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앤티크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재회

모놀로그 2010. 5. 10. 17:35

 

정원의 케이크점 선언에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지만

한참 공사중인 가게에 있는 진혁은
정원에서의 앳띤 모습이 아니라
보다 의젓하고 수염까지 난
원숙한 모습이다.

거기에
파티쉐가 찾아온다.

 

 

 

 그는 다름아닌
오래 전 진혁이 모욕을 줘서 내몰았던 민선우.

맞은 사람은 발뻗고 자도
때린 사람은 그러지 못한다던가..

선우는 진혁을 까맣게 잊어버린 눈치지만
진혁은 첫눈에
그를 알아본다.




 

 

자기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친구에게
비록 단순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케이크를 얼굴에 처바른 기억은
내내 하나의 아픔으로
진혁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을 테니까.

그러나 그는 선우를 모르는 체 한다.

그리고
선우의 화려한 전적을 놀리듯
하나씩 들춰낸다.

 

 

 

천재적인 솜씨를 지닌 파티쉐건만
가는 곳마다
치정싸움을 일으켜서 쫓겨나야했던 이유를
진혁은 이미 알고 있다.

그는 재미삼아 그러는건지,
선우를 놀리고 싶어서 그러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실은 맘 속으론 이미 그를 고용할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전설의 몀인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가는 곳마다
치정 문제를 일으켜서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그를 은근히 비웃고 있다.

 

 

 

 

 






난 이 장면을 참 좋아한다.
뻔히 알면서도 천연덕스럽게 선우를 놀리는 진혁과,
자신의 과거가 낱낱이 들춰지는
면접을 당하면서
난감해하는 선우의
진지한 표정이 재밌다.

은근히 유머러스한 장면이다.
내 취향의 유머랄까?


모든 걸 알면서도 선우를 몰아세우는 진혁은
짓궃기 짝이 없다.
상대가 게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진혁이다.
뿐이랴,
상대는 과거
자신에게 차인 전력이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하면서
선우를 놀리는데
뜻밖에도
선우는 다시금 폭탄 선언을 해서
그를 놀리고 있던 진혁을 코너에 몰아넣는다.

다름아닌
다시 한번 그에게 노골적인 추파를 던지며
유혹하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이미 진혁에 대해선 까맣게 잊었지만
여전히 진혁은
선우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인가보다.






 

스스로를 마성의 게이라고 일컬으며
상대가 진혁임을 모르는 그는
진혁도 결국 자신에게 빠지게 될 것을 암시한다.


그 말에
웃다가 쓰러진 진혁에게
그 말은
마성의 개그일 뿐이다.

마성의 게이
선우에게
절대로 넘어가지 않을
유일한 인간이
진혁이기 때문이다.

 


 

 

 

 

 

 


진혁은 여자를 좋아한다.

지나칠 정도로 한 여자와  정착하려는 그에게선

단지 여자를 좋아한다기보단

자신이 정상적인 남자이고

평범하게 사는 것으로

그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어하는 강박증이 보인다.

그러니

선우가 오산하는 것처럼

절대로 마성에 넘어갈 리가 없는 것이니

이 장면이

나름 재미 있을 수밖에 없다.

 

 

 

 

썰렁하게 보이는 어수선한 가게에

희끄무레한 조명,

거기에 마주 앉은 두 남자의 대화..

 

난 정말 이 장면이 좋다..

딱~!!

내 취향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