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낙서

내 기억 속의 지우개

모놀로그 2022. 12. 6. 11:05

만일 내 기억 속의 지우개가 있었다면,

난 그나마 살아갈 수 있었을까?

아니면 지금보단 덜 참담했을까...

 

내 인생에서 사라진 것은 언젠가부터 '치열함'이다.

 

그리고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그 '치열함'이 주는 만족감 속에서 혼자 즐거워하던 시절이다.

 

하지만, 난 단 한번도 진정성 있게 치열한 적이 없다.

동시에 난 매우 성실하게 그 치열하지 않은 차가운 열정을 나를 위해 즐겼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바로 그 차가운 진정성인지도 모르겠다.

전혀 상처받지 않을,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도 파괴할 수 없는

나만의 고고한 성곽안의 거만한 자아

 

그래서 싫증나면 언제든 그 치열함을 거두고 미련없이 떠날 수 있었던

자유로운 영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고, 그래서 빠지긴 하되, 언제든 돌아설 수 있는 여유

 

그건 나만의 매우 특이한 개성이었다.

 

내가 그리워하는 건, 바로 그런 냉정함이다.

난 지금도 냉정하지만,

그땐 없었던 지독한 절망감과 이상한 열망에 동시에 시달리며

 

그것들이 오히려 더욱 절망적인 나의 미래를 두려워하게 만들다가

지치게 한다.

 

그렇다. 저 시절엔 내게 미래같은 건 없었다.

단지 현재만 있었다.

 

난 나 자신에겐 관심이 크지 않았다.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떄까지의 힘들었던 일상에서 빠져나와,

난 휴가를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주님께 묻는다.

 

주님, 전 지금 어디 있습니까?

전 죽어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병들어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병들어 죽어가고 있는 중입니까?

 

주님...단 한 순간이라도 이전처럼 자유로와지고 싶습니다.

아무런 욕심도 욕망도 없이 자유롭게 즐겁던 

그 짧은 시간들만이

이상하게 내 인생의 전부인 듯 생생합니다.

 

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만일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전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난 그때 많은 기회를 놓쳤으니까요.

 

가장 만족스러운 나날, 다시 말해서 지루하지 않고, 늘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듯한격렬한 시간들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어리석은 날들이었습니다.

 

주님, 전 지금 어디 있는 겁니까?대체 전 어디쯤 와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