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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야구를 보면서...

모놀로그 2023. 10. 25. 22:54

오늘 야구를 보았다.

준플레이오프전이다.

 

내가 야구에 미쳐 있던 시절엔 좋은 선수들이

외국으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활동할 때였고,

최고급 선수는 외국으로 비싼값에 내보내고,

3류 외국 선수를 대신 데려오면서

야구판이 잠시 개판이 될 무렵이었다.

 

스타급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선수들 실력은 하강되고,

동네야구 수준으로 프로야구가 떨어질 무렵,

 

야구에 관심을 끊어버렸다.

20년 정도 야구에 눈길도 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동안 야구판이 많이 달라졌다.

구장의 수준은 꽤 높아졌고,

듣도보도 못한 팀들이 왜 이다지도 많은지??

 

 

몇 년 전에 준플레이오프전을 잠시 봤는데

그야말로 투수가 열명 쯤 투입되고

에러가 속출하고

홈런이 난무하는

역시나 내가 소름끼쳐하는 그런 경기인 걸 확인하고는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조금 슬프기도 했다.

 

그토록 좋아했던 야구였는데 어쩌다..

 

난 투수전을 좋아한다.

그야말로 한 구 한 구에 손에 땀을 쥐고 침을 삼키던 시절,

그렇다고 타선이 너무 잠잠해도 재미없으니

한 두 점을 낸 후에

그것을 지켜내는 숨막히는 투수전이 내 취향이었기에

형편없는 투수진과 그로 인해 난타전의 향연이 펼쳐지는

야구는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야구를 본 것은,

문득 

드라마도, 영화도, 0tt조차도 이젠 나를 사로잡는 게 없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은 늙어가고,

새로운 스타는 나타나지 않는다.

 

최근에 무빙을 보긴 했지만,

쓰잘데기 없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지루했다.

나름 재미가 없진 않았지만

감동은 없었다.

류승룡 얘기가 제일 좋았는데

거기에도 사족이 너무 붙었다.

배우들은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다시금 각본없는 드라마 중의 드라마인

'야구'로 시선을 돌려볼까 싶어서였다.

 

다행히 오늘 게임은 수준 이상, 기대 이상이었다.

 

초반에 터진 타격전과,

이후로 아슬아슬하게 그것을 막아가는 투수전 양상의

전형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앞으론 야구나 볼까나??

 

문득 '스토브리그'가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