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작품과 인물

드라마이야기-불꽃-

모놀로그 2010. 5. 26. 00:17

불꽃은 2000년 겨울에 방송된 김수현씨 드라마이다.

김수현씨 드라마치곤 비교적 호응도나 시청률,그리고
화제성에서
실패작에 가까운 작품이었다고 기억한다.

난 한때 아카데미상을 탄 영화는 무조건 걸작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다.;;;

마찬가지로

김수현 드라마라면 모두 뛰어난 드라마이며, 반드시 봐야한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실제로 어린 시절..

가슴 설레며 본 드라마들이 많다.

 

기억나는 거로는

그 유명한

사랑과 야망..

어린 맘에도 남성훈의 태준역이 어찌나 멋지던쥐..

홀딱 반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골치아프게 구는 미자도 매력적이었다.

항상 뭔가에 허기증을 느끼고 갈구하지만

막상 손에 넣으면 양이 차지 않아

방황하는 영혼..

사랑을 원하면서도

사랑하기보다 받는 것에 집착하고,

 

항상 자기가 중심이 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여자.

그러나 정말 불꽃같은 여자.

 

골치아프지만 매혹적인 여자..

 

아무리 자기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어도

결국은

그것들에게서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하고

다시 무언가를 찾아

허공을 헤매는 공허한 마음..

 

어린 맘에도

왜 그런 미자의 굶주린 영혼에 공감이 가던지?

 

그 여자는 일상적인 것을 참지 못한다.

늘 드라마 속에서 살고 있고,

그래서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서지 못한다.

 

그 여자가 원하는 건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

그러나

 

막상 영화배우로서 명성을 떨칠 때는

평범한 삶을 꿈꾼다.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그 여자는..

그러나

한국 드라마에선 보기 힘든

캐릭터였다.

 

그 외에도 기억나는 건

 

사랑이 뭐길래, 배반의 장미(이건 꼭 다시 보고 싶은데 어디서 봐야하나?)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우습게도

김수현 작품 중에서 제일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사랑하니까'라는 드라마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제일 재미있고 가슴 찡한 드라마였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참패했고

이후론

도무지가...

 

난 그 드라마를 아주 좋아해서

전부 녹화해서 오랫동안 소장하고 있었는데

 

우라쥘..

어느날

그 비됴를 아무 생각 없이 버리고 말았다.

 

아..내 생애 최고의 실수.

 

하여튼

오늘은 불꽃에 대해서 말하자.

 

 


김수현씨 드라마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래두
아주 형편 없는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 했었다.

적어도 청춘의 덫까지는..

 

다른 건 관두고

우리나라 작가의 수준으로 볼 때

그나마 김수현은

깊이 있는 작품은 못쓰지만
어느 정도 개연성 있는 줄거리와 구성이 돋보이는 것이 맘에 들고
마음만 먹으면 캐릭터 창출도 잘 한다.

아주 가끔이지만.

하긴 그 캐릭터들도 너무 김수현스러워서

차츰 식상하긴 했지만,

 

기억나는 캐릭터로는

아까도 언급한 사랑과 야망의 김미자, 그리고 배반의 장미에서는 김자옥역,

 

그리고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면서 가장 처절했던 결혼이라는 드라마..헉

거기 나오는 인간상들은 어찌 그리 하나같이 섬찟하던지..

 

마지막으로 사랑하니까에서는

비교적 모든 캐릭터들이 빛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나보다.

 

개성이 각각 다른 세 딸과

그 딸들에게 헌신하다가 뒤통수맞고 제정신 차려

내 인생은 내꺼야

이러면서 돌아선 아버지,

그 친구 한진희씨, 그의 부인역, 그의 장남과 며느리..등등

 

하나같이 어찌나 재밌는 캐릭터들이던지...ㅋㅋ

 

물론 그렇지 않은 인간들도 있었지만 대략 패쓰~!!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꽃에 나온 조민수역이 내가 김수현 작품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도

바로 조민수역 때문일 것이다.(이름은 기억 안난다.)

 

아..

청춘의 덫에서 노영국도 있다.

그건 다음에 따로 쓰기로 하고.

 



하지만 김수현은 어느덧 요상한 세계로 빠져버린다.

드라마마다 너무 비슷비슷한
특유의 구조와 언어들이 좀 식상한 데다가
드라마틱하고 유치찬란하지만

나름 순정만화 보듯 재밌던 멜로의 거장이

갑자기

가부장적인 성격이 강한 대가족이 모여 살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주로 그 자녀들이 결혼하는 과정을
풀어가는 드라마들을 왜 그리 양산하던지..

김수현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지금까지 생생한 드라마는 앞서 열거한 것들 외에

몇 년 전에 방송한 작별이라는 드라마와
불꽃 정도이다.


불꽃이 맘에 드는 이유는
우선 중심이 되는 네 인물의 성격이 내 흥미를 끌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나 같이
약점이 많고 그 성격적인 약점을
작가가 일고의 동정심도 없이 까발기며
그 성격적인 약점들로 인해 그들이 마음에 품은 사랑의 진정성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다.
또한 그 성격적 약점은 실제로 그들의 인생을 실패로 몰고 가는데
그 과정도 매우 재밌었다.

또 다른 드라마에 비하여
비교적 등장인물의 개성이 강하여
구태의연하지가 않다.

이를테면 재벌2세에게 찍힌 평범한 여자가
마지막까지 재벌2세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하는데
그 이유 같은 것이 꽤 재밌다.

즉 그 여자는 재벌2세와의 스케일 큰 삶보단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삶 쪽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그 여자는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가난함 속에서
억눌린 채 누리는 부보다
훨씬 행복감을 느끼는데

내가 그 여주인공에게 유일하게 공감한 부분이다.

재벌집 며느리보단

가난한 작가가 나도 훨씬 좋으니까.

물론 내게 작가가 될 재능이 있다면 말이지만.

 

아니

작가가 아니라도

내 맘대로 딩굴며 가난하게 사는 편이

그런 숨막히는 공간에서 억압받으며 사는 것보단

훨씬 낫다고 나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점에서 그 여주인공에게 공감하는 바가 많음에도
별로 호감은 못느낀다.

이영애씨가 맡은 그 여주인공은 아름답고, 성격적으로도 공감하는 바가 없지 않음에도
뭔지 모르게 이질감을 느끼는데

그건 연기력 탓이 아닐까?


인형처럼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을 충분하게
어쩌면 필요 이상으로 이끌어내긴 하지만
그게 전부요~
그 아름다움엔 그다지 향기가 없다.

매우 단조롭고 따분하고 짜증스럽다.


그때까지 이영애씨는
그냥 이쁘장한 탤런트 중 하나였을 뿐..
주연급으로 온갖 드라마에 얼굴을 내밀긴 했지만
이렇다하게 톱스타로 발돋움은 하지 못하고 있던 평범한 배우였다.

물론 미모로 이름을 떨치긴 했지만

이른바 톱스타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온갖 미니시리즈며 주말드라마며

닥치는대로 나오는 톱스타는 없는 법이다.

자고로 우리나라 톱스타들은

일년에 한 번 얼굴을 볼까말까하며,

작품 하나로 평생 먹고 살고,

가끔 광고나 찍으면서

어디서 뭐하는지 몰라야

그게 톱스타니까.

ㅋㅋ

 

그래서 내가 이병헌을 높이 산다.

끝없이 작품에 도전하며

늘 노력하는 자세가 맘에 드는 것이다.

빌어먹을 신비주의 컨셉은 재수없으니까.

 

아..

얘기가 삼천포를 향해 간다.

다시 돌아가자.

 



이영애씨가 얼마나 많은 드라마에 나왔는지 아시는 분 있는지?
지금은 울나라에서도 몸값 비싸고 30이 훌쩍 넘은 나이임에도
가장 아름다운 미의 여신으로 꼽히고 있지만
막상 20대 후반까지만 해도 그저 그랬다.

그런데 갑자기 불꽃 하나로 일약 톱스타 반열에 올랐는데
드라마가 별로 히트 치지도 못했음에도 여주인공이 톱스타가 된
특이한 케이스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이영애씨가
어쩐 일인지 불꽃에선 엄청나게 이쁘게 나왔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산소같은 여자니 어쩌니 하면서

처음부터 미모로 이름을 날렸지만,

한편으론 그 미모가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사실..나만해도 평소 이영애에게 큰 관심이 없었고 그 여자가 나온 숱한 드라마
어쩌다 눈길이 가도 그냥 이영애가 또 나오는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불꽃을 보면선 참으로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뒤로 가면서 피곤해서인지 그 미모도 영 시들시들해졌지만.

그리고 동시에 갸우뚱히면서

어째서 저 여자가 갑자기 저렇게 이쁘게 보이는 것일까? 궁금했었다.

말하자면 원래 뛰어난 미모를 지녔지만 그 미모가 특별한 매력을 보는 사람에게 발산할 만한
강렬한 개성은 별로 없어서 그냥 이쁘장하구나..하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갑자기 그 이쁘장한 얼굴이 눈부시게 아름다울 뿐 아니라
보다 특별한 느낌을 주는 매력까지 가미한 채로 불꽃에 등장했던 것이다.


하여간에
이영애씨는 그 작품 하나로 한국 여배우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로 등극하여
갑자기 브라운관에서 사라지고 값비싼 씨엪이나 영화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앞서 말한 한국적 톱스타다운 행색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둘째로

차인표씨..

아다시피..차인표씨는 늘 연기에 대해서 뭔가 뒷 말을 듣는 배우이다.
가장 흔히 듣는 말이
인간성은 참 좋은데 연기력이 딸려서 아까운 사람
이라는 평가이다.

나에게 말하라고 한다면

그보단..
잘생기고 키도 훤칠하고 꽤 근사하면서도 뭔가 모르게 매력이 없는..
즉 성적인 매력이 부족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역을 맡던 간에 어쩐지 그 역을 졸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불꽃에서 차인표씨가 맡은 역은 참으로 당당하고 자기애가 강하고
집념도 강한..
재벌 2세치곤 상당히 개성 있는 역이었고
차인표씨는 비교적 잘 해내었다고 본다.


그런데..
극중 배역은 뭐랄까
그가 풍기는 자신감과 냉철함 그리고 그 도도함으로 인하여
오히려 성적인 매력이 강하게 느껴져야 하는 타입임에도
이상할 정도로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아서 묘한 언밸런스함을 풍기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다른 어떤 역보다 차인표씨에겐 잘 어울렸고
소화도 비교적 잘했다고 생각한다.


단지 도도하고 자기애 강한 남자라는 걸 나타내기 위해 짓곤 했던 표정이
어쩐 일인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고
그저 티꺼운 표정으로 보인 것이 안타깝다.
그는 드라마 내내 그렇게 티껍다는 표정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이영애역이 자기 약혼자임에도

심히 재수없어 하는 게 이해가 가더란 말이다.ㅋㅋ

 

그래도 그는

어떤 의미에선

가장 가슴 아픈 캐릭터이기도 하다.


세번째로

거기엔 이경영이란 배우가 나오는데
사실..
꽤 괜찮다고 평소 생각했던 배우였다.

연기력도 안정감 있고
외모가 잘생기긴 커녕 오히려 매우 못났음에도
뭔지 모를 매력이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어떤 대작 드라마를 sbs에서 방영한 적이 있다.

쑹바강이 어쩌구인가?

제목은 기억이 안나는데,

하여튼 그 드라마에는

뜻밖에도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나가던,

그래서 절대로 티비엔 왕림하지 않으시던

두 유명 배우가 나오는데

바로 이경영과 박중훈이었다.

 

사실

난 박중훈은 몇번 영화에서 봤지만

이경영은 이름만 들었을 뿐

그때 처음 봤다.

 

난 무척 놀랐다.

둘 다 유명배우로 당시 모든 작품에 빠짐 없이 출연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박중훈이 더 유명했으니까.

 

그럼에도

막상 티비 드라마에 나오자,

 

흐미...

 

이경영만 눈에 들어오고

연기력에서도

박중훈이 심하게 뒤지더란 말이다.

 

그는 차분하게 드라마를 이끌면서

조용히 화면을 장악한다.

그렇게 두드러지지도 않으면서

화면에 묻히는 듯 하면서

의외로 강하게

어필하는 면이 있다.


묵직하고 나름대로 강한 개성과 분위기를 풍기며
그 분위기 탓에 그가 미남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감게 만드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배우였고
바로 그것이야말로 연기력인지도 모른다.

이경영씨가 맡은 역은
불꽃에선 가장 눈에 뜨이지 않으며
매력도 덜한 편이다.
다른 배역에 비해서 가장 밋밋했다고 볼 수 있고,
때론 거의 짜증이 나는 인물이기까지 하다.

아니 어쩜 대중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난 이경영이 좋았다.

 

우유부단하고 답답한 인물이었지만,

그가 나오면 언제나 그렇듯

뭔지 모르게

따사로운 느낌을 받고

마음이 편해진다.

 

그의 고뇌엔 별로 동참하고 싶지 않앗지만...

(난 그가 질질 끌려 하고 싶지도 않은 결혼을 하는 것이

싫었으니까.)

마지막으로 앞서 말한대로
불꽃에서
바로 조민수씨가 맡은 역이다.

약혼자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놔주지 않고
결혼을 감행하는 여자.

그 여자는 내가 불꽃에 흥미를 느낀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한 대 갈겨주고 싶은 여자였다.


아니..어쩌면 그런 타입의 여자는 드라마 속에선 보기 드물지만
현실에선 주변에 허다하게 널려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모에 머리도 좋고 자신만만하게 세상을 헤쳐가지만
실제론 내면이 극도로 빈약하여
그 빈약한 내면이 위기 상황에선
가장 편의주의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고
그러면서도
그 편의주의적인 선택을 한 것에 치루어야할 댓가는
조금도 치루려들지 않는 타입인 것이다.

그녀에겐 타고난 지성이란 것이 없다.

직업은 의사이지만,

지성과 학식은 전혀 다른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지성은 학식으로 닦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인성이다.

일자 무식꾼이라해도

타고난 지성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여자는 바로 그

지성과 이성을 조화시키는 사고를 하지 못하는

매우 원색적인 여자이다.

불꽃이라는 드라마는
바로 이 조민수역이 아니었다면
그 매력이 크게 반감되었을 것이다.

4사람이 펼치는 성격 비극..

 

자유를 갈망하고, 사랑을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지만

불행히도 그렇지 못한 상대를 만나

억지로 원치 않는 삶으로 마지 못해 걸어들어간 여자 이영애.

 


한 여자에 무섭게 집착하여
온갖 굴욕을 다 참아내며 소유하게 되었음에도
더이상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놓치는 남자 차인표..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랑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여자 조민수..

그리고
맘속에 각각 다른 상대를 품은 채로
현실에 끌려다니다가
마침내 자기 사랑을 찾아가긴 하지만
극중에선
너무나 따분하고 매력 없고 그다지 절실하다는 느낌도 받지 못하게 하는
이영애와 이경영의 불꽃 같은 사랑..(????)

 

불행히도

그들의 불꽃같은 사랑엔 전혀 공감을 할 수 없는고로

별로 할 말이 없다.

 

왜냐면

둘다 별로 불꽃같은 성격들이 아니니까.

 

하긴

그렇게 따분한 인간들이기에

단 한번의 일탈에 그토록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들은 정말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둘다 아주 따분한 인간들이니까

같이 살면

내가 보기엔 너무나도 따분한 그들의 생활이

그들에겐 평화로 여겨졌을 것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