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캐릭터 위주의 역사심리극
요즘..
쓰고 싶은 것이 무지하게 많은데
쓰기가 귀찮아서 미루고 미뤘던 선덕여왕에 대해서
한번 써보고자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떠올랐던 여러가지 생각들을
정리해서 명쾌하게 쓸 자신은 없고
뒤죽박죽, 되는대로 떠들어보자.
드라마 선덕여왕이 방영된 것이
2009년이다.
장안이 떠들썩하였다.
물론!!
난 본방은 보지 않았다.
미실타령이 오랫동안 이어지더니
얼마 후엔 비담 타령이 잠시 바람결에 들려온다.
그리고 끝났다.
2년 정도 지난 후에
난 한꺼번에 몰아서 보았다.
허벌나게 길어서 진짜 욕나왔다.
대체 62부까지 할 건 뭔가??
내가 보기에 쓸데없고 사람 짜증나는
사극 특유의 질질 끄는 장면들만 쳐내도
30부작이면 뒤집어쓴다.
그리고 그랬다면
정말 걸작이 되었을 것 같다.
예를 들어보자.
천명과 덕만의 이별 장면..
어서 가..
언니
덕만아..
포옹
이것을 무수하게 반복하며
질질 끌다보니 지쳐서 애틋한 마음이 사라지다못해
짜증이 나려는 순간,
천명이 화살을 맞는다.
이번엔
천명이 죽는 장면을 어찌나 질질 끄는지
눈물이 말라붙다못해 감흥마저 사라질 지경이다.
잘 들리지도 않는 대사를 너무 길게하니
보는 내가 힘들어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게한다.
연출가가 누군지..궁금타..
(실은 모른다)
원래 중요한 장면은
강한 임팩트 하나면 충분하다.
그것으로 눈물바가지를 얼마든지 쏟아낼 수 있다.
그렇게 질질 끈다고 감동이 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두번째 예이다.
미실이 반란을 일으키고
공주가 도피하는 급박한 상황,
뿐이랴?
그 공주는 도피 중에 자칫하면 붙들릴지도 모를 위험에 처했다.
그때
죽방인가 하는 이문식역은 갑자기 출구를 찾겠다며
미실궁으로 들어가서 미로를 헤매는데...
어찌나 그 장면이 길게 나오는지
보는 사람 돌아버릴 지경이다.
급박한 상황이 밖에서 벌어졌는데
정작 그곳에 들어간 이문식역은 두리번두리번에 느릿느릿, 쭈빗쭈빗
게다가 엉거주춤까지 한 자세로
하염없이 걷는 것이다.
화면 안으로 들어가서 쥐어뜯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래도 뭔가 중요한 장면이니 길게 나오는 거겠지...
하며 그 쌩뚱맞은 장면을 지켜봤다.
그러나
난 아직도 왜 그 상황에서
그런 장면을 오래 내보냈는지 모르겠다.
미실궁이니 미실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설명하려는 거라면
그건 이미 실컷 보여줘서
굳이 그런 요사스런 비밀통로같은 것으로 보여줄 필요가 없다.
출구를 찾는 건
공주를 도피시키기 위한 건줄 알았는데
공주는 성문으로 나가신다.
결국
죽방인지 뭔지 하는 그 이문식역과 소화라는 여인을
한 장소에서 만나게 하는 걸로
그 기나긴 여로가 끝나버린다.
그 만남이 극에서 그 긴 시간을 할애할만큼 중요한 의미는
끝내 찾아낼 수가 없었다.
어이상실이다.
'죽방과 소화의 극적인 만남을 위해
난 그토록 열받는 장면을 참고 지켜봤나보다.'
라는 싯귀(?)가 잠시 머리를 스쳐갔다.
이런 식의 사람 왕짜증나게 하는 장면은 헤아릴 수도 없다.
그걸 참아내는 것이 선덕여왕을 보며
가장 힘든 점이었다.
더더우기 짧게 보고 싶은 장면은 길게 보여주고
좀 디테일하게 보고 싶은 장면은 짧게 보여주는
신묘한 연출력이 감탄스럽다.
하지만,
선덕여왕은 일찌기 그 어떤 사극도 보여주지 못한
캐릭터의 호화로운 잔치이다.
따라서 선덕여왕이 타 사극과 차별화를 이루는 가장 큰 특징이며,
대중적 성공을 거둔 이유는
실재했던 인물들에게 뚜렷한 캐릭터적 생명력을 부여하여
새로운 인물로 재창조하였으며
그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역사극에 심리극을 도입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보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그런 점에서 선덕여왕에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캐릭터 위주의 심리극이 빠지는 함정도
선덕여왕은 충분히 보여준다.
즉, 캐릭터로 인해 성공하니
자연 그 캐릭터들 위주로 들쑥날쑥한 대본을 쓰고
그것은 작품의 균형을 망가뜨려
최종적으론 극이 엉망진창이 되버리는
흔한 길을 걷는 것이다.
그 대표적 인물이
방영 당시에 가장 인기를 끌었던
미실과 비담이다.
미실은 사극이나 현대극에 흔히 나오는
밀실에서 허구한 날 음모를 꾸미고 앉았는
흔한 캐릭터가 될 뻔 했다.
그리고 실은 흔한 캐릭터이다.
단지 그 위에 현란한 덧칠을 좀 했을 뿐이다.
그것은 모든 드라마의 악역이 지니는 무식한 단순함이
미실에겐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녀는 단순하고 무식한 악역이 아니며
그녀는 뱀처럼 지혜롭다.
어떤 경우에도 좌절하지 않고
어떤 경우에도 나약하지 않다.
그리고 그러한 그녀의 집요한 성격은
모든 사람을 압도하여
그들을 사로잡는 마력을 지니게 되며,
게다가 여인이니
더욱 극대화된다.
또한 미실에 대한 연출도 뛰어나다.
미실의 테마곡을 들어보라..
소름끼칠 정도이다.
너무나 아름답고 몽환적이다.
게다가 주변 인물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그녀에 대한 두려움과 그녀의 뛰어남을 증명케하는
대사들을 주어
그 캐릭터에 힘을 실어준다.
이것은 선덕여왕에서 주목할 만한 점인데
단지 미실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에게도
그 캐릭터의 성격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주변 인물을 활용하는 매우 특별한 연출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김유신이나 비담, 혹은 덕만공주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아무튼
미실이라는 어찌 보면
사극에 반드시 출몰하는 권력지향형 악역에게
현란한 조명과 색채를
마치 공작새의 꼬리처럼 달아주어
빛나게 만드는 놀라운 연출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내겐 그 현란한 덧칠들이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미실을 좋아하는 것에 공감할 수가 없었다.
아니 좋아하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다쳐도,
미실을 응원했다는 말엔 좀 놀랐다.
난 캐릭터를 좋아함에 있어
그 캐릭터가 추구하는 것까지 공감할 수 있어야만 하기에
미실이 사람들을 그토록 열광시킨 이유를 잘 모르겠다.
게다가 응원까지 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하긴,
지금 오랜 철권정치의 후계자가
다시금 대권에 도전하겠다고해도
누구 하나 뭐라는 사람 없는 걸 보면
사람들은 결국 저런 형의 인간에게
매력을 느끼고 굴복하게 되고 마는걸까??
거기에 미실을 연기한 배우
고현정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연기스탈을 고수하는 여배우
베스트 3에 속한다.
내가 본 미실역의 고현정은
거의 15여년 전의
모래시계의 윤혜린역을 연기할 때의 패턴에서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강하게 보이기 위한 조용한 웃음,
나직하게 깔아 힘을 준 높낮이 없는 음성
차분하면서도 결의에 찬 걸음걸이..
눈은 결코 웃지 않음에도
입술만 움직이는 걸로 천진하다못해 청순하기까지한 표정을 만들어내는
매우 특별한 재주가
어쩐지 매우 혐오스러운 표정 연기들..
내가 제일 참기 힘들었던 미실 연기는
미실의 난 이후부터
자결하기 전까지의 모습이다.
솔직히 말해서 단 한 컷을 찍어
얼굴에 마스크를 씌운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너무나 똑같은 표정 하나로
몇 회를 버틴다.
대단한 내공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었고
그때는 없던 농염함이 생겨났으며
그것을 최대한 이끌어내어
아름다운 마녀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겐 그녀의 연기가
수많은 덧칠 속에서 알맹이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이 너무나
잘 보인다.
윤혜린역을 할 때
역겨웠던 점이
남김없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든
사람 짜증나게 하는 악역일 수 있었음에도
여러가지 연출로 신비롭게 만들어낸 것은
확실히 캐릭터의 승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럼 비담을 보자.
이 비담은,
사극에선 보기 힘든 매우 특별한 캐릭터이다.
확실히 그가 나타나면서
극이 더욱 힘을 받고 흥미로와진다.
이 또한 캐릭터의 연출에 있어 승리한 점인데,
그도 실은 미실처럼 매우 단순한 캐릭터이다.
그러나 그 단순함에
어찌나 수많은 덧칠을 스스로 했는지
자기 자신조차 자기가 뭘 원하는 지 모르게 만들어버린
캐릭터이니
어찌 놀랍지 않으랴!
대체 작가는 그를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내가 따라잡을 수가 없으니
난해한 캐릭터로다.
어찌나 중심이 없는지
얼핏 보면 그럴 듯 해 보이지만
내용은 참으로 빈약하다.
그는 미실의 아들로 나오는데,
과연 미실의 분신이다.
분신이긴한데 묘하게도
미실에게서 빠진 유일한 것,
즉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과,
미실을 지배하는 유일한 것,
사람들에게 떠받들리고 싶어하는 욕망
이 두가지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기형적 캐릭터이다.
난 그에게서 세익스피어적인 비극적 인간상을 본다.
자신의 환경이 아니라
자신의 성격적 약점으로 인하여 스스로 파멸을 향해가는 인물형이다.
그의 트라우마며,
그 트라우마로 인한 갈증이 해소되지 않아
끝없이 갈구하고 또 갈구해도 채워지지 않는
깊은 심연같은 마음 속의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그런데
난 이런 종류의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낄 수가 없다.
미실의 말대로,
'연모 하나에 매달리는 남자는 매력이 없구나..'
어쩌구 하는 대사처럼 말이다.
나도 저런 캐릭터에게선 남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에
전혀 섹시하지가 않다.
연출가는
비담에게서 사극이라는 장르의 테두리를 해체시켰다.
그래서 비담은
극중에선 그 누구보다 자유롭다.
그는 공중을 나르고
바다를 기고
구름을 타고 다니는 현란함을 구사한다.
마치 미실처럼 말이다.
그럼
여기서 비담을 연기하는 배우를 보자.
사실,
비담이라는 어려운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 김남길을 보면
놀라울 지경이다.
그는 애초에 이한 이라는 이름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약간 비중 있는 단역을 맡아왔다.
우연히도 난 그를 드라마나 영화에서 몇번 보았다.
그리고 볼 때마다 신인급치곤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은 했다.
그러나
그의 용모엔 뭔지 모르게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그의 눈빛이 그러하다.
음습하고 순수해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비담 역에서 그게 극대화되어 나를 혐오스럽게 하였다.
그것은 간교하고 비열한 느낌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바로 그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뭔가를
최대한 활용해서
비담이라는 놀라운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며
완성시킨다.
여기서
내가 미실에게 공감할 수 없었던만큼
당연히 그 분신인 비담에게도 매력을 느낄 수 없음을 먼저 말해야겠다.
미실을 좋아할 수 없음에 일조한 것이 그 배우라면,
비담도 그러하다.
비담역의 배우 김남길은
다양한 모습으로 선덕여왕에서 우리의 혼을 빼놓는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지만,
그 모든 것이 내겐 실은 혐오스럽다.
그는 적어도 미실 죽음 이전까진
순진하고 지나칠 정도로 유아적이면서도
거칠고 남성적인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동시에 아주 재미있는 인물이기에
그다지 거부감이 없었다.
특히나
스승 문노와 대결을 벌이다가
막상 죽음을 당하자 울면서 업고 뛰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그의 트라우마가 그의 내면에서 자꾸만 자신을 극단으로
내닫게 만드는 것에 이기지 못하는 나약함이
감동적으로 표출되는 장면이다.
선과 악이 뒤범벅이 되어 있던
그의 내면에서 처음으로 사랑과 믿음과 연민이
승리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아마 그것들은
원망과 불신과 생명에 대한 무관심과 늘 사투를 벌여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그는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
야망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게 보기엔
사랑밖에 난 몰라 같기도 하고,
사랑밖에 난 몰라 라기엔
너무 음흉스럽다.
특히나 미실의 죽음 이후
덕만이 여왕이 되면서 그에게 권력이라는 것이 주어지기 시작하자
그는 다시금 변하는데,
그때 배우 김남길이 지닌 내가 가장 싫어하는 면,
어딘지 비열하고 간교해보이면서
열등감과 질투심에 찌들어 초라해보이게끔 분장한 얼굴이
매우 거슬린다.
사실,
비담이라는 인물이 등장한 이상엔
역사적으로도 실재한 비담의 난으로 드라마가 끝나는 것이
마땅하고, 그것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갑자기 급조한 듯 보이는
여왕 덕만과의 러브라인이
얼마나 극을 망쳤는지 제작진이 아는가 모르겠다.
대체로 제작진의 편애를 받는 캐릭터치고
그 제작진에 의해서 망가지지 않는 캐릭터는 본 적이 별로 없다.
그러나 나같은 사람은,
남자 미실 비담이
끝내 이기지 못한 트라우마에 갇혀 우왕좌왕하며
치졸하게도 난으로 연결시키는 것을 지켜보기가 매우 힘들다.
여왕에 대한 연모의 이면에 자신의 트라우마로 인한 불신이 달라붙어 있는 것을
떨치지 못하였다한들,
그것을 난으로 연결시키는 전개는 무리해보인다.
그래서 무지하게 지루하고 짜증나며
재미가 없다.
자못 비장해보이는 그의 죽음도
그 처절함이 감동은 커녕 소름이 끼치게 한다.
제작진이 생각하기에
회심의 일격이었을 그 한 장면을 위해
비담은 만신창이 캐릭터가 되버렸다.
내겐 비담의 사랑은 미성숙한 소년의 그것으로,
그의 불신이 담긴 집요한 욕망은 스토커의 그것으로
보이기에
그런 비장한 죽음 역시 공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튼,
미실은 몰라도
비담이라는 캐릭터는 확실히 사극에선 보기 힘든
뛰어난 캐릭터이고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비담이나 그를 연기한 김남길은
칭찬해줄 만하다.
선덕여왕에서 내가 감탄한 것은
단지 저들뿐만이 아니다.
그외 무수한 인물들에게 확실한 성격이 주어져 있다.
그들은 모두 살아 있는 캐릭터이다.
미실의 아들 하종이며,
비담의 온건 버전인 설원공,
칠숙이나 문노 등등,
모두가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다.
내가 가장 매혹당한 캐릭터는
김춘추이다.
어찌보면 가장 나의 의표를 찌른 캐릭터이기도하다.
그리고 내가 꼽는 가장 뛰어난 캐릭터였다.
물론 어느 시점까지만 그렇다.
그가
해맑은 소년의 모습으로
천사같은 얼굴로
자기의 원수들과 어울려 유곽이나 도박장을 드나드는 장면들은
참 섬짓하지 않은가??
그의 마음 속이 어떠할지 짐작하는 우리로선
대남보를 교묘한 방법으로 끌고다니며 괴롭히거나,
시정잡배들에게서 여론을 캐내는 절묘한 제스쳐를 취할 때,
저쪽에서 들이대는 여자의 얼굴에 화장을 해줄 때,
그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온화한 미소가 소름이 끼치는 것이다.
난 작가가 천재적이라는 생각까지 했다.
김춘추를 저렇게 묘사할 수도 있구나...
그러나 아쉽게도 잘난 체하다가
깨갱하고 꼬리를 내린 순간부터
갑자기 빛을 잃어버리기 시작한다.
왜냐면 이후로 김춘추 캐릭터는 더이상 주어진 패가 없었기에
배우 스스로의 매력으로 이끌어야했는데
그게 부족했다.
배우의 역량과 카리스마가 딸린 것이다.
후반의 김춘추는
더이상 반항하는 십대가 아니라
여왕 덕만의 책략가요,
이후의 왕좌를 노리는 야심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야하는데
그걸 유승호가 어찌 하겠는가!
김춘추는 김유신만큼이나 힘든 역인데
미소년의 얼굴이 통하는 순간이 지나니
그 다음은 그대로 나락이다.
이것은 대개의 꽃미남 어린 배우들이
선덕여왕에서 맞는 딜렘마인데,
그들에게 조명을 비추어주면 나름 돋보이지만
갑자기 그 조명을 거두면
그대로 빛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스스로 자체발광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이후론
대체 왜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하는 일이 별로 없다.
김춘추라는 역에게 부여된 자유로움은
그 역을 이끌어가기에 역부족이었던 유승호라는 배우로 인해
뒤로 갈수록 빛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염종이라는 캐릭터가 눈에 뜨인다.
그는 비담과 연결되어 있다.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비담으로 하여금
자신을 에워싼 허위와 자기 방어의 벽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하는데
캐릭터나 배우의 연기가 놀랍다.
시정잡배스러운가하면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싸늘한 통찰에 담아 현실적으로 표현한다.
그가 들려주는
비담의 진실엔
나도 전율할 정도였으니..
아무튼,
사극에서 이렇듯 빛나는 캐릭터를,
그것도 창작극이 아니라
실재한 역사속 인물들 안에서
창출하여 그들의 미묘한 심리를 역사극에 도입한 것은
칭찬해줄 만하다.