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작품과 인물

신사의 품격을 보고...

모놀로그 2013. 4. 20. 12:14

포청천 90년대 판에서도

걸작에 속하는

'천하제일장'에서 주인공은 이런 대사를 한다.

 

'사랑이 없다면, 세상은 살 가치가 없다'

 

진부한 말이지만,

동시에 절절한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간은 꼭 상대가 반대 성이 아닐지라도

뭔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지도...

암튼,

 

시크릿 가든에 이어서 또다시  비교적 대중적으로 성공한 드라마로

연타를 치며 줏가를 올리는 김은숙 작가의

 

신사의 품격은,

요즘 하도 음침한 드라마들,

 

즉,

케이블에서 만들어진 '신의 퀴즈'니 '뱀파이어 검사'니' 특수 뭐시기 텐'이니

등등의 하드코어 드라마에 약간 지친 나머지,

 

그래도 로코의 대가인 김작가의 작품 중에서

최근작인 이유로 선택하였다.

 

까놓고 말해서,

장동건 김하늘 커플이라는 이유로

초장부터 내게 까인 작품이다.

 

물론,

방송사에선

장동건 김하늘을 황송해하며 죽자고 홍보했겠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장동건을 작품 속에서 본 것은

정말이지 신사의 품격이 첨이다.

 

단 한 개도 그 사람이 나온 영화건 드라마건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장동건이 호불호를 떠나

잘생겼다는 것도 인정한다.

 

단지,

마치 아랍계나 인도계처럼

너무 찐하게 생겨서

보기가 좀 거북하긴 해도,

어떻든

젊은 시절에 잠깐씩 본 장동건은

누가 뭐래도 참 잘생겼다.

 

너무 잘생긴 남자들이 그러하듯,

그 바람에 도무지가 성적 매력도, 개성도, 모조리 안보이는 사태가 벌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신사의 품격에서 장장 20시간에 걸쳐 지겹게 봐야만 했던

장동건은,

 

허걱,

대체 지금 몇살이지?

궁금할 정도로 나이가 들어보인다.

설마 50대??

혹은 40대 중반?

 

이병헌 같은 경우,

나이가 들어도

젊었을 때보다 덜 느끼하고 더 남자다와졌다는 걸 감안할 떄

장동건이 그토록 늙어보이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멋있지 않은 건 아니다.

 

얼굴은 보기가 좀 거북하지만

연기도 잘하고

몸매는 죽여준다.

 

등장하는 네 남자중

가장 스탈이 뛰어나고

코디 감각 죽여주고,

스스로도 어떻게해야

자신이 멋있게 보이는지 너무 잘 알고 있으며

그의 패션 감각은 딱 내 취향이라

그 점에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싶다.

 

얼굴이 예전에 비해 좀 심하게 무너진 것을 제외하면

드라마 상에서

참 재밌는 캐릭터이고

그에 맞게 얄미운 연기도 생각보다 잘 한다.

 

그러고보니

연기하는 장동건도 첨 보는군??

 

그런데

이제 그야말로 불혹의 나이를 지나

연기도 제법 틀이 잡혀 안정적으로 잘하는 배우가 되었군??

 

아,

그런데 말이다.

 

김하늘이 문제다.

 

사실, 김하늘은 내가 감탄하는 여배우 중 하나이다.

그녀의 데뷔 시절을 잘 기억하고 있는 나로선,

착한 척하고, 비련의 여주인공인 척 눈물을 달고 사는

청순가련을 무기로 하던 김하늘이

그 참을 수 없는 내숭 연기를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동갑나기 과외하기에서

완전 망가진 이후론

여배우로 발돋음한

몇 안되는 귀한 한국의 여배우인 것이다.

 

그러기가 쉬운가?

 

게다가 미모도 여전히 잘 지켜내고 있다.

비록, 한번도 김하늘이 이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적어도 이쁘게 보이려고

다른 건 희생하는 연기는 안 한다.

 

그래서

그나마 여배우로 살아 남은 아주 귀한 존재인 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김하늘의 연기나 외모가 정말 마음에 안든다는 것이다.

 

뭔지 모르게 졸리는 스탈이 있는데

내겐 김하늘이 그러하다.

그래도 내숭 연기 할 때보단 훨 낫지만,

그래서 비호감 여배우는 아니지만,

그녀의 작품은 웬만하면 피해가고 싶달까?

 

그런 장동건과 김하늘이 커플이 되어

김은숙 특유의 깐죽대는 연애놀이를 시작한다.

 

휴...

 

김은숙 작가는 정말 대단하다.

 

파리의 연인으로 시작해서

신사의 품격까지

 

쉬지도 않고,

연애담을 써제낀다.

 

그것도 대개 비슷비슷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첫눈에 반한 남자가,

자기 싫다는, 혹은 싫은 척 하는, 혹은 관심 없는 척 하면서

남자의 깐죽거리는 구애를 즐기는

말싸움을 벌이면서

갖가지 유쾌하지만 진부한 퍼포먼스를 벌여나가는

그 재주,

참 감탄스럽다.

 

파도파도 그녀의 로맨틱한 사랑에 관한 로망은 채워지질 않나보다.

 

만일 또다시 비슷한 류의 로코를 쓴다면

난 정말 이젠 그녀에게 찬사를 바치고 싶을 정도이다.

 

그런데 비극적이게도

신사의 품격에서 제일 재미없는 부분이

장동건 김하늘 커플의 연애담이다.

 

재미만 없으면 또 모르겠는데

지루하고 짜증까지 난다.

 

김하늘역의 캐릭터는

다른 남자를 짝사랑하고,

장동건은 싫다는 포지션인데

나이가 30대 중반의 엘리트임에도

자기 마음 하나 제대로 들여다볼 줄 몰라서

여전히 짝사랑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함에도

공식적으론 싫다는 남자가

맘껏 자신을 주무르고, 온갖 스킨쉽에 키쓰까지 퍼부어도

내버려둔다.

 

뭐 겉으론 그래도, 실은 그를 사랑하고 있는 거라네

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지만,

그런 멍청한 여자는

귀여운 컨셉을 앞선다.

별로 귀여워보이지도 않지만..

귀엽게 보기엔 너무 키가 크고, 그야말로 엉덩이도 크다.

 

암튼,

 

장동건이나

김하늘이나

다른 인간 관계 속에선 매력 있다.

 

장동건 캐릭터가 친구들과 있을 때나,

일을 할 때나

클라이언트를 대할 때는 정말 재밌다.

능청스러울 정도로 연기도 잘 한다.

 

그런데 김하늘과 붙여놓기만 하면

누구 말대로 화장실 가는 타임이 된다.

 

김하늘도 마찬가지,

그녀가 매력적일 땐

그녀의 학생들과 함꼐 있을 때뿐이다.

 

친구인 골프선수랑 있을 땐

답답하고,

김수로랑 같이 있을 땐

졸리고

장동건이랑 붙여놓으면

짜증나는 오버 연기에

귀여운척 하는 콧소리가 민망하다.

 

정말 대단한 배우 두 사람이

영 궁합이 맞질 않는 것이다.

 

여기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남들은 어쨌는지 몰라도

난 시크릿 가든에서 그랬지만

신사의 품격에서도

두 남녀의 연애담에 별 감흥을 느낄 수가 없다.

 

이유가 뭘까?

 

이유는 한 가지,

진정성의 부족이다.

 

대체 왜 저 남자는

저 여자를 사랑하는걸까?

 

김작가의 두 작품에서

그 여자는,

그 남자가 먼저 건드려서

마음이 동하는 컨셉이다.

 

그 남자가 깐죽대며 접근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그 여자가

그 남자를 사랑할 이유가 없다.

 

우선 이게 문제이다.

 

시크릿 가든에선

무엇하나 부러울 게 없는 왕자병에 걸린 남자가

초라한 스턴트 우먼을 죽자고 쫓아다니는데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알고보니

그들의 인연은 깊고도 깊어,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이런 걸로 어거지로 납득을 시켜준다.

뭐 그럴수도 있겠다 싶다.

 

둘의 사랑은,

아니 남자의 사랑은 잠재적으로

오랜 시간 자신도 모르는 곳에서 숙성하고 있었고

그 상대를 만나

발효하기 시작하다가

드디어 폭발한 것이려니...

 

하지만

신사의 품격에선 대체 뭔가?

 

첫눈에 반했다는데

왜??

 

그리고

여자들은

어찌하여

자기가 먼저 사랑을 시작하지 못하지?

어째서

멋진 남자가 죽자고 쫓아다니면

금새 넘어가는 거지?

 

상대가 누구건, 자기 맘에 들건 말건

무조건 넘어간다.

 

매우 수동적이다.

 

김작가의 작품에서 맘에 안드는 이유 중 하나이다.

 

여자들은 그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에 불과한건가?

 

그리하여,

난 시크릿 가든에선

 

차라리 윤상현과 김사랑의 러브 스토리가 매력적이었고,

특히나 윤상현이 없었다면

도중에 보기를 때려치웠을지도 모를 정도로

오로지 윤상현이 재밌고 매력적이어서 봤다면,

 

신사의 품격에서 볼 거라곤

네 남자의 연애담이 아니라

 

네 남자의 우정담이다.

 

제일 재밌는 것 또한

오프닝에서 보여주는

네 남자의 적나라하게 한국남자스러운,

멋있는 척 하지만 결코 성숙하지 못하는

한국 남자 특유의 치기 어린 소년성이

그대로 걸러지지 않고 보여지는

신선함이다.

 

만일,

신사의 품격에서

네 남자의 우정담이 없었다면,

 

이제 식상할대로 식상한

김은숙식

입담 좋은 남녀간에

투닥거리는 연애담만으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싶다.

 

오죽하면

장동건과 김하늘 커플만 나오면

스킵을 했을까?

 

사람들이

대체로 이종혁*김정난 커플을 좋아했다고 들었다.

 

나도 그렇다.

이유는??

 

우선 캐릭터가 신선하다.

김은숙식 압샵한 대사로 표현되는

지겨운 연애담이 생략되어 있는 대신에

무시무시하게 보이는 여왕의 오만하고 차가운 가면 뒤에 안타까운 남편에 대한 갈구가

그러나 처연하지 않게, 다소는 희화적으로 표현되고

김정란의 연기는 물론 갑이다.

 

여왕님이 사모하는 상대는,

너무나 시시한, 그러나 미워할 수 없는 철부지 낙천적인 바람둥이이다.

 

이처럼 어울리지 않는 조합도 드물다.

 

극중

로기가 말하듯,

 

'나를 상대할 그릇이 아닌'

대단한 여자가 너무나 가벼워서 깃털같은 남자를

절절하게 사랑한다.

 

그 절절한 사랑은

음산하고 무표정하며 귀족적인 철가면에 가려져 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연인이 아니라

부부이다.

 

얼핏 봐선

부부라기보다,

철부지 아들과 엄격한 엄마처럼 보이기도 한다.

 

암튼 새로운 캐릭터 한쌍이 신사의품격에 없었다면??

생각만 해도 하품이 나온다.

 

그러나,

결론적으론

신사의 품격엔 장동건 김하늘 커플만 나오는 건 아닌지라

나름 재밌다.

 

개인적으로,

내가 김작가의 연애담 중에서 최고로 치는 건

'연인'이다.

의외로

그다지 화제가 안되고 잊혀진 작품이지만,

연애담에 진정성과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며

매력적인 분위기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얍샵한 입담도

연인에선 그렇게 거슬리지 않는다.

 

그 외 다른 작품은

연인보다 훨씬 유명하지만

대개

내겐 시간을 죽이기 위해 가볍게 읽는 만화 정도??

 

그럼

신사의 품격을 보고 각 캐릭터, 내지 배우들, 혹은 작가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

 

 

장동건 김하늘 커플에겐 별로 설레지도 않는 스킨쉽을 남발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홍프로라는 얄밉게 생긴 여자는 어쨌든 질질 짜더라도 소리내서 울지 않아서

나름 봐주겠고,

 

김수로씨는 정말 멋있게 나이들어서 맘에 들었고,

연기는 말할 것도 없으며

김수로씨가 멜로를 하는 것도 무척 신선했다는 걸 전하고 싶고,

 

김민종 캐릭터를 사랑한다는 김수로역의 여동생은

참 귀엽고 당찬 요즘 젊은 여자다운 면모를 보여서 호감이었지만,

제발 울지 않았으면 좋겠고,

설사 울더라도 그냥 울기만 하고 대사는 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때 내는 쇳소리같은 울음소리와 그 울음소리 못지 않은 괴성같은 대사에

난 정말 괴로와서 호감도가 급하락 했음을 말해두고 싶고,

김작가는 제발 별 것도 아닌걸로

갑자기 신파를 연출하는 버릇 좀 버려줬으면 좋겠고,

 

예를 들자면,

40대 남자가 어린 나이에 사고쳐서 생긴 아이가 불쑥 나타났을 때,

그게 하늘이 무너질 만큼 대단한 건지

난 잘 모르겠고,

이유는

아이가 젖먹이도 아니고

다 큰 청소년인데

그게 사랑의 장애가 되는 것인지?

 

마치 연인에서

느닷없는 인질극에 피바람을 일으켜

로코에 먹칠을 하듯,

 

시크릿 가든에선

웬 영혼이 뒤바뀌는 황당한 시츄에이션으로

현빈이 울고짜며 죽기 위해 먼길 떠나는 걸로

감동을 주긴 커녕

입이 딱 벌어지는 어이상실을 경험하게 하듯,

 

가끔 이상한 장애물로

고뇌하는 척 하는 공감할 수 없는 상황 좀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고...

 

하지만

다행히도

연애담만 빼면

유쾌한 장면이 많아서

참아줄 만 했다는 것이 최종적인 결론이라는...

 

사랑이 없다면,

이 세상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건 진리이지만,

 

그러나

사랑은 절대로 예쁜 것이 아니고

구질구질한 것이라는

 

또다른 명대사가

 

'거침없는 사랑'

에서 나왔는데

 

난 그것에 더 공감한다는..

 

황막한 이 세상에

언제까지나 김작가가 보여주는

낭만적인 사랑과,

그에 못지 않은 우정담은

그래..환타지일 수 있고,

실제로 환타지이다.

 

그래서

진정성을 느낄수가 없다.

 

진정성이 없는 작품은

일회적이다.

 

내가 김작가가 일회적인 작품을 쓰던,

세기의 명작을 쓰던

걱정해줄 이유는 없지만

 

시크릿 가든에 이어서

여전히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 것에

감탄한다면 감탄하고,

 

짜증난다면 짜증나고

 

그렇다.

 

그래서

또다른 커플들,

 

사랑은 마냥 예쁜 것이 아니라

구질구질한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정록과 민숙 커플이

돋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만일 그게 작가의 적절한 방어막이었다면

성공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