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그의작품들

내일은 사랑 (1) ─향수─

모놀로그 2010. 6. 6. 16:02

 
   







내일은 사랑은 유쾌한 캠퍼스 드라마이다.
그런데
만일 내가 자그만치 103회나 되는 어마어마한 횟수를
한꺼번에 몰아 보면서
처음엔 고통스러워하고
차츰 가슴이 설레다가
후반부에 이르면서 걸핏하면 철철 울었다면?
그런데 그것이 사실이다.

해피투게더의 서태풍도 나를 입으론 웃으면서 눈가엔 촉촉하게
눈물을 맺히게 만들며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고

황준호는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일찌기 그가 연기한 인물 중에선
가장 사랑하고 가장 잊을 수 없는 캐릭터이다.
또한 BH라는 인물과 무관하게
캐릭터 그 자체로 내가 사랑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러나
발랄한 젊음들이 모인 캠퍼스 드라마
내일은 사랑을 보면서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많이 웃고 울었다면
아마
그건 그 드라마 탓이 아니라
바로 내 탓일 것이다.

내일은 사랑은 나의 대학 시절을 생생하게 되살려 주었고

모래처럼 허무하게 손가락 사이로 빠져간
4년이라는 대학 시절은
단지 대학 시절로 그치지 않고
마치 인생의 봄,가을,여름,그리고 겨울을 보는 듯 하였으며

그들이 어린 대학생에서 점점 깊이를 더해가고 성숙해가지만
동시에 그만큼 뭔가를 상실해가는 과정이
뼈아프게 다가왔던 것이다.



치기 어린 2학년 시절
성숙해가는 3학년 시절...
그리고
마무리를 앞두고 보다 현실적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는
그들의 리얼한 대학 생활은
그대로
날 나의 대학 시절과 인생의 흐름에 몸을 내맡기며 허무하게 흘러다닌
내 모습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도 높았고
연기자들의 연기도 좋아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거기엔
설레는 사랑이 있고 가슴 미어지는 이별이 있다.
불타는 미움과 질투가 있고
용서와 이해 체념 타협
우정이 있다.

그것은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피부에 아프게 닿는
리얼한 것이었다.

4학년을 맞아
철없던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현실에 적응해가면서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고
쓸쓸해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모습이 어째서
그다지도 아프게 다가왔는지...

그리고 거기엔 신범수가 있었다.







신범수
그 캐릭터는 처음 설정에서
횟수가 흐르면서 조금 변질된 감이 있다.

그는 애초에 좀 엉뚱하고 그러나
생각 깊고 열정적이며
그렇다고 마냥 모범적이고 계몽적인 인물이 아니었음이 확실하다.

획수가 흐르면서
그리고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가장 평면적인 인물이 되버린 감이 있다.

오히려
차헌성이나 박성일, 황진선, 김미리보다도
현실감이 떨어진다.

그런 종류의 장편 캠펴스 드라마엔 반드시 존재하는
수퍼맨으로 캐릭터가 점점 전락하는 것이 안타깝다.





그럼에도 그의 매력은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계몽적이고 완벽한 캐릭터가 주는 실망감은 남지만

그래도 그 역시 많이 실패하고
많이 상처받으면서도

내면의 어둠에 머무르지 않고
촛불처럼 늘 타오르고 있다.

또한 그 나이 또래에 맞는
장난기와 엉뚱함을 지녔고
무엇보다 아주 재미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동서양의 격언이나 싯귀절 혹은 소설이나 철학서적에서
좋은 글귀를 외워서 주절대고 다니는
그의 모습은 정말 귀엽고 한편으론 특이한 개성을 부여한다.

이쁘고 섹쉬한 여자에게 한눈을 파는
젊은이다운 헛점도 보이기도 하는
평범한 모습도 지녔다.

무엇보다 그런 신범수란 인물을 자유자재로 연기하는
불과 22세의 BH에게 난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22세에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우며
그가 지금의 위치에 도달해 있는 것이 결코 우연만은 아님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