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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모놀로그 2023. 9. 12. 11:36

이 드라마는 완결나기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본 드라마는 대개 중간에서 시청을 포기하기가 일쑤였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드라마에서 풍기는 느낌과 제목의 언발란스,

멜로인가 싶은 제목과, 느와르풍의 미스테리극이라는 장르의 엇박자가

살짝 호기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나인우'배우가 주인공이라 보고 싶었다는

것이 가장 정답일 것이다.

내 기준, 가장 매력적인 피지컬에 비주얼이 빛나는

요즘 젊은 배우중 내 취향이기 때문.

 

 

눈이 즐거운 것이 어디인가?

게다가 그로테스크한 걸로 따지면 빠지지 않는 이규한배우,

더불어 '권율'이라면 기대할 만 하다.

 

참고로 내가 권율배우를 처음 본 것은 '브레인'에서이다.

그때 참으로 청초하게 생긴 배우였다.

 

이제 나이가 들었지만, 연기력은 그에 비례하여

일취월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청순한 외모로 싸이코 역을 했던 '보이스 2'에서도

인상적이었고.

 

그는 마음만 먹으면 퇴폐적일 수 있고, 

오당기에서처럼 반듯한 역도 잘 어울린다.

 

 

 

그러나

2회가 끝날 무렵에

벌써 드라마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음에도

걸핏하면 심장을 움켜쥐며 경계경보를 울리는

권율역 검사의 심장을,

 

오진우의 그것으로 이식하기 위한 음모가 진행되기 위한

치밀한 작전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물론, 내가 상상한 것 그 이상의 그 무엇이 더 있었지만.

 

박기영까진 몰랐지만,

오진우가 이복동생인 것까지 눈치를 까버렸다.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오진우를 선택하여 집요하게 

스토커짓을 할 리가 없으니까.

 

문제는 그 엄청난 비밀들과 음습한 음모를 어떻게 파헤치는가

그리고 다름아닌, 한국에서

가진 자들의 뻔뻔한 계획을

어떤 방식으로 만천하에 드러내어 해결할 것인가가

관건인데,

요즘의 나는 그 과정을 엄청 지루하게 여긴다.

그래도 꾹 참고 8회 정도까진 열심히 봤다가

마지막 회로 점프하여

결과만 보고,

다시 처음부터 정주행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성급하고 드라마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게

요즘의 나다.

 

대개의 드라마는 엔딩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차분하게 즐겨야하고, 또 그렇게 해왔지만

 

지금의 나에겐 그럴만한 여유도, 뭔가를 즐길만한

참을성도 없어진 것이다.

 

대체로 눈이 즐거웠고,

가슴 아픈 사연도 있고,

죽이고 싶고 몇 대 갈겨주고 싶고,

밟아버리고 싶은 인간들도 있는

그만하면 재밌는 드라마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인우는

뭔지 모르게 애잔하게 생겼는데

터프가이를 연기하니 묘하게 안어울리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