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찌질했던 태풍 '카눈'
여름만 되면 내가 목에서 손가락이 튀어나올 정도로
기다리는 것이 바로 '태풍'이다.
물론, 나야 태풍 안전지대에 살고 있으니
이런 몰매맞을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반도를 관통하는 그런 태풍은 사절이지만,
어떻든 일본이던, 중국이던,
해안이던 태풍 한 귀퉁이에 걸쳐만 있어도
엄청난 비가 쏟아진다.
94년의 그 기록적인 더위도 태풍이 오면서
사흘 동안 비가 퍼부으면서
전국민을 괴롭히던 찜찔방에서 해방시켜주었었다.
대개의 여름 더위는 태풍이나 큰 비와 함께 사라지고,
가을 비스무리한 분위기를 바람 속에 풍기에 된다.
여름 햇볕은 따사롭고, 그 안에는 서늘한 바람에 불어서
여름의 피로를 달래주는 것이다.
이번 태풍은 워낙에 겁을 주길래
별볼일 없겠다 싶긴 했었다.
나라에서 호들갑떠는 일치고 실제로 그렇게 대단한 건
없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미칠 것만 같은 더위에선 잠시라도 해방시켜 줄 것이고,
끝나고 나면 가을의 냄새가 적어도 몇 프로는 느껴지기 때문에
8월 중순께의 태풍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카눈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찌찔했다.
내가 사는 곳만 그런건지
어느 틈에 한반도가 땅이 늘어나서
여기선 비가 오고 저기선 햇볕이 쨍쨍인건지,
태풍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찌질찌질한 비가 이틀이나 내리고 있다.
바람은 구경도 못했다.
이 여름은 정말 스트레스 만땅이다.
비답지도 않은 비를 며칠째 찌질거리다가 사라지는
바람없는 태풍이라니!
이래서야 더위가 가시겠는가?
아니나다를까
다시 그 지옥같은 더위가 끈적한 습도와 함께
시작될 모양이다.
아, 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