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앤티크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개점 이후

모놀로그 2010. 5. 10. 17:58




 

 



드디어 진혁은 선우를 고용해서
개점을 하였다.

그러나
장사는 안되고
선우는 남자 점원과 다시금 치정 문제를 일으켜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개점 이후에 벌어지는 갖가지 해프닝은 역시나

가볍고 유쾌하고 즐겁다.

내가 좋아하는

은밀한 유머 감각들이 여기저기에 깔려 있어

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손님에겐 사근사근하고 흠잡을 데 없이 구는 진혁이

돌아서는 순간,

선우를 구박하면서도

한편으론

그의 도움이 절실하기에 그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는

장면들은

날 몹시도 행복하게 해준다.

 

색채감도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며

공들인 세트들도 완성도를 더한다.

 

 

 



 

 

 게이답게 여자는 무서워하는 선우의 간절한 요청으로
남자 점원을 뽑으면
결국엔 치정 문제가 터지고
그 점원은
진혁에 의해 쫓겨나는 일을 자그만치 육개월이나 반복한다.

진혁은 죽을 맛이다.ㅋㅋ


자, 그런데

이쯤에서
선우란 인물은 내겐 참 희한하게 보인다.

그는 매우 침착하고 어떤 경우에도 흥분하거나
동요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밋밋하게 보일 정도이다.

놀라울 정도로 유순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차분하다.

감정이란 게 아예 없는 사람같다.
그런 그가 추구하는 건 대체 뭘까?

결국은 섹스인가?

치정문제를 일으키지만
그렇다고
그 점원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남자들을 원하지만
그들에게 미련같은 것도 없다.

수많은 남자들을 자기에게 반하게 하지만
그 자신은 누구에게도 집착하지 않는다.


반면에
진혁은
극과 극을 오가며
매우 큰 감정의 진폭을 보여준다.



그는 성도 잘내고
욕도 잘하며
거칠고 까칠하고 특히 선우에 대해선 구박도 심하다.

반면에
마음 여리고
다른데 마음이 가 있는 사람처럼
다소 가식적으로 보이기도 하다.

동시에 철두철미한 성격처럼 보인다.

 


 

 

 

 

 

생전 처음 해보는 케이크 장사의
갖가지 시행착오를 거치고,

명색이 케이크 가게 사장이면서 케이크 이름 하나 제대로 아는 것이 없어

영업에 차질이 온다.

 

 

 

 


선우의 치정 문제 덕분에
점원을 구할 수가 없어

특히 여자를 좋아하는 그가
백번 양보하여
남자 점원을 구한다는 벽보를 부치는 모습은
웃음이 나온다.

 

 


미리 준비해놓은
여자 점원의 제복,
그것은 제복이라기보단
차라리
댄스홀의 무희들이나 입을 법한
그런 야시시한 옷들이다.

그는
이쁘고 귀엽고 섹시한 여자들을 고용하고 싶어
죽을 지경이다.

그러나
비록 사장은 자기지만
선우가 없이는
유지할 수 없는 게
케이크점인지라
자기 욕망을 누르고

선우의 비위를 맞춰야한다.

 

 


케이크 점은
손님은 없는데

선우가 쉴새 없이 만들어 내놓는
멋진 케이크들이 진열장에 쌓여가고

사장인 진혁은
알바생처럼
청소나 하는 신세이다.

 

 

 

 


어찌나 꼼꼼하게 청소를 하는지
대걸레를 놓칠 않는다.

매사에 완벽주의의 면모가 엿보인다.

가게는
참 이쁘다.
이층으로 만들어진 아담한 가게는
각종 앤틱 소품으로 가득 채워지고
뭐 하나
예사로운 물건이 없다.

여기서도
역시 진혁의 고급스런 취향과 완벽주의적인 정격이
엿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으로
그의 다른 면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짜증내며 청소하는 진혁을 위해 만든 케익을 내놓으며
먹어보라는 선우..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그저
'달아'
뿐이다.

'케익주제에 달면 장땡이지'

이게 케이크점 앤티크의 사장인
진혁의 케이크관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는 짐짓 태연한 척
돌아서서
화장실로 가지만

거기서 그는 심하게 몸부림치며
한 모금 베어먹었을 뿐인
케익들을 토한다.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얼굴로
거울을 바라보며
자조적으로 읊는다.

'케익을 먹으면서 불행한 사람이 있냐고? 있지...'

진혁은 케익을 먹으면 불행한 것이다.
대체 케익을 먹으면 불행하기까지 한 그가
왜 케이크 가게를 차린걸까?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전혀 다른 사람..

아무도 모르는 김진혁의 또다른 얼굴이다.

그러나
그 얼굴은 깊숙히 감춰둬야한다.

 

 


그는
어디까지나
모든 사람에게 익숙한
그 김진혁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그가 혼자 있을 떄와

누군가와 함께,

하다못해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조차

 

절대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더 확실하게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체 무엇이

진혁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점점 궁금해지는 것이다.

 

아니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