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탄절-2022(2)
2022년의 나의 성탄절은,
메인 컴퓨터가 먹통이 되는 바람에
저녁 미사까진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컴퓨터와 씨름하면서 시작되었다.
난 아직도 윈도우 7을 쓰고 있는데,
지원이 끝났다는 협박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이젠 게을러지고, 컴퓨터로 하는 일이라곤
가끔 글을 쓰던가 검색을 하던가
그나마 인터넷은 휴대폰으로 하고,
영화나 드라마들을 잔뜩 받아놓고
티비와 연결해서 하루 종일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용도로 밖엔
쓰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포토샵에, 에펙, 프리미어, 베가스 등등으로
갖가지 영상을 만드는 취미에 골몰했었지만,
그것도 싫증난 지 오래이다.
게다가 난 게임엔 전혀 관심이 없다.
아니 소질이 없다.
그러다보니 마지막 최고 사양으로 컴퓨터를 조립한 지 거의 십년.
이후론 전혀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윈도우 10으로 갈아타기 귀찮았을 뿐이다.
그런데 크롬을 더이상 업데이트 해주지 않겠다는 협박엔 다소 흔들렸다.
뭐 업데이트 안해도,
내 컴퓨터를 해킹할 사람도 없고, 그럴만한 자료도 없으니
상관없지만,
그래도 심심해서 시험 삼아 원도우 10을 깔아보기로 했는데,
이 대목에서 엄청난 삑사리가 나서
부팅이 전혀 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서브 컴퓨터라도 살려두었다면
이유를 검색해서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을
서브 컴퓨터까지 부팅이 안되는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모든 게 엉망이 된 것이다.
우찌우찌해서
메인컴퓨터엔 겨우 윈도우 7를 설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서브는 실패한 채로 새벽 6시에 침대 위에 쓰러지면서
비로소 오늘이 성탄 전야였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래도 기절하다시피 잠이 들었다.
오전 10시 부터, 새벽 5시까지 난 컴퓨터와 씨름하느라
성탄절이라는 걸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본격적으로 서브 컴퓨터에 달려들었다.
메인보드를 교체했다.
그런데 램이 망가진건지, 슬롯에 문제가 있는건지
리부팅의 무한 반복,
고심 끝에 다시 원래 메인보드로 교체,
테스트해보니 결국 슬롯에 문제가 있었다.
겨우 교체하고 다시 윈도우 재설치하려는데
죽어도 안 된다.
윈도우 7 usb로 부팅하려는데
빌어먹게 별별 짓 다해도 안 된다.
포기하고
윈도우 씨디로 시도하려는데,
서브엔 플레이어가 없다.
난 얼마 전에
두 개나 되는 씨디롬을 버렸던 것이다.
뭐든지 버리고 나면 쓸모가 생긴다는 전설이 떠올랐다.
할 수 없이 메인에 있는 씨디롬을 떼서
서브에 임시 장착하고
씨디로 부팅시도,
결국 내가 원했던 부팅화면이 시작되는데
눈물이....
그때 시간이 오후 5시
열시에 시작한 작업이 삽질을 거듭하다보니
어느덧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물론, 씨디로 부팅해도
결국 윈도우 설치는 안 된다.
난 비로소
이유를 알았다. 메인에서도 드라이브를 도스 화면을 띄워서
mbr로 설치 드라이브를 클린해야 한다는 사실을 깜박한 것이다.
결국 기어이 윈도우를 설치하고 프로그램을 깔고 나니
이번엔 밤 11시...
사실, 서브는 32비트를 사용했고, 씨디는 64비트여서
망설이면서 시간을 허비한 것이 문제였다.서브도 64비트를 설치할 수 있었는데,미처 그 생각을 못한 것도 한몫했다.
그 생각만 했어도 아마 난 성탄 미사를 까먹을 필요가 없었다.
미련한 삽질과, 메인보드 교체 두 번, 이후로 usb 삽질을 거듭하면서
시간을 무지하게 허비하고 내 몸을 괴롭히고 심란하고 엉망진창인 성탄절을 보내게 된 것이다.
암튼, 모든 프로그램을 모두 설치하고, 업데이트하고,
어쩌구 저쩌구를 모두 마치는데 거의 3일이 걸렸다.
윈도우 10은 노트북에만 설치하기로 마음 먹고 그냥 살던대로 대충 살자는 결심과 함께...
램과,cpu와 메인보드를 교체시키켜서
팔아먹기 위해서 완벽하기 그지 없는 윈도우 7을 못쓰게 하려는 몸부림이 얄미워서,
난 그냥 버텨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난 이제 컴퓨터를 새로운 사양으로 바꾸기 위해
돈을 쓸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나의 2022년 성탄은 이렇게 두 대의 컴퓨터와
나의 삽질과 마이크로소프트 덕분에이렇게 몸과 시간을 망치며 끝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