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로리-초록 구두와 사진기
1부
도입부는
동은이 드디어 세명시로 입성,
그건 모든 준비가 끝났음을 의미.
동은은
임용고시에 합격한 이후,
공립학교에서 경력을 쌓으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녀의 복수의 향방은
연진이 키를 쥐고 있다.
애초에 초등교사가 된 이유가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내다 보고 치밀하게 놓은 포석이다.
언젠가
연진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리하여 초등교에 입학하게 되기를 기다렸다.
그 기간은 거의 6년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연진의 결혼 소식을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연진이 살고 있는 세명시의 초등교에 입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한다.
단지 세명초의 교사가 되기 위한 포석이 아니다.
이사장을 팠다는 것은
연진이 어떤 수단을 써도 자신을 쫓아낼 수 없는
단단한 백그라운드를 얻기 위해서였을 것이고,
그러기 위해 6개월이나 이사장의 뒤를 캐는 것이다.
또한
연진의 남편을 이용하거나
혹은 가정을 흔들기 위한 또 다른 포석을 위해
기를 쓰고 바둑을 배운다.
성희라는 조력자를 통해서
세상 물정에 어두운 동은은 여러 가지 도움을 받는다.
주로 5적의 동태를 그들의 인스타를 통해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때는 경란과의 연대는 아직은 없었던 듯)
물론, 인스타는 거짓이다.
그것은 누구에겐가 보여주기 위한 무대 장치 같은 것일 뿐,
그러나 그들이 현재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통로는 그뿐이다.
그리고 비록 거짓일망정, 은근하게 그 인간의 내면을 지배하는 것이 드러나는 것이
인스타 같은 SNS이기도 하다.
아직 학생일 무렵,
그리고 공립 학교 교사 때도
돈을 모으기 위한 과외를 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꾸준히 때를 기다리며 필요한 작업을 차근차근 준비해 둔다.
모든 경우의 수를 치밀하게 예상하며.
뜻하지 않은 조력자가 한 명 더 늘어난 것은 행운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내겐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는 듯 여겨져서
살짝 불안하다.
복수극이지만,
치밀한 심리극이지,
피범벅의 혈투극은 아니다.
피냄새와 폭력이 난무하는 그런 쪽으론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드라마는 질리도록 봤으니까.
-초록구두의 미스터리-
드라마는 시간 순으로 친절하게 찬찬히 모든 것을 보여주고 설명해주지 않는다.
김작가 특유의 솔직하고 담백한 진행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초록구두가 그러하다.
내겐 그 초록구두가 초반의 주요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진의 남편이 생일선물로 선물하면서 등장한 '초록구두'는,
이후 명오의 죽음과 맞닿아 있음을 여러 장면을 통해,
그것도 단편적으로 보이는데,
1부에서 경란과 단 둘이 시에스타에 있던 동은이 손에 넣었고,
(명품 따위 탐낼 그녀가 아니니, 그 구두를 굳이 신고 있다가 명오에게 선물 받은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세명초로 발령받은 후에 굳이 그 구두를 신은 채로 연진의 딸 앞에 나타난다.
새로운 담임이 엄마 친구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아이의 입을 통해 알리는 수단으로 쓰이기엔 미심쩍다.
일종의 맥거핀일까?
초록구두의 두 번째 임자는,
연진 따라쟁이, 연진도 모르는 연진의 라이벌,
아니, 인생 자체가 연진을 모방하고, 그녀와 같은 레벨에 오르는 것이 인생의 목적인 '혜정'이다.
그녀는 명오의 죽음과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없다.
명오의 죽음에 한해선, 거의 미스터리극의 플롯으로 가고 있으니...
마약중독자,
가장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강박적이고 무의식적인 공포에 쫓겨
그려진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캔버스에 가득한 초록구두는
그야말로 황폐 해지고, 금단현상에 시 달리는 사라의 정신상태를 말해주지만,
한편으로 그녀가 미친 듯,
명오를,아니 약을 원하면서 그 기다림의 시간을
초록구두를 그리면서 발작하는 것 역시 그녀의 알리바이는 될 수가 없다.
살해 현장에서 도망치는 초록구두를 신은 여인이 범인은 아닐지도 모른다.
단순 목격자일수도 있다.
단 한 방에 건장한 남자를 죽일 수 있는 위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과,
마지막으로 던지는 명오의 시선으로 봐서 뜻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것이
유일한 단서라고 생각한다.
-불안요소-
나는 너절하고 처절한 복수극을 원치 않는다.
남은 2부에서 만일 그런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적당히, 건조하고, 적당히 황폐하며, 적당히 심리적 진행이다.
후에도, 동은의 복수는
물 흐르듯,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인간의 고요함을
무시무시하게 내뿜으며 마지막까지 걸어가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 걸리는 인물이 다름 아닌,
연진의 엄마와 서장이라는 넘과 그의 똘마니들이다.
그리고 '현남'의 존재이다.
그녀가 배신을 때리는 것은 가능성이낮지만,
혹시라도 구태의연하게
현남의 딸을 인질로 잡는 치졸한 장면은 보고 싶지 않다.
아니 없을거라고 믿는다.
다름 아닌 김작가니까.
하지만, 그녀의 존재와, 그녀의 카메라가 걸린다.
아니, 그 카메라 속에 찍힌 동은의 얼굴이 걸린다.
워낙에 경우의 수가 많은 드라마라
굳이 동은의 얼굴이 카메라에 정면으로 찍힌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누군가 린치를 당한다면 현남일 가능성이 제일 높고, 그녀의 카메라는 그들에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납치극, 고문,
이런 것들은 제발 피해 가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식으로 동은의 복수극에 영향을 미치게될지
짐작하기 힘들지만
연진이라는 여자가
우습게도
자기가 남편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연진에겐 치명적인 깨달음일 것이다.
사는 동안 그 누구도 사랑하거나 애착을 느껴본 적이 없는 인간이며,
사랑이 뭔지 모르는 여자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