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작품과 인물

드라마 속의 나의 명곡-'선덕여왕' 홍광호- 발밤발밤

모놀로그 2012. 12. 13. 22:54

선덕여왕은 단점이 적지 않은 작품이다.

그러나 대중적 성공을 괜히 거두는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인물들에게 뚜렷한 성격을 부여하여

뛰어난 캐릭터극으로 만든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내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건 음악이다.

 

그 중에서도 홍광호씨의 '발밤발밤'은  드라마 ost 중에선 최고라고 극찬하고 싶다.

 

난 뮤지컬 가수나 팝페라 가수들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의 창법이나 음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뮤지컬 가수가 되면

자신의 개성을 잃어버리고

구태의연한 드라마틱을 추구한다.

 

매끄럽고, 물 흐르듯 줄줄 쏟아지는 느낌이랄까??

 

분명, 잘 부른다고 생각은 하지만

감동은 전혀 없다.

 

그런 점에서

홍광호씨의 음색이나 창법은

내가 들어본

뮤지컬 가수 중에선 꽤 개성적이다.

그래서 수많은 뮤지컬 가수들이 시도하지만, 실패하는

극적인 감동,

 

웬만한 가요는 줄 수 없는 스케일이 크고 드라마틱한 감동을

주는 것이다.

 

이 곡뿐 아니라,

이소정씨의 '달이 기우는 해'도

참으로 아름답다.

 

환타지 시대극의 넓고 깊은 공간 속에 놓여진

인간의 유한성이 도달하는 서글픔과 쓸쓸함을

서사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부금일지라도

너무 남용하면

그 가치가 떨어지며,

적적할 순간에

그 영상에 가장 적합한 음악을

아끼면서 틀어주는 것이

드라마의 질을 높이는 테크닉이라는 것이 내 소신이지만,

 

그런 점에서

선덕여왕에게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발밤발밤'이나

'달을 가리운 해'

두 곡 모두

영상과의 결합이 절묘하기 때문이다. 

 

역사라는 건,

지금 내가 놓여진 이 순간이 있게 한

근본이고,

그러기 위해 무수한 진화를 거듭하였지만,

 

그러나

그 시대는

퀘퀘하고 음습한 박물관처럼

박제되고 정체된 아이러니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한 아이러니속의 고요한 허망함이

역사의 본질이 아닐까?

 

선덕여왕은,

다른 시대극에선 표현하지 못했던

사무치는 서글픔과 쓸쓸함이 화면에 묻어난다.

마치 다모가 그랬듯이...

 

그리고

그러한 서글픔과 쓸쓸함을 내게 전달해주는 것이

'발밤발밤'이다.

 

나와 선덕여왕 속의 인물들 사이에

아득한 공간적 시간적 갭을 잊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그들의 세상으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를 놓아주었기 때문이다.

 

선덕여왕이 어떤 작품이건간에,

작가나 연출이 어떤 정치적 목적을 지녔건 간에,

 

극중 인물과 나의 교감은

그런 점에서 순수하다.

 

그리고 그런 교감의 다리가 되어 준 곡이

'발밤발밤'이다.

 

드라마 선덕여왕은,

갈수록 엉망진창에, 심하게 버벅대어

지루하고 주제가 모호해지는 치명적 결점이 두드러지고 말았지만,

 

내게 최종적으로 남은 건,

깊고 넓은 공간과 시간의 영속성 속에서

방향성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어디론가 하염없이 걷는 인간들의 뒷모습이며,

 

그 뒷모습에 새겨진 외로움을

형상화한 듯한 것이

이 노래인 것이다.

 

그래서,

나의 잊을 수 없는 드라마 속의 명곡으로

남았다.

 

 

추신:

 

극중에선 '김유신'의 테마곡이다.

 

후에 비담에 홀릭한 선덕팬들이

어거지로 비담곡이라고 우겨대지만,

 

당신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극을 본 내 관점으론

이 곡은 누가 뭐래도

김유신 테마이다.

 

드라마팬들이

극을 왜곡하는 것은

다모에서도 한번 겪어본 일이지만,

제발 그런 짓 좀 안했으면 좋겠다. 

그건 제작진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곁에도 멀리도 갈 수 없어
눈에도 맘에도 둘 수 없어
차라리 이대로 눈이 멀어
나를 보는 너 조차 몰랐으면

발밤발밤 걸어 나에게로 오는
천개 속의 발소리도 그대란 걸 아는데
발밤발밤 걸어 눈물길을 지나
하루하루 돌아서며 살 수 있을까

발밤발밤 걸어 나에게로 오는
천개 속의 발소리도 그대란 걸 아는데
발밤발밤 걸어 날 떠나가도
겨워겨워 내 안에 품어야지
울어울어 우는 그 마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