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퍼플 pod 제작기
우찌우지하여,
내가 아무개씨의,
그러니까 아주 친밀한 관계인 아무개씨의
퍼플 pod제작을 맡게 되었다.
아무개씨는,
자신의 책을 만들고 싶어하던 차에,
그러나 막대한 제작비로 인해
난감해하던 차에
우연히 교보 문고에
퍼플인지, 뭐시기인지 하는 것이 있고,
거기에서 제작비 한푼 안들이고
자신의 책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자
너무 기뻐 날뛰던 아무개씨는
당장에 책을 출판하기로 결심하였으며,
그러나
할 줄 아는 건 오로지 원고를 쓰는 것뿐,
그 이외의 모든 것,
즉 제작은 셀프라는
퍼플의 원칙을 나에게 모조리 떠넘긴 것이다.
절대로 거부할 수 없는 관계인
아무개씨의,
자신의 이름으로 낸 책 한권이 꼭 가지고 싶다는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열망을 잘 알고 있던 차라,
기꺼이 맡았지만,
까놓고 말해서
나도 자신은 없었다.
당췌
뭔 소린지 이해할 수도 없었다.
우선,
한컴에 글을 작성해서
그것으로 북만들기를 클릭하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책 한권이
돈 한푼 안들이고 만들어진다는
꿈같은, 그러나
난 절대로 세상엔 꿈같은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리하여
그에 상응하는 막대한 댓가를 꼭 지불해야한다는 원칙을 알고 있기에,
뭔가 무시무시한 함정이 기다리고 있을거란 불길한 예감을 느꼈지만,
뭐 어떻게 하면 되겠지
싶어서
오케를 한 것이다.
그런데,
책을 만든다는 것 이전에,
우선 글을 쓴다는 것,
것도 장편 소설을 쓴다는 것,
이건 글쓴이의 영역이지만,
그러나 퍼플은 셀프라는 가혹한 명제가 있기에
글쓰는 것 못지 않게
끔찍한 작업이 바로 '교정'이다.
국문과를 다니며
교정하는 알바하는 친구를 본 적이 있는데,
이 교정이라는 게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난 대체 어떻게
아마추어가 교정을 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그러나
교정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에게 주어진
제작에 관한 모든 짐은 시간의 여유가 있지 않겠는가??
아무개씨는 침식을 잊고
글쓰기에 몰두하고,
이어서 무지막지한 수정 작업에 돌입하여
끝없이 교정하고 또 교정해도
튀어나오는 오타와, 말도 안되는 문장에 시달려야했다.
그때마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천번이나 교정했다네"
라고 부추기며
난 그저 시간을 벌기만 바랬다.
간간히 들어가서
셀프 제작에 관해 읽어보긴 했지만,
당췌 뭔 소린지..
그러나
나의 강렬한 개성,
즉 될대로 되겠지..
어떻게 하면 되겠지..
라는 독특한 발상,
즉 코앞에 닥치기까진 잊고 살자라는 마인드로
마지막 순간까지 버텼다.
그러나
드디어 내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마침내 그 순간이 도래했다.
자, 이제 난 싫던 좋던
책을 제작해야했다.
뭐,
그냥 시키는대로 하면 되겠지?
그래서
한컴으로 작성된 원고를
pdf로 변환하는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변환하여
시키는대로 업로드하고,
뭐 작가의 말이니,
프로필이니
목차니
다 써넣고
표지도 홈피에 잔뜩 있길래
암거나 골라서
이름이랑 제목 박아서
판매승인을 넣었다.
휴...
뭐 너무 간단한거 아냐?
그러나,
고행이 이때부터 시작되었으니
곧바로 판매가 거부되었다.
이유인즉,
판권이 없다던가?
게다가 표지가 업로드되지 않았다나 뭐라나?
오잉?
표지?
거기 표지 잔뜩 있던데?
비록 하나같이 좀 촌시럽긴 했지만
뭐 책 표지라는 게 다 그런거 아냐?
서둘러
퍼플담당자에게 전화를 넣어
대체 판권이란게 뭐냐?
표지를 업로드하라는게 뭐냐?
알고보니
난 책만들기에 대해서
도무지가
제대로 알고 있는게 하나도 없었다.
자,
퍼플에서도 책을 만들려면
pod를 선택해야한다.
내가 쓰는 글의 종류에 따라
판형을 선택해야한다.
홈피에 나온 표지들은
그저 전시용일뿐,
책을 정말 제작하여 제본까지 정식으로 하고 싶다면
그에 맞는 표지를 직접 제작하여
업로드해줘야한다.
그 표지는,
해상도는 300이상에
RGB는 안되며,
사이즈는 소설에 맞는 신국판 사이즈에서
각각 3미리 정도를 더하고,
날개까지 더하며
세네카를 정확히 계산하여
만들어야하는 것이었다...
뿐이랴,
그쪽에서 제시하는 판형에
글쓴이의 원고를
다시 재편집까지 해야한다.
컥!!
역시 쉬운 일은 없구나..
그래서 몇날 며칠을 게으름 피우며 미루다가,
도저히 더는 피할 수 없게 된 순간에
포토샵을 열고
자랑스럽게도 30분만에 그럴싸한 표지를 완성했다.
석달쯤 미루다가
30분만에 만들었으니
이 얼마나 장한가!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원고를 변환하여
표지와 함께 당당히 제출하는데,
이게 또한 끝이 아니라
직접 제본 옵션을 설정해줘야한다.
뭐 까이거,
뭔소린지
하나도 알 길은 없지만
대충 설정해서
다시금 판매신청을 했더니,
3일만에 승인이 났다.
마치 운전면허 땄을 때 같구나.
두번만에 실기에서 당당히 패쓰했던 것처럼,
그토록 힘든 POD 제작 판매승인이
두번째에 난 것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내가 치명적인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으니..
제본 옵션을 잘못하여
책 판매 단가가
자그만치 40000원이 나온 게 아닌가!!
흑...
판매중지를 신청하고,
그 이유를 써넣는다.
그러는 동안에
작가께선
아무래도 전에 쓴 글이 페이지수가 너무 적다며
다시 쓰고 싶으신단다.
만일
다시 쓰면
파일도 교체해야한다.
뭐 교체하는 동안
시간이 좀 있으니
다시 쓰라고 했다.
글쓴이 아무개씨는
헤밍웨이가 슬쩍 들여다볼 정도로
수정을 하고 또 하고,
교정을 하고 또 하고,
수천번을 고치고 앉았다.
시간이 흘러,
교체 승인이 났다.
그동안
표지도 조금 수정하고,
파일도 수정본으로 교체하여
기다렸더니
이번엔
파일에서 문제가 있다며
거부당했다.
앗!
그렇다.
그러니까
이게 가장 어려운 부분인데,
한컴에서 작성된 글을
PDF로 변환하려면
우선
제어판의 프린트 설정에 들어가면
새롭게 생겨난
ezPDFBuilder 라는 것의 인쇄설정을 해주어야한다.
즉,
신국판일 경우
152*225mm
가 사이즈인데,
이것을 인쇄기본설정으로 고쳐주어야만
변환파일이 정상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처음엔 그것을 했는데
고새 까먹고 그 설정을 안한 것이다.
부랴부랴 다시 설정해서
변환할랬더니
작가께서 다시 수정하고 싶으시단다.
으악!!!!!!
내 컴엔
같은제목의
수정본1
수정본2
수정본3
.
.
.
.
이 차츰 쌓여간다.
나중엔 뭐가 뭔지..
어떻게 원본이고 진본이고 수정본인지
헷갈리기 시작!
그러나
다시금
우찌우찌하여
파일을 교체하고,
이어서
표지까지 다시 손을 봐서
제출하고
승인을 기다린다.
그동안
관계자와 주고받은 메일이 얼마던가!
ㅠㅠ
기나긴 고행의 시간이 끝나려는 서광이 비쳤다.
드디어
모든 수정이 완료되고
승인도 받았다.
들뜬 마음에
판매 단가가 얼마로 측정되었는지
달려가보니
헉,
여전히 4만원이다.
아니,
뭐 이런 *같은 경우가 있단 말인가!
단가 하나 때문에
개고생을 했는데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니??
그래서
난 다시금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실은
그쪽에선 전화 상담을 거부하고
메일을 보내라고 했지만
그 결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시간만 허비했을 뿐...
전화를 하자마자
그 즉시
단가가 조정되었다.
이것도 웃긴다.
메일로 하라면서
메일로는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결국
난 해냈다.
아니
우리가 해낸건가?
제작승인이 난 것이다.
pod는
주문제작이다.
제작비용이 하나도 안드는 대신에
필요한 수량을 주문하면
대략 일주일 정도 기다리면
책이 원하는 곳으로 배송된다.
20여권을 우선 주문하였다.
전국에 흩어진 독자(?)들에게
배송되도록 조치하고
책을 기다렸다.
그러나..ㅠㅠ
세상에 이럴 수가..
투비콘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