이기 전에 인간이고,
그래서 잔잔히 흐르는 슬픔이나 호젓함도
남성적이지만은 않다.
이른바 남성들의 세계를 다룬 다른 영화의 드라마와는
다르다는 이야기이다.
그들이 주고받는 사랑,우정, 욕망도
그래서 남성적이지 않다.
일단 선우라는 주요 인물이 게이이니만큼,
남자들만 우글대는 앤티크에
멜로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오로지 게이들과의 성적인 관계만 있는가..
아니라고 본다.
난 이 장면을 참 좋아한다.
아니..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 장면만큼은
색감부터 구도..
이 장면에 담긴 정서가
참으로 독특하고 애잔해서
있는 그대로 올려본다.
전혀 손질을 가할 필요가 없이,
장면 자체가 환상적이다.
여기에 흐르는 건
사랑이다.
물론,
선우의 진혁에 대한 사랑이다.
그건 이제 시간이 흘러서
단순히 게이스러운 욕망이 담긴 그런
사랑이 아니다.
우정과 이해와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한 가닥 애정..
그렇다.
게이인 선우에게도
어느덧
남자의 감성이 조금은 깃들었다.
누구보다 남자스런 진혁과 부대끼며
같이 지내다보니
그를 피상적으로 알던 무렵에
느끼던 욕망이 아닌,
인간적인 이해와 친구로서의 우정과
사랑의 잔재 위에 핀 애처로운 꽃 한떨기가
선우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것이다.
이 장면은
단순히 게이들의 이별 장면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선우가 굳이 모든 좋은 조건을 마다하고
옛애인의 간절한 애원을 뿌리친 채로
그를 떠나보내는
이 장면은..
내겐
선우가 한 시대를 마감하고
이제부터
조금은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어쩌면
앤티크에서
그는 정말 남자들, 혹은 인간끼리 나눌 수 있는
깊은 정감과 가족적인 애정,
우정이란 걸 알게 된 것이 아닐까?
오로지 게이이기에
남자는 성적 대상으로밖엔 보지 않고,
자기의 마성에 걸려드는 상대들만은 아니게 된 것이 아닐까..
그건 선우가
다름아닌 진혁에게도 깊은 아픔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한 척 살아가는 모습에서,
그러면서도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자기 또한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더이상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자존감이라곤 없이.
따라서 애착이나 집착도 없이
그저 쾌락 속에 몸을 던지고
흐느적거리며 살아온 그로선,
한줄기 출구를 발견한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유괴범 잡기에 신이나서 들떠 있는 진혁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지금 이 순간이 진혁이에겐 최고의 순간이겠지.유괴범이 꼭 잡히지 않는다해도
진혁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기꺼이
진혁의 아픔과 치유에 동참하기 위해서,
혹은 그가 자기를 진정 필요로 한다는 걸 알고 이해하고,
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선우의 자존감을 회복시켜준 것이 아닐까.
그토록 당당하고
거침없이 보이던 오만한 진혁,,
게이라는 이유로 자기를 함부로 대하는 듯 했던 진혁이,
실은
누구보다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
그만큼
자존감을 회복하기에 좋은 조건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떠나보낸다.
자신의 과거를..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시절을..
이 장면에서
왜 난
진혁에 대한 선우의
잔잔한 애정을 느끼게 되는걸까?
그리고
비록
그 사랑에
여전히 게이로서의 일말의 감정이 느껴진다해도
그것이 왜 아름답게 보이는 걸까..
멜로가 없는 앤티크의
가장 멜로스러운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라고 난 늘 생각한다.
물론,
이 장면의 핵심은
선우와 전 애인의 이별이 아니라,
선우의 보다 깊어지고 승화된
진혁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
그를 지켜주고 싶어하는 우정인 것이다.
그래서
이 장면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