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궁

궁 1부- 신군과 채경의 첫 만남에서..

모놀로그 2011. 1. 28. 18:16

궁 1회엔 내가 생각하기에(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장면들이 나온다.

1,

신과 채경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처음 만나는 장면이라기 보다
처음 부딪히는 장면이라고 하는 편이 옳겠다.

그들은 서로 등을 지고 각기 자기 볼 일을 보다가
부딪히게 된다.

일단 등진 상태로 처음 만났다는 점에서
그들이 화합하기까진 그다지 쉽지 않을 거라는 걸 느낄 수가 있다.

신군은 황태자답게 우아한 동작으로 실내화를 갈아신고 있었고,
채경은 평소의 그 아이다운 거동으로 거울에 바싹 얼굴을 들이대고
여드름을 짜고 있다.
이렇듯 둘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황태자와 서민중의 서민인 채경의 평소 모습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서로 등지고 있는 두 사람,
서로 등지고 있는 전혀 다른 두 세계,
그러나 그들은 부딪힌다.

그 두 세계가 곧 조우하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하지만 그 조우가 평탄치 않을 것임을 곳곳에서
느낄 수가 있다.


신군이 단정하고도 폼나는 동작으로
즉, 실내화 하나 갈아 신는 데조차
황태자 포스를 풍기고 있을 때,
채경은 그 실내화에 자신이 쓰고남은 일종의 물감구정물을
쏟는다.

 

 

 

 그 구정물은 미술과 학생들이 갖가지 물감을 쓰고
붓을 씻은 물인듯 여러 색깔이 혼합되어 있었다.

단조롭고 귀족적이며 메마른 느낌이자 고고한 색상인
하얀 실내화와
하루하루가  시끌벅적 정신 사나운 서민적인 채경의 세계를
보여주는 듯한 여러 색상이 혼합된 물감구정물의 만남.

이 장면~!
어쩐지 의미심장하다.

 

 

 

 

 하얀색은 고고하고 고집스럽고 그러나 불안하다.
나같은 경우, 흰색을 아주 좋아하지만 동시에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하기에
의식적으로 회피하곤 한다.
쉽게 더러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무언가에 닿으면 그것에 쉽게 동회되버린다.

예를 들어 빨간 색이 조금만 스쳐도
하얀 운동화엔 빨간 흔적이 생생하게 뚜렷하게 남는다는 것이다.

결국 신채경의 요란법썩한 성격과 거리낌 없는 생활방식이
단조롭고 메마르고 귀족적인 신군의 생활을
물들이게 될 것을 암시한다.



2.

신군이 신고 있었던 건 밖에서 신는 운동화가 아니라 실내화이다.

실내화~!
그것은 신군의 사적인 영역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겠고,
채경이 머잖아 그 신군의 사적인 생활에 동참하게 될 것과

그것에 각종 물감이 범벅이 된 구정물을 묻히는 것은
채경의 세계가 신군의 사적인 영역을 파고드는 것으로
둘의 관계가 시작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채경이 신군의 실내화에 뭔가를 묻히는 것으로
그 순백의 고고한 왕자님의 실내화를 더럽히는 것은
그들의 관계는 채경이 먼저 신군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먼저 손을 내밀게 될 것을
암시하며
무릎을 꿇고 앉아 그것을 닦아주려는 행위에서
어떻든 두 사람의 관계는
채경이 비굴할 정도로 자존감 없이 행동하지만
동시에 당돌하게 대쉬할 거라는 것도 암시한다.

 

 

 

 

 

 명랑하고 매사에 눈치라곤 없지만 천진하고 생동감 넘치는
채경이란 인물의
세계가 신군을 점차 물들여가게 될 것이며,
그러나, 그 신을 매몰차게 내버리고 돌아서서 가버리는 신군의 반응은
일단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채경에게 마음을 열지 않을 것을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채경의 잠시 동안의 일장춘몽에서
결국 신군은 채경에게 다가오는데,
두 사람이 파란만장하긴 하겠지만 긍극적으론 화합하게 될 것이란
추측을 낳게 한다.


3.

 

 

 


 

 채경과 효린.

두 여자가 신군의 입장에선 같은 눈높이에  나란히 있는 장면이다.
물론 그때 신군은 채경이 있는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효린이 있는 연습실을 바라보고 있지만.

효린은 신군을 보지 못하지만(알면서도 일부러 안봤는지도..)

반면에 채경은 신군을 의식하며,
왕자님이 자기 쪽을 보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서
나름 이쁘게 보이려고 신경쓰며
줄곧 왕자님 쪽을 의식한다는 점이다.

냉미녀 효린보단 명랑푼수 채경이 훨씬 쉽게
신군에게 다가갈 수 있고,
그를 함락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신군이 아직 청혼하기 전이었다.
두 여자가 나란히 그의 시야에 놓이는 것은,
장차
두 여자 사이에 어정쩡하게 끼어버리게 될 것을
암시한다면 이 역시 지나친 비약일까?


 

 

효린과 같은 위치에 있던 채경은,
그때까진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두 사람의 위치가

곧 동등해질 것을 암시하는 듯 하며

효린의 오만한 자태와 대비되는 채경의 비굴한 듯한 미소는
어떻든 채경이 효린에게 강박증을 버리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동시에 두 여자가 나란히 있는 2층을 올려다보는
신군의 모습은 장차 벌어질 파란만장한 삼각관계를 미리 보여주는 듯 하다.
또한 그때 그가 두 사람과 멀리 떨어져 있음은
그의 외로움과 타협하지 않는 성격도 느끼게 한다.
두 여자 모두에게 쉽사리 이해받을 수 없는
그만의 견고한 성벽도 보인다.

이때 신군은 물론 효린 쪽을  집요하게 바라보지만
효린과의 시선이 마주치지 않음으로써
둘의 인연이 그렇게 비껴가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4.

채경이 효린에게 하는 청혼을 엿듣는다.
뭐 그런 드라마에 흔히 있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장치이지만

바로 그 황태자의 비가 될 운명이 코 앞에 닥쳐와 있던
채경으로선
그 대화를 엿들은 것이
그 결혼 생활의 숙명적 암초가 될 것임을
그때 마침 울리는 전화벨 소리로 암시한다.
그 바람에 신군도 채경의 존재를 각인하게 되기 때문이고,
채경이 자신이 청혼하는 장면을 봤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전화벨은
정신사나운 그녀의 일상 때문에 걸려온 것이었다.
고고한 두 남녀의 대화를 엿들은
서민적이고 황당한 채경의 삶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게 되고,

그 난데없는 전화벨 소리가
그들의 고적하고도 피상적이면서 진정성이 결여된 겉도는 대화를
중단시키는 역할을 한다.
채경이란 시끄러운 존재가 바로 그런 역을 맡게 될 것 같다.
즉 서로 좋아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겉도는 듯한
황태자와 그 여친의 관계에 쐐기를 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동시에 그 대화를 엿들었다는 것이 두고두고
채경의 딜렘마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듯 하다.




생각나는대로 적어봤지만,
뭐..아님 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