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낙서

비어 있는 무대

모놀로그 2020. 3. 17. 02:36

글이 쓰고 싶다.

미치도록 글이 쓰고 싶다.



난 컴퓨터 앞에  앉아서, 키보드의 자판을 두드리고 싶다.

난 자판을 두드릴 때 그 감촉과, 그 소리가 너무나 좋기 때문이다.


또한 그 자판으로 내가 하고 싶고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다.


예전에 난 깊은 밤, 그렇게 많은 글을 썼다.

그것은 지금 생각하니 나의 사랑이었다.


긍극적으로 생에 대한 사랑이었다. 좋은 드라마와 영화, 배우에 열광하고, 책을 읽으면서 밤을 새고

음악을 들으며 가슴을 아파하던 그 쓰잘데기 없는 열정의 시간들과

나의 감성을 마구 쏟아내던 그 열정은 생에 대한 사랑이었다. 내겐 그런 사랑이 있었다.

그러나....어느날

사라졌다.


어느날 부터인가 난 더이상 글을 쓰지 않았다

아니 쓸 수가 없었다.


쓰고 싶지도 않았고, 쓸 말도 없었고, 쓸 의욕도 사라졌다.


그때,

내 인생의 한 막은 커튼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제 2 막이 시작되고, 커튼은 다시 올라갔다.


제 2막의 난 무대 위에 우두커니 서 있다.

관객석을 보지 않는다.

실은 텅 비어 있지만, 그것도 인식하지 못한다.

난 무대 위에 서 있지만, 무대는 실은 비어 있다.



대사도 없다.

대사를 잊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대사가 없다.

그렇다고 판토마임도 아니다.

주인은 내가 아니라,

비어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움직이지도 않는다.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다.


하늘도 땅도 보지 않는다.

초점을 잃은 눈은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지루해서 빨리 제 2 막의 커튼이 내려오길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