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작품과 인물

지배종-내가 생각하는 결말

모놀로그 2024. 9. 28. 14:27

우채운은 자유에게 꽃차를 건네준다.

왜 하필 꽃차일까 의아했다.

 

자유가 그가 떠나기 직전 건네준 찻잔을 소중히 감싸고 들여다본다.

그것은,

채운이 그녀에게 주고 싶었던 꽃이다.

대개 남자들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꽃다발을 주고 싶어한다.

 

조금 더 나아가면 사랑을 고백할 때, 프로포즈를 할 때 주는 것이

꽃이다.

 

그는 꽃다발 대신에 꽃이 그득한 찻잔을 건네주고 떠난 것이다.

떠나기 전에도 건물과 자동차를 꼼꼼히 살핀다.

행여 자신이 없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저어하듯.

 

물론, 선우 재 부자가 막무가내로 무장한 채로 들이닥쳐

닥치는대로 죽이고 때려부술 거라곤,

그리고 모든 자료를 쓸어갈 거라는 건 미처 몰랐을 것이다.

 

윤자유는 떠나는 채운의  문자를 그의 음성으로 듣고 싶어한다.

그녀는 그가  건네 준 꽃차의 의미도 알고 있다.

그들은 소통이 아주 잘 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우 소중하게 양손으로 감싼다.

그들은 성격이 매우 비슷하기에, 닭살돋는 짓은 하지 못한다.

몰래 숨어서, 혹은 우회적으로밖에는 하지 못한다.

 

여기서 과연 BF는 모든 자료를 털렸을까?

그럴리가...

빈틈 없는 자유가 이미 그 사실을 짐작하고 있는데 무대책으로 당할 리가 없다.

그녀가 선우 재의 말을 되새기는 장면이 나오는 것만으로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그녀는 자신이 큰 사고를 당하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황급하게 정리되는 우채운의 집.

 

이 장면은 왜 나오는 걸까?

이 집은 채운의 집이다. 채운이 의식이 없거나 하다고 해서

누군가가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누구의 명령으로?

채운의 집과 고양이의 존재를 알고 있는 누군가에 의해서이다.

 

그런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채운과 자유 두 사람뿐이다.

 

그래서 난 난데없는 채운 집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과

만식씨가 거처를 옮기는 장면이 의아하다.

 

단지 만식씨가 무사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글쎄...

 

만식씨는 남자들을 무서워한다.

그럼에도

무지막지한 남자들의 사무적인 손길에 의해서 옮겨지는 만식씨..

하지만 굳이 고양이 따위 없애려고 장정들이 들이닥치진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주인 없는 집에 아무나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집을 함부로 뒤지거나 신발을 신고 마구 할 수 있는 사람은

채운 뿐인데, 한 사람이 더 있다면 그 집을 산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그 사람이 자유라 짐작하고 있다.

 

그곳은 어찌 보면 가장 안전한  BF의 제3의 은닉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제3의 안가가 될 준비를 하고 있을 듯 하다는 건 내 지나친 생각일까?

혹은 더 나아가서

가장 중요한 자료들을 숨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허술해보이는

그 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BF가 안정을 되찾았고,혹은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저 상징적인 장치일수도 있겠다.

 

이후로 나오는 장면들에 대해서

난 그 시간대가 마구 뒤섞여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결말 부분은 매우 급하게 쫓기듯이 템포가 빨라지는데, 그래서 매우 함축적이다.

 BF의 단정해진 그러나 인적 없는 내부를 보여주는 데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자유의 목소리...

그것은 시간적으로 꼭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하기도 힘들다.

그녀가 죽지 않았다고 온소장이 단언했듯,

시간 상으론 훨씬 앞부분일 수도 있다고 본다.

온소장이 채운의 고양이와, 자유가 그 고양이를 아끼는 것까지 알 길은 없기 때문이다.

사직서를 내려던 온산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은

그답지 않다.

 

윤자유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던 거대한 조직을 온산이 갑자기 활발하게 이끄는 것도 어색하다.

 

윤자유가 깨어난 것이 먼저이고,

이후에  BF는 본부를 옮겼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채운의 집은 왜 화면에 나왔을까?

어쩌면 그곳에 자료들이 숨겨진 것 아닐까?

 

마지막 장면들은 의미 없는 씬이 끼어들 여지가 없게 숨가쁘게 움직였기 때문에

난 웬지 그런 생각이 든다.

 

마지막 카메라가 훑으며 보여주는  BF는 모든 것을 회복한 듯한 인상을 풍긴다.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GRADE A 구역에서 카메라는 멈추고,

어디서 들려오는 지 알 길 없는 자유의 음성, 그녀는 의식을 찾았을 뿐 아니라,

말도 할 수가 있다.

그녀는 채운이 자신을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그가 크게 다쳤음도 모르고 있다.

 

그녀의 말소리에 눈을 뜨는 우채운,

그러나 그들이 깨어난 시점이 꼭 그때라고 볼 수도 없다.

 

마지막 시점은 꼭 순서대로 움직였다는 생각은 들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우채운과 윤자유는 목숨을 건졌고,

이후에 그들의 명령에 따라 사람들은 움직이고 있으며

수리가 되었다기 보단,

이런 모습이었음을 되새기는 듯한 마지막 건물 내부의 빠른 카메라 워크는

그만큼 많은 시간을 흘렀고, 그곳은 이미 없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들의 본거지는 이미 그곳이 아니라는 생각.

만식씨가 옮겨진 것은 자유와 채운이 깨어난 이후의 일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이다.

또한 윤자유의 필생의 역작인 그 배양장기 원천 기술은 매우 안전하게 보존되었으리라는 것이다.

선우 근이 파탄났고, 선우 재가 모든 걸 움켜쥔 듯 드라마는 끝났지만,

그건 도리에 맞지 않는다.

천하의 나쁜 넘은 선우 재이기 때문이다.

그가 성공할 리가 없다는 걸 보여주진 않았지만,

 

자유와 채운이 깨어났다는 것,

그들이 살았다는 것으로 난 이른바 권선징악의 씨앗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