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17부 -그래도 살아보고 싶었어~!!!
'그래도 살아보고 싶었어~!!'
승하 아닌 정태성을 향해 외치는 오수의 저 한 마디 절규는,
이상하게 가슴을 친다.
너무나 진솔한 말이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엔 수많은 자기 합리화가 개입되어 있다.
열심히 살면 태훈이도 용서해줄 거라고 생각했다는 둥
하는 자기 변명은,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일수도 있겠으나,
안타깝게도 오수는
여전히 자기 자신의 슬픔 안에 갇혀서
태훈의 엄마와 동생,
즉 태훈의 가족은 제외시키고 있다.
죽은 태훈은 그렇다치고,
그들에겐 기둥이었을 태훈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과 비탄도
부족해서, 가해자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쓴
가족들의 참담함은 그에겐 아직도 스며들지 않고 있다.
오수 자신은 대식이나 순기를 잃고, 이젠 석진마저 잃을까
전전긍긍하면서도
정작 당사자인 태훈의 가족들에 대해선 여전히
무감각하다. 신기한 일이다. 하지만 그게 인간의 이기심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살아보고 싶었다고 외치는 오수의 단말마같은
비명은 승하의 저 밑바닥에 고인 우물에 심한 파장을 일으켰을 것 같다.
그 우물에 닿은 오수의 외침은
그대로 메아리가 되어 승하에게 되돌아오며
승하의 영혼이 외치는 절규로 뒤바뀌는 것만 같다.
적어도 이제 그게 어떤 마음인지는
승하도 이해하게 된 것이 아닐까?
비루하다싶을 만큼
살고 싶어했던
그 억센 삶에 대한 애착을 승하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승하도 살아보고 싶은 게 아닐까...
그도
남들처럼 인생의 소소한 행복이라는 것을 느껴보고 싶어진 게 아닐까?
사랑하는 여자와
알콩달콩 데이트도 하고,
사랑싸움도 해보고,
손에 손잡고 놀러도 가고,
마음 속에 천근만근 들어앉은
그 원통함,그 음습한 분노와 슬픔 대신에
행복이라는 거,
삶이라는 거
느껴보고 싶어진 것이 아닐까...
그들의 2번째 대결은
오수의
'미안합니다'
라는 말로 끝난다.
마음 속으론 수없이 미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느끼는 미안함은,
사건 직후,
한강에 몸을 던지려다가
그야말로 살고 싶은 욕망이 더 강해서,
겁이 나서,
그만 주저앉으며
'태훈아..미안해'
라고 울부짖던 그 마음 정도이다.
그 마음이 태성에게 얼마나 전달될까 의심스럽다.
하지만 뭐든지 정면으로 대결하고나면
그 안에서 싹트는 것이 있다.
그게 희망이건, 절망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